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려아연의 3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신규 이사 후보 선임에 앞서 ‘몇 명을 선임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한다.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제3-1호 안건으로 ‘이사 5인 선임의 건’과 ‘이사 6인 선임의 건’이 함께 올라와 있으며, 5인안은 유미개발이, 6인안은 와이피씨·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각각 주주제안했다. 두 안건이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면 다득표 안건이 가결되는 구조다.
5인안과 6인안에 올라간 후보군은 동일하다. 회사 추천 후보는 최윤범 사내이사 후보와 황덕남 사외이사 후보 2명이고, 월터 필드 매클러렌(Walter Field McLallen) 후보는 크루서블(Crucible) JV LLC가 추천했다. 여기에 박병욱·최연석·오영·최병일·이선숙 후보 5명은 와이피씨·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추천했다. 제2-8호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안이 가결되면 제5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별도로 상정되며, 소집공고에는 이 경우 당기 이사 수가 18명 또는 19명이 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고려아연이 5인 선임안을 지지하는 이유는 개정 상법 대응에 있다. 회사 설명자료와 주주서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대규모 상장회사로서 2026년 9월 10일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이상을 갖춰야 하는 만큼,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5인을 먼저 선임하고 남은 1석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점까지 비워 두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는 6명을 모두 선임할 경우 법 시행 전에 다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야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과 행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 상법 관련 실무 해설도 감사위원 분리선출 2인 확대와 강화된 3% 룰 시행을 앞두고 대상 회사들이 정관 정비와 추가 선임 절차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영풍·MBK 연합이 6인 선임안을 고수하는 이유는 이번 주총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이사회 의석 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계산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이사는 6명이고, 영풍·MBK 측은 그 6석을 모두 이번에 채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정원을 줄이지 않고 공석 없이 운영하겠다는 명분도 있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선임 인원이 많을수록 상대 진영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시장에서는 6명 선임 시 이사 1석 확보에 필요한 이론상 지분율이 약 14.3%인 반면, 5명 선임 시에는 약 16.7%로 높아져 5인안이 상대적으로 신규 진입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고려아연 측이 회사 우호 후보를 5명이 아니라 3명만 낸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회사 설명자료는 고려아연과 크루서블 JV 제안 후보가 총 3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주주서한에서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JV를 미국 통합 제련소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이자 소수주주라고 설명했고, 이 주주가 매클러렌 후보를 신규 이사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즉 매클러렌 후보는 회사가 직접 추천한 후보는 아니지만, 이번 안건 구조에서는 고려아연이 지지하는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후보 수를 3명으로 제한한 배경에는 집중투표제 특성도 반영돼 있다. 집중투표제에서는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 표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진영이 추천하는 후보 수가 적을수록 개별 후보에게 표를 두껍게 실어줄 수 있다. 이데일리 마켓인은 최윤범 회장 측이 최윤범·황덕남·매클러렌 후보 3인에 표를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고, 영풍·MBK 측은 5명의 후보를 앞세워 이사회 진입 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 의견도 나왔다. 한국ESG평가원은 9일 발표된 보고서에서 현 경영진 지지를 권고하면서, 고려아연이 제시한 이사 5인 선임안이 개정 상법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평가원은 고려아연이 이번 주총에서 5명의 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남은 1석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절차에 따라 충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의 핵심은 후보 개인의 선임 여부만이 아니다. 먼저 5명과 6명 가운데 어느 안이 통과되는지에 따라 집중투표의 표 계산이 달라지고, 이어 회사가 9월 개정 상법 시행 전에 감사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맞출지도 달라진다. 같은 6석의 임기 만료를 두고 고려아연은 ‘1석 유보’를, 영풍·MBK는 ‘6석 일괄 충원’을 선택한 배경에는 각각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응과 이사회 진입 폭 확대라는 이해관계가 함께 걸려 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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