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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않고 자문만? 흥국생명 위성호 부회장 영입 두고 뒷말 무성

일각 "오너 관련 대관업무" 의혹에 흥국생명 "회장과 무관, 전문성 보고 영입"

2020.06.19(Fri) 10:37:28

[비즈한국] 신한은행장 출신으로 흥국생명에 전격 영입된 위성호 흥국생명 부회장의 역할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공식적인 그의 역할이 경영과 직접 연관 없는 자문에 한정돼서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차명주식 의혹이 검찰 손에 넘어간 가운데, ​일각에서는 ​위 부회장이 대관 업무를 위해 영입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짙다. 이런 시각에 대해 흥국생명은 위 부행장이 금융전문성을 바탕으로 흥국생명뿐 아니라 그룹 내 금융계열사에 전반적인 자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흥국생명에 따르면 위성호 부회장은 ‘미래경영협의회’ 소속 의장 자격으로 5월 4일 첫 출근했다. 공식적으로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 흥국생명·흥국화재·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고려저축은행·예가람저축은행 등 6개 사의 자문을 맡았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티브로드 매각 이후 어수선 한 분위기에서 위 부회장이 금융부분 계열사를 재정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위 부회장이) 그룹 내 금융부분을 리빌딩하는데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이 신한은행장 출신 위성호 부회장을 영입했다. 위 부회장의 역할이 금융 계열사 자문 등에 한정되고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아 선임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사진=임준선 기자

 

문제는 위 부회장이 직접 이들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문에만 그쳐 구체적인 역할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룹 내 가장 높은 직책이지만 책임을 지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이사회 소속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인맥을 위시한 대관용 영입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흥국생명은 위 부회장에게 ‘부회장’ 직급을 줘 대외 활동에 용이하게 했다. 그룹 내 부회장 인사는 2008년 유석기 전 흥국생명 부회장 이후 12년 만이다.

 

흥국생명이 속한 태광그룹이 ​오너리스크가 커지는 시기에 이뤄진 영입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태광산업과 계열사인 대한화섬 차명주식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며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증선위는 이 전 회장이 2015년 3월~2019년 4월 제출한 사업보고서 5건과 분·반기보고서 12건에서 차명주식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차명주식으로 활용된 명의는 119명에 달했다.

 

태광그룹 측은 위 부회장 역할이 경영 참여가 아닌 자문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관 업무를 위해 영입했다는 시각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상황과 위 부회장의 인사를 연결 짓는 것은 무리하게 엮는 것”이라면서 “위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가 아닌) 전문성을 염두에 두고 단행한 인사”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업 전문가들은 위 부회장에게 부회장 직함을 준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지배구조를 주로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인사에게 ‘부회장’의 직함을 준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부회장이란 직함이) 대외적인 활동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자문역 외에 다양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선 그룹 경영진이 (회사 직급이나 직책이 없는) 오너 일가를 무시하고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정책을 펴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태광그룹의 새로운 현안이 부각되는 시기에 위 부회장을 선임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속한 태광그룹은 최근 이호진 전 회장(사진)의 차명주식 불성실 공시 내용이 검찰에 통보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위 부회장 선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의 인프라를 활용한 대관 업무를 기대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흥국생명은 대관 업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진=비즈한국DB

 

이 같은 논란은 2018년 12월 임수빈 정도경영위원장(흥국생명 사장)이 태광그룹에 합류할 때에도 불거졌다. 당시는 이 전 회장이 7년의 병보석 기간 동안 떡볶이를 먹으러 다닌 일 등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황제보석’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웠다. 임수빈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분류되는 장하성 중국대사와 인척관계(처사촌)다. 게다가 부장 검사 출신인 임 위원장이 ‘황제보석’ 논란이 한창일 때 선임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태광그룹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태광그룹의 정도경영위원회가 조직됐을 당시 이를 대관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임 위원장은 제외하더라도 SK에서 대관업무를 보던 황신용 상무가 영입된 것을 두고 이 같은 해석이 나왔다”면서 “황제보석으로 예민한 시기였던 탓에 적절성 시비가 일었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임수빈 위원장은 태광그룹을 정도경영으로 이끌기 위해 영입한 것”이라면서 “이 전 회장의 논란과 임 위원장의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결론을 정해두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위원장이 ‘황제보석’ 때문에 영입된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이 보석 취소된 후 다시 감옥까지 갔는데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호진 전 회장은 현재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황이다. 금융정의연대 등 고발인은 태광그룹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휘슬링락골프장 상품권을 태광그룹 계열사에 강매했으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정관계 유력인사 4300여 명에게 골프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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