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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선언한 '불가항력' 조항은 무엇?

외부 요인에 의한 계약 불이행시 배상 책임 면제…석유화학업계, 원가상승·공급과잉 '이중고'

2026.03.08(일) 14:04:11

[비즈한국]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및 석유화학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가운데 중동의 주요 산유국인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와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시설인 여천NCC는 계약상 의무 이행이 어렵다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에너지 수급을 넘어 산업 전반의 실물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불가항력’ 선언의 의미를 살펴봤다.

 

여천NCC의 에틸렌 공장 모습이다. 사진=여천NCC 웹사이트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원유 생산과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고 발표하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쿠웨이트는 육상 송유관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달리 원유 수출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봉쇄에 따른 타격이 즉각적이다. KPC 측은 안전하게 운송할 선박 확보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여천NCC가 지난 4일 주요 고객사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을 통보하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여천NCC는 에틸렌 생산 능력이 229만 톤에 달하는 거점이지만, 나프타 원료 수급이 막히자 모든 생산 시설을 최소 용량으로 가동하는 저율 운영에 돌입했다. 사측은 고객 서한을 통해 "중동 위기로 원재료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KPC와 여천NCC가 선언한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 천재지변 등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질 때 판매자의 배상 책임을 면제받는 조항을 의미한다.

 

불가항력 상황의 요건은 △지배 범위 밖의 사건(어느 당사자의 통제나 지배 범위 밖에 있는 상황) △대비의 불가능성(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당사자가 합리적으로 대비할 수 없었던 사안) △회피 및 극복의 불가능성(사건 발생 이후에도 당사자가 이를 합리적으로 회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상황) △상대방의 귀책 부재(해당 상황이 계약 당사자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닌 것) 등이다.

 

이번 사태는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운송 경로 차단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이 불가항력을 선언하면 제품 공급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를 면제받거나 이행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불가항력 선언은 판매자의 배상 책임을 면해주는 장치이지만,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까지 막지는 못한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가동률이 이미 70~80%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나프타 가격이 2월 말 대비 약 25%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공급 과잉 국면에 처한 현재 시장 환경상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주요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나프타 분해시설)가 약 1개월 내외의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으나, 사태 장기화로 재고가 소진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저율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대체 조달처 확보 여부가 향후 공급 불확실성 대응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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