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생명보험협회(생보협)가 밝힌 지난해 생명보험사 대외 민원 건수가 금융감독 당국이 내놓은 자료보다 25%가량 적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생보협이 회원사인 보험사의 민원 건수를 소극적으로 계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생보협 측은 집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격차라고 반박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생보사의 대외 민원 건수는 2만 3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생보협이 내놓은 대외 민원 건수 1만 5001건보다 5337건 많은 수준이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생보협에서 발표한 생보사 대외 민원 건수가 금감원에서 발표한 숫자보다 수천 건 적어 생보협의 공시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 국장은 “보험회사 관련 대외 민원은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청와대, 소비자원, 국민권익위, 소비자단체 등 다른 대외기관을 통해 접수될 수 있다. 이들 기관에 접수된 민원을 포함하면 생보사의 실제 대외 민원 건수는 50% 이상 더 많을 것”이라면서 “생보협 쪽에서 회원사인 생보사의 대외 민원 건수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이 조사한 각 생보사의 대외 민원 건수는 생보협 수치보다 모두 많다. 조사 대상 생보사는 푸본현대생명,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DB생명, 한화생명, KDB생명, AIA생명, 라이나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 DGB생명, NH농협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17개사다. 민원이 전체의 2% 미만이 접수된 생보사는 제외됐다.

신한생명은 금감원 집계 민원 건수(1336건)가 생보협(449건) 발표에 비해 887건 많아 조사 대상 가운데 격차가 가장 컸다. 다음으로 KDB생명은 금감원 집계(1382건)가 생보협 집계(675건)보다 707건 많았다.

금감원이 발표한 대외 민원 건수는 금감원에 접수된 생보사 민원을 집계해 내놓은 수치다. 생보협회에서 내놓은 자료는 회원사인 생보사가 제공하는 수치를 바탕으로 한다. 생보사가 생보협에 제공하는 민원 건수 집계 자료에는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뿐 아니라 다른 유관 기관에 접수된 민원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생보협 관계자는 “금감원을 포함한 유관기관에서 집계하는 민원 건수에는 자체 해결이 가능해 보험사에 이첩하지 않은 채 처리한 민원 건수가 포함되는 반면, 생보사는 유관 감독기관으로부터 이첩받은 민원에 대해서만 확인이 가능해 해당 기관들의 집계보다 민원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생보협은 생보사가 파악한 자료를 공시하기 때문에 생보협이 공시한 숫자가 금감원보다 적은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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