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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도 익일배송 '쿠팡발 속도대전'에 제조업체 긴장 까닭

기존 가구업체들도 부랴부랴 익일배송…납품업체에 단가 인하·마케팅비용 전가 우려

2020.10.31(Sat) 09:00:00

[비즈한국] 쿠팡이 또다시 경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번엔 가구다. 쿠팡이 대형가전 로켓배송 서비스인 ‘전문설치’를 ‘로켓설치’로 이름을 바꾸고 영역을 가구로 확대했다. 쿠팡이 고객의 니즈에 따라 소파·탁자·장롱 등을 직매입해 전문 기사가 다음날 가정에 방문해 직접 설치해주는 서비스다.

 

쿠팡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자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체들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 제조협력업체만 옥죈다는 비판도 나온다. 

 

쿠팡이 대형가전과 가구를 다음날 배송하면서 전문 기사가 설치해주는 ‘로켓설치’를 시작했다. 이에 결국 제조협력업체만 옥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비즈한국 DB

 

쿠팡이 가구 익일 배송 및 설치 서비스에 나선 것은 9월 18일부터. 미국 아마존이 2017년 가구 부문에 진출하면서 급성장한 것을 벤치마킹했다. 

 

대개 대형가전이나 가구 등 대형 내구재는 재고에 따라 제품 수급과 배송 스케줄이 결정되기 때문에 주문 후 배송까지 열흘 안팎 걸리던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쿠팡은 오후 2시 이전에 주문하면 이런 대형 내구재를 이튿날 받을 수 있고, 전문 기사가 직접 조립까지 한다. 고객 일정에 따라 2주까지 배송 날짜를 정할 수 있다.

 

쿠팡은 시장 확대를 위해 도서 산간 지역을 비롯한 전국 모든 지역에 무료 배송하고, 10만 원 안팎 비용이 발생하는 사다리차·계단 이동비용도 전액 쿠팡이 부담한다. 

 

쿠팡이 가구 시장 공략에 나서자 현대리바트도 10월 12일부터 ‘내일 배송’이란 익일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한샘은 7월부터 배송일을 고를 수 있는 ‘내맘배송’ 서비스를 통해 배송 및 시공 날짜를 1~30일 사이에서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했다. 이케아 역시 ‘근거리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국내 오프라인 매장 기준 20km 내외의 배송지에는 오후 2시전 주문 시 다음 날 배송해주고 있다. 

 

쿠팡을 비롯해 가구업체들이 속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구의 온라인 주문이 크게 늘어서다. 온라인 가구 쇼핑 거래액은 1538억 원(8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1% 늘었다.

 

이런 성장세에도 기존 가구업체들이 그간 익일배송을 못한 이유는 생산과 물류 문제 때문이다. 

 

가구처럼 부피가 큰 내구재는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대개 주문을 받으면 제작해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또 하청 업체들에게 제조를 맡기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여러 브랜드의 주문을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 제작 스케줄이 항상 유동적이어서 고객이 원하는 일정에 맞추기가 어려웠다. 물류창고 역시 브랜드사가 거점별로 창고를 임대해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익일 배상과 같은 서비스는 어려웠다. 

 

그러나 전국적 물류망을 가진 쿠팡이 가구 서비스 확대에 나서면서 기존 가구 회사들도 익일 배송할 수 있는 제품의 가짓수를 늘리고 물류 창고를 확대하는 등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지난 9월부터 시작한 로켓설치는 미국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한편에서는 이로 인해 제조사·물류 하도급에 대한 쥐어짜기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판매사들이 물건 납기일과 납품단가를 후려칠 수 있으며, 어느 한쪽이 플랫폼을 장악하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의 경우 최저가 상품과 로켓배송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는데, 이때마다 납품 업체에 단가 인하 압력을 강하게 행사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크린랩·영실업 등은 쿠팡에 납품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소 유통업체로서 쿠팡은 매력적인 판로지만 막상 들어가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단가를 요구한다. 판매량이 늘어나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도 쿠팡이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불공정 요구를 했다며 쿠팡과의 거래를 끊고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갑을 기업 간의 갈등이 가구 산업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 가구 브랜드에서 전문 제조사로 전환한 S 사 관계자는 “중소 가구업체로선 판매 채널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판매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 무료배송, 설치 같은 마케팅 비용이 협력사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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