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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골프 코스도 창작물" 대법원이 인정한 설계 저작권

지형·규격 제약 있어도 창조적 개성 인정 가능…스크린골프 업계 영향 주목

2026.03.09(Mon) 10:51:0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최근 대법원은 골프 코스를 법적으로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임준선 기자


골프 약속을 잡다 보면 구장 선택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실력이 쌓일수록 코스에 대한 취향과 기준이 분명해진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산을 깎아 조성한 구장을 선호하지 않는다. 페어웨이가 좁고 블라인드 홀이 많아서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반대로 그러한 코스일수록 공략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코스의 차별성과 개성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창작물’ 여부를 좌우한다면 어떨까? 이 문제는 2018년 제기된 민사소송을 거쳐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4다229671 판결을 통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사안은 골프 코스 설계 및 시공 감리업자(이하 설계업자)가 스크린골프용 코스 영상을 제작한 업체(이하 스크린골프 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청구 사건이다. 스크린골프 업자는 골프장 소유자와 이용 협약을 체결하고 실제 코스를 재현한 영상을 제작했으나, 설계업자에게 사용 허락은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설계업자는 골프 코스 자체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므로 무단 재현은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스크린골프 업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하면서 골프 코스는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첫째, 골프 코스에서 클럽하우스·진입도로·연습장 등 시설물과 개별 홀의 배치는 대부분 산악 지형에 조성되는 우리나라 골프장의 특성상 골프장 조성 부지의 지형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이용객의 편의성과 안전성 등 기능적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둘째, 골프 코스의 개별 홀에서 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워터해저드·그린 등은 다른 골프 코스에서도 공통으로 사용하는 기본 요소일 뿐이다. 셋째, 골프 코스의 개별 홀은 골프 경기 규칙·규격·국제 기준에 따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다른 홀과 구별되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건축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 

 

법원은 골프 코스를 개발할 때 다른 코스와 구별되도록 창조적인 개성을 발휘해 설계할 수 있다고 봤다. 사진=생성형 AI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스크린골프 업자의 주장과 원심 판단을 배척하고 골프 코스의 저작물성을 인정했다. 첫째, 골프 코스 설계에 수반되는 실용적·기능적 요소에 따라 골프 코스 설계자의 창작적 표현에 현실적인 제한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골프 코스의 창작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골프 코스 설계자는 여러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선택, 배치, 조합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골프 코스와 구별되도록 창조적 개성을 발휘해 골프 코스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골프 코스에는 공통으로 사용되는 요소가 있으나 설계자는 이용객으로 하여금 골프 코스에서 티샷과 그 이후의 샷,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 그린에서의 퍼팅 등 골프공을 쳐야 하는 각 상황에 맞춰 나름대로 적절한 전략을 세워 코스를 공략하도록 하고, 개별 홀의 순차적인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코스의 변화를 느끼면서 재미있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인공적인 조경이나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이용객들이 골프 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등의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돼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셋째, 원심은 골프 코스에 나타난 구성요소의 선택·배치·조합 등의 형상이 기능 또는 실용적 사상을 넘어 기존의 골프 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갖추고 있는지 심리해 골프 코스의 창작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원심은 이 점에 대해 심리·판단 없이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부정했는데, 이는 심리 미진으로 위법하다고 짚었다.

 

골프 애호가라면 양측 모두의 논리를 일정 부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구장은 산이 많아 다 비슷하다(따라서 창작성이 없다)’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고, ‘코스 공략은 설계자의 의도가 녹아 있는 전략의 예술’이라는 주장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법적 판단의 핵심은 구체적 형상에 창작자의 독자적 표현이 구현됐는지 여부였다. 전략·동선·미학·조경·서사 등을 결합하면 골프 코스 역시 하나의 창작물로 평가받는 시대다.

 

대법원 판결은 향후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판결의 취지에 따라 스크린골프 업자가 골프 코스 설계업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면 당장 스크린골프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골프 코스 설계자의 브랜드 가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유명 설계자의 브랜드가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설계 자체가 지식재산으로 보호되면서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고급 코스 개발을 가속할 수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건축저작물과 같은 기능적·실용적 저작물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9도9601 판결은 문제의 건축물(강릉 카페)이 △외벽과 지붕 슬래브가 이어져 1·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위 건축물은 일반적인 표현 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작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전 허락 없이 강릉 카페와 비슷하게 설계·시공한 사천의 카페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카페 건물 판결은 기능적 대상이라도 창작적 표현이 존재하면 저작물이 인정된다는 취지여서 골프 코스 판결과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 판결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법원은 지적 성과물의 보호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의 요소에 창작적 표현이 포함돼 있다면 권리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전략이며, 새로운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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