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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혜성에서 포착된 오로라가 말해주는 것

태양풍의 '위력' 확인…우주여행 위한 태양 활동 모니터링 기지로 혜성 활용할 수도

2020.10.12(Mon) 10:08:21

[비즈한국] 오로라는 죽기 전 꼭 봐야 하는 지구의 자연 경관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하늘에 펼쳐진 거대한 커튼처럼 녹색빛으로 아른거리는 오로라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과거 옛날 사람들은 북방의 빛이라고도 불리는 오로라가 밤하늘에 펼쳐지면 마치 새벽빛이 원래보다 일찍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17세기의 물리학자 피에르 가상디(Pierre Gassendi)는 이 황홀한 모습을 보고 새벽 여명의 여신에게서 따온 오로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사실 오로라는 우리 지구에서만 펼쳐지는 현상은 아니다. 지구뿐 아니라 목성과 토성, 화성 등 다른 태양계 행성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도 오로라가 포착되었다.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며 태양계를 외롭게 떠돌고 있는 작은 얼음 덩어리 혜성에서 말이다. 대체 어떻게 그 작은 혜성에서도 오로라가 펼쳐진 것일까? 그리고 혜성에서 본 오로라의 밤 풍경은 또 어떤 느낌일까? 

 

최근 행성도 아닌 작은 얼음 덩어리 혜성에서 오로라의 존재가 새롭게 확인되었다! 과연 혜성에서 오로라가 펼쳐진 모습은 어떤 느낌일까? 혜성에서 발견된 오로라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지구의 극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오로라는 우리 지구의 자기장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흔적이다. 

 

펄펄 끓고 있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 태양은 쉬지 않고 태양계 우주 공간 사방으로 자신의 분비물을 분출한다. 태양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코로나 물질과 태양 폭발, 그리고 태양풍 속에는 높은 에너지를 품은 채 전하를 띤 많은 입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태양에서 빛의 속도로 탈출해 쏟아져 나오는 입자들은 고스란히 태양계 행성들로 곤두박질친다. 만약 지구에 자기장이 없었다면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과 입자들은 그대로 지상으로 융단폭격을 가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지구는 태양빛의 자외선으로 살균되어 그 어떤 생명체와 미생물도 지구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구는 내부에서 회전하는 핵이 자기장을 형성하는 발전기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그 발전기로 형성된 자기장 보호막으로 에워싸여 있는 지구는 태양풍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지구의 자기장은 햇빛으로부터 지구 표면을 지켜주는 일종의 선크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구 주변 자기장과 태양풍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오로라가 벌어지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 극지방에 집중된 자기장을 따라 태양풍 입자가 모이면서 지구 대기권 분자들과 충돌해 빛을 발한다. 이미지=Aurora Nights

 

태양에서 날아온 전하를 띠는 입자들은 지구 표면에 바로 추락하는 대신, 지구를 둥글게 감싼 자기장을 따라 빙빙 돌면서 지구의 극지방으로 모여든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 끝에 가면 자석의 자기력선이 높은 밀도로 한데 모여 있는 것처럼 지구의 자기장 다발 역시 극지방에 가면 높은 밀도로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지구의 자기장을 따라 흘러간 태양풍의 입자들은 극지방에 가득 쌓인다. 

 

이렇게 극지방에 모인 태양풍의 입자들은 극지방의 상층 대기권 속 산소 분자들과 부딪힌다. 그 결과 상층 대기의 산소들은 더 쪼개지면서 녹색 또는 붉은색의 독특한 빛을 방출한다. 우리가 극지방의 하늘에서 보게 되는 이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바로 오로라다. 오로라는 지구 상층 대기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지구 자기장의 치열한 방어전의 아름다운 상흔인 셈이다. 

 

우주 정거장에서 내려다본 지구의 오로라. 지상에서 올려다본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를 감싼 자기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영상=NASA

 

지구뿐 아니라 자신만의 자기장을 형성한 채 태양풍의 영향권 속에서 궤도를 돌고 있는 태양계 다양한 행성에서도 지구와 같은 자기장을 관측할 수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자랑하는 두 거대한 가스 행성 목성과 토성도 그 극지방에서 선명한 자외선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그 곁을 도는 작은 위성, 가니메데나 유로파와 같은 곳에서도 오로라가 확인된다. 

 

토성의 극지방에서 확인된 오로라의 장관. 사진=NASA, ESA, Hubble, OPAL Program, J. DePasquale(STScI), L. Lamy(Obs. Paris)


심지어 지구와 달리 이미 오래전 핵 활동이 멈춰서 지질학적으로 거의 죽었다고 생각되는 화성에서조차 미미하게나마 오로라가 포착됐다. 화성은 현재 자기장이 거의 없다. 오래전 해로운 태양풍에 그대로 노출되는 바람에 진작 그 대기권과 생명체가 다 사라졌다고 짐작되는 곳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화성도 지구와 비슷한 원리로 내부의 발전기 덕분에 그 주변에 꽤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화성의 지각에는 오래전 존재했던 자기장의 흔적을 미미하게 검출할 수 있다. 특히 화성의 남반구 고원 지역의 지각 위주로 자기장이 확인된다.

 

2003년 화성에 도착해서 탐사를 시작한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는 놀랍게도 화성에서 해가 지고 밤이 되었을 때 그 밤하늘에서 어렴풋한 자외선 빛을 확인했다. 113회에 걸쳐 화성의 밤하늘을 관측한 탐사선은 그 중 자외선 오로라가 춤추는 모습을 16번 포착했다. 화성 고도 약 137km의 높은 상층 대기권에서 자외선 오로라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태양풍 속 전자들이 화성의 대기 중 수소와 부딪히면서 오로라 섬광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한 애니메이션. 화성에서도 미미하게 남아 있는 자기장을 통해 태양풍과의 상호작용이 벌어진다. 영상=NASA/MAVEN/University of Colorado/LASP/Anil Rao

 

이후 NASA의 또 다른 화성 탐사선 메이븐(MAVEN)은 화성에서 태양을 향한 낮 쪽 하늘에서도 새로운 오로라의 존재를 확인했다. 태양풍과 함께 화성으로 쏟아진 양성자의 소나기들이 화성을 감싸고 있던 옅은 대기권 속 수소와 부딪힌다. 이때 태양풍의 양성자들은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하나씩 뺏어오면서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중성 원자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게 된 태양풍 입자들은 자기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 미미하게 남아 화성을 감싸고 있던 얇은 화성의 자기장 보호막은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대로 화성의 자기장 보호막을 뚫고 화성의 더 깊은 대기권 속으로 들어온 태양풍 입자들은 다시 화성 대기권 속 다른 분자들과 충돌하며 선명한 자외선 빛을 방출하게 된다. 

 

화성 탐사선 메이븐으로 확인한 화성에서 자외선 빛의 분포 지도. 오로라가 펼쳐질 때와 펼쳐지지 않을 때의 자외선 방출 양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NASA/MAVEN/University of Colorado/LASP/Anil Rao

 

이처럼 이미 오래전 자기장이 거의 다 사라진 화성에서조차 아직까지 양성자 오로라의 흔적이 발견된다. 그만큼 태양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번엔 더 놀라운 곳에서 오로라가 발견되었다. 바로 태양 주변을 홀로 외롭게 떠도는 도시 크기의 작은 얼음 덩어리 혜성이다. 이번에 오로라의 존재가 확인된 혜성은 지난 2014년 11월 최초로 인류의 탐사선이 직접 그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 역사적인 혜성 67P다. 

 

인류 탐사선이 착륙에 성공한 최초의 혜성 67P. 거대한 고깃덩어리 두 개가 합쳐진 듯한 독특한 모습이다. 혜성에는 표면에 착륙한 피레이 착륙선과 그 곁을 계속 맴돌며 탐사를 진행한 로제타 궤도선이 찾아갔다. 사진=NASA/ESA

 

혜성이 궤도를 돌며 태양 쪽으로 접근하게 되면 혜성의 핵에 얼어 있던 물질이 따스한 햇살에 녹아 증발된다. 그렇게 증발한 핵의 물질은 핵을 감싼 거대한 가스 구름을 형성한다. 혜성의 머리에 해당하는 코마다. 혜성이 빠르게 궤도를 도는 동안 코마 속 물질이 혜성이 움직이는 뒤편으로 길게 흘러가면서 긴 혜성의 꼬리를 그려낸다. 

 

혜성의 핵은 여러 유기 분자들과 물이 차갑게 얼어 있는 지저분한 얼음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겨울에 눈 온 다음날이면 제설 작업이 끝난 아스팔트 도로 구석에 지저분한 얼음 덩어리가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잿빛 얼음 덩어리가 도시 하나만 한 크기로 아주 크게 뭉쳐 있는 게 혜성의 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혜성의 핵이 증발하면서 생긴 코마에는 물 분자 성분이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다. 

 

혜성이 태양 쪽으로 접근하면 태양풍으로 쏟아져 나온 전자들이 혜성 코마 속의 물 분자를 때리기 시작한다. 태양풍 속 전자들이 물 분자와 충돌하면서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로 쪼개진다. 그 과정에서 독특한 자외선 빛이 방출된다. 

 

시간에 따라 세기가 변화하는 혜성의 자외선 빛의 변화 그래프. 이미지=Galand et al, doi: 10.1038/s41550-020-1171-7


당시 착륙선을 싣고 혜성 67P까지 날아간 로제타 탐사선에는 자외선 빛을 검출하는 앨리스(Alice) 장비가 함께 실려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앨리스 장비를 통해 포착된 자외선 빛의 변화로 혜성에서 그려진 오로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혜성이 궤도를 도는 동안 혜성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의 세기와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자외선 오로라의 세기 역시 변화한다.

 

혜성을 향해 쏟아진 태양풍 속 전자들의 세기 분포와 그 태양풍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방출된 혜성의 자외선 빛의 세기 분포. 이미지=Galand et al, doi: 10.1038/s41550-020-1171-7


물론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혜성에서의 오로라는 지구의 오로라에 비해서는 훨씬 초라하고 유지 시간도 짧다. 또 아쉽게도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자외선 오로라다. 하지만 이 작은 얼음 덩어리 혜성에서조차 확인된 오로라의 존재를 통해 우리는 태양계 우주 공간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태양의 엄청난 위력을 느낄 수 있다. 

 

느끼지 못하지만 사실 우리는 태양이 뿜어낸 분비물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다. 태양풍 입자로 가득 찬 바닷속에서 지구라는 둥근 잠수함을 타고 항해하는 셈이다. 그리고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 내 다른 행성과 위성, 심지어 혜성 역시 이 바닷속을 함께 항해하며 태양풍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오로라는 태양계에서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오로라는 태양계 내에서 태양풍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현상이다. 사진=NASA

 

현재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생각되는 보이저 탐사선은 인류 역사상 가장 멋지고 외로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천문학자들이 보이저가 태양계 경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한 근거 역시 탐사 로봇에서 태양풍 입자들에 의한 영향이 더 이상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진정으로 태양을 피하고 싶다면, 보이저 탐사선이 날아간 거리 정도까지 도망을 가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보이저 탐사선이 더 이상 태양풍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태양계 경계를 통과하면서 태양계 외곽에 쌓여 있던 입자들의 벽을 뚫고 지나갈 때 보내온 시그널. 영상=NASA/JPL-Caltech/University of Iowa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가까운 미래, 인류가 달이나 화성, 또는 더 먼 다른 천체로 우주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을 때 태양풍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 내다본다. 놀러가기 전날 일기 예보를 확인하듯이, 그 시대가 되면 태양풍이 얼마나 강력하게 불어나오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태양 폭발이 벌어질지 등을 체크하고 여행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확한 태양 활동의 모니터링과 예보를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개수의 모니터링 장비를 통해서 태양을 수시로 감시하고 태양풍의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혜성에서 발견된 오로라의 존재를 통해서 천문학자들은 혜성에서도 충분히 태양 활동의 영향력을 감지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가까운 미래에 이런 혜성과 소행성에 태양 활동 감시를 위한 장비들을 설치한다면 광범위하게 태양 활동과 분비물의 지도를 파악하고 태양 활동을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유럽의 솔라 오비터와 NASA의 파커 솔라 프로브 탐사선. 태양을 종일 바라보며 태양 활동의 양상을 감시하는 태양 모니터링 탐사선이다. 가까운 미래 인접한 천체로의 우주여행이 일상이 되었을 때 이처럼 태양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탐사의 중요성은 아주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지=ESA/ATG medialab; NASA/Johns Hopkins APL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태양계 우주 날씨를 체크하며 살아가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 그런 삶이 일상이 된다면 우리 인류는 태양계라는 더 거대한 세계의 일원으로 태양풍의 영향 아래 살아가고 있음을 더 쉽게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태양계에서 다른 행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태양풍은 우리가 미처 망각하기 쉬운 그 자명한 사실을 매일 일깨워주고 있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0-1171-7 

https://www.nasa.gov/feature/jpl/comet-discovered-to-have-its-own-northern-lights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Rosetta/Unique_ultraviolet_aurora_spied_at_Rosetta_s_comet 

https://www.sciencemag.org/news/2015/11/mars-has-its-own-version-northern-lights 

https://www.nasa.gov/press-release/goddard/2018/mars-proton-aurora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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