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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 '세계 최초' 타이틀은 어쩌다 반쪽이 됐나

미국 버라이즌 일반인 개통 더 빨라…네트워크·단말기·요금제 등 '엇박'

2019.04.05(Fri) 15:39:21

[비즈한국] 지난 3일 저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가 ‘초치기’에 돌입했다. 미국 버라이즌이 5세대이동통신(5G) 상용화를 11일에서 4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소식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다. 당초 한국은 3월 31일 이전에 5G 상용화를 개시해 차세대 이동통신의 선두주자로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간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며 상용화가 지연됐고, 자칫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결국 과기부 주도로 이날 밤 11시 5G 서비스가 개통됐다. SK텔레콤은 김연아·EXO(엑소)·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장기가입고객 등 6명을 첫 가입자로 개통했다. KT는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임직원 배우자를, LG유플러스는 인기 유튜버 김민영 씨를 1호 가입자로 삼았다. 밤 11시에 서비스가 시작된 나머지 특별한 개통 세리머니는 없었다. 정부가 한밤중에 이런 촌극을 자처하며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목을 맨 이유는 뭘까.

 

과기부 주도로 지난 3일 밤 11시 5G 서비스가 개통됐다. 개통 하루 전인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모델들이 5G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유영민 과기부 장관은 2017년 7월 취임 일성으로 ‘초연결·데이터 강국’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고, 취임 1주년 때는 “5G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유 장관이 이처럼 5G에 천착하고 있는 것은 기술 주도권 싸움 때문이다. 유 장관은 2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에 참석해 “5G 표준은 힘 있는 사람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우리가 퍼스트 무버로 선도해야 한다”며 “한국이 주도하려면 5G 위에서 꽃피울 비즈니스모델을 얼마나 주도해 만들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G에서 3G, 3G에서 4G로의 이동은 단순히 통신 속도의 증가에 불과했지만 5G는 사물인터넷(IoT) 등 거대한 산업 전환의 인프라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통신인프라의 전환에서 앞서가지 못하면 신산업 생태계를 주도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2일(현지시각) ‘5G 글로벌 경쟁(The Global Race to 5G)’ 보고서에서 국가별 5G 준비 순위에서 미국이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는 5G 서비스 개시가 빠를지는 몰라도 서비스 준비는 미국이 잘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이다. 

 

물론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유 장관의 치적 쌓기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진입 장벽을 뚫고 초기 인프라를 먼저 선점한 국가나 기업이 특정 산업을 모두 차지하는 모양새다. 아마존·구글이 장악한 클라우드의 경우 네이버 등 국내 후발 기업들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졌고,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차도 이제 현대모비스가 구글 웨이모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5G 상용화 경험을 통해 해당 단말기 판매를 늘리는 한편 통신 인프라와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기술 및 콘텐트 표준을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5G는 한국과 미국·중국·일본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의 5G 세계 첫 상용화를 두고 경쟁국인 미국·일본 등이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은 한국보다 2시간 늦은 4일 오전 1시 시카고·미니애폴리스 등지에서 5G 첫 개통을 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어느 쪽이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세계 최초’ 5G 개통 국가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유명인들에게 단말기를 나눠주고 5G를 개통했지만, 실제 일반인이 개통할 수 있는 것은 5일부터라는 것이다. 일반인 개통은 버라이즌이 더 빨랐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버라이즌은 기존 LTE 단말기에 5G 모뎀을 추가하는 방식이며, 5G 서비스 지역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2G에서 3G, 3G에서 4G로의 이동은 단순히 통신 속도의 증가에 불과했지만 5G는 사물인터넷(IoT) 등 거대한 산업 전환의 인프라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5G 체험관 시연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이런 ‘세계 최초’ 타이틀 쟁탈전을 두고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지난 3월 31일 개통했더라면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5G 상용화 지연 원인으로 누군가를 탓하기는 어렵다. 통신 네트워크와 단말기 공급, 요금제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어서다.  

 

국내 첫 5G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와 LG ‘V50 5G’가 지목됐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갤럭시S10 5G의 품질 및 안정화 문제가 제기됐다. V50 5G는 출시일이 4월 19일로 정해지면서 5G 첫 상용화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의 경우 5G를 시작으로 통신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인데, 갤럭시S10 5G가 사실 그 데뷔작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로 판로를 넓히기 위해서는 높은 품질과 안정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데뷔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여야 했다. 이에 5G 상용화 일정보다는 완벽한 제품의 판매가 먼저인 입장이었다. 

 

여기에 통신요금도 한몫했다. 지난 3월 중순 SK텔레콤이 5G 요금제로 150기가 7만 원, 250기가 9만 원, 350기가 11만 원의 요금제를 냈다가 관계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요금제를 고용량·고비용 구조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 정부 반응이었다.

 

정부는 5G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가격을 낮춤으로써 대중화를 먼저 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4G 요금제보다 1만 원 안팎 비싼 수준으로 통신요금을 책정할 것을 주문하는 등 가격 정책 조율 탓에 5G 상용화가 지연된 측면도 있다. 통신사들로서는 정부의 방향은 맞추되 5G 콘텐츠를 풍성하게 꾸려 가급적 가격을 높게 받고 싶어 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정부의 방침대로 최저요금제를 5만~6만 원선으로 책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톱다운 방식으로 통신인프라, 단말기 출시 등 세부 일정을 정해놓고 5G 상용화를 추진해 기업들도 일정에 맞춰 서둘렀다”며 “그러나 5G 콘텐츠가 아직 많지 않고, 대중의 인식도 낮아 올해 말에야 5G 통신 가입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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