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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률 0.45%' 식품기사 실기시험에 무슨 일이?

응시생 885명 중 4명만 합격 '집계 이래 최저'…공단 "올해부터 출제방식 달라져서"

2020.07.01(Wed) 15:16:38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된 후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식품기사 실기시험의 합격률이 고작 0.45%에 그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험 시행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부터 달라진 출제 방식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수험생들은 “식품기사 시험 범위 자체가 워낙 넓은데 출제방식을 바꾸면서 이를 고려하지 않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며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식품기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증이다. 식품제조 공정 과정을 적절히 유지 관리할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제정됐다. 이를 취득한 수험생들은 주로 식품제조, 가공업체, 식품유통업체, 즉석판매제조, 가공업, 식품첨가물제조업체 등으로 취업한다.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해 공공기관 및 일반기업 채용에 우대 조건으로 작용하거나 6급 이하 또는 기술직 공무원 지원 시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어 관련 학과를 나온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뉘며 연 3회 시행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필기시험이 한 차례 연기돼 2회에 통합돼 6월 6일부터 21일 사이에 치러졌고, 실기는 예정대로 5월 9일부터 24일에 걸쳐 치러졌다. 실기시험 응시생은 총 885명이었다.

 

코로나19를 뚫고 열린 식품기사 실기시험의 합격률이 0.45%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사진은 한 공기업의 필기시험을 치르러 이동 중인 응시생들로 본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논란은 실기 시험 합격 발표일인 6월 26일 발생했다. 식품기사 실기시험 응시생 885명 가운데 합격생이 단 4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0.45%라는 합격률은 식품기사 합격률 집계 이래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올해 응시생이 500명 이상인 타 기사등급 실기시험 25개와 비교해도 합격률이 최하위다. 기사등급 실기시험 전체 113개를 통틀어도 밑에서 세 번째로 합격률이 낮다. 합격률이 더 낮은 시험은 시설원예기사와 철도차량산업기사, 둘뿐으로 이들 시험은 응시생이 3명, 1명에 불과해 ​식품기사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 달라진 실기시험 출제 방식 때문에 합격률이 낮게 나왔다고 말한다. 공단은 2020년부터 식품기사 실기시험을 서술형인 필답형 시험으로만 구성했다. 기존에는 복수의 과제 중 임의로 출제된 실험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형 시험과 서술형인 필답형 시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작업형 시험을 폐지한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식품기사 시험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요청과 식품 분야 심의에 따라 식품안전과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관련 평가 기준 강화를 목적으로 복합형 시험에서 필답형 시험으로 평가 방법을 변경했다”며 “HACCP 관련 비중이 확대되고 시험 방법이 필답형으로 전환됨에 따라 합격률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역대 식품기사 실기시험 합격률. 통상적으로 연 3회 치러지는 시험의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를 모두 더해 통계를 낸다. 2020년은 아직 1회 실기시험만 치러졌으며 합격생은 단 4명에 불과하다. 자료=한국산업인력공단


이에 대해 올해 식품기사 실기시험을 치른 응시생 A 씨는 “실기시험 합격 기준이 100점 만점 중 60점이다. 기존 시험 때부터 필답형은 정답 기준이 모호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다. 작업형 시험에서 점수를 따 필답형 시험에서 부족한 점수를 채울 정도였다. 올해 100% 필답형으로 출제 방식이 바뀌면서 응시생들이 문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식품기사 시험 범위가 상당히 넓다. 공부하는 데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실기시험은 문제 난도를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한 것 같다. 그 결과 극악의 합격률을 기록한 것”이라며 “만약 이 상황을 문제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올해 열릴 예정인 2·3회 시험도 이 같은 참사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험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B 씨는 “이제 실기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벌써 막막하다. 885명 중 4명만 붙을 정도로 어려운데 동기부여가 되겠나”라며 “변호사 시험이나 전문의 시험도 합격률이 이 정도로 낮진 않을 것이다. 2회 차엔 최소한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문제를 맞힐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식품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식품기사 시험은 응시자격에 제한이 있지만 관련 학과 졸업생이라면 치를 수 있다. 공무원 가산점 등 혜택 덕분에 학생들이 주로 이 시험을 치르는데, 이들은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책을 통해 채운다. 그런데 시험은 실무 경험자들만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 난도가 높다”며 “자격증의 전문성을 높이고 싶다면 응시 자격을 일정 시간 실무 경험자에 한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현 시험의 난이도 조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 열릴 2·3회 실기시험에서 난이도가 하향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공단 관계자는 “국가기술자격은 문제은행 방식을 통한 절대평가로 인위적인 난이도 및 합격자 수 조정은 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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