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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통시장 배달 앱은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방이시장 앱 출시 한 달, 아직은 호응 크지 않아…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관건

2020.09.24(Thu) 17:01:26

[비즈한국]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전통시장 배달 앱이 여기저기서 선보이고 있다. 스타트업과 상인회가 힘을 합쳐 자체 배달 앱을 개발하기도 하고, 네이버·쿠팡이츠·배달의민족 등 유통 대기업도 잇따라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를 내놨다.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중소 배달 앱들의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경쟁은 치열한데 타깃 고객층이 불분명해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배달 가능하다는 방이시장 가보니…

 

방이 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식자재 주문이 가능해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방이 전통시장. 사진=김명선 기자


“아직 배달 앱 주문 요청을 한 건도 못 받았어요. 배달 앱을 한다고 해서 시장 홍보에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감에 서비스 하겠다고 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거든요. 원래 9~10월에 즙을 주문하는 손님이 많은데, 지금은 거의 없을 정도니까요. 원래도 인근 지역으로는 저희가 직접 배달을 해줘서 큰 효과는 없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보다 배달 요청이 더 없어요.”

지난 23일, 방이 전통시장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손 아무개 씨가 말했다. 코로나19로 매출액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배달 요청도 없어 손 씨는 마스크를 낀 채 ​​줄곧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방이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식자재 주문이 가능해진 지는 딱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전통시장의 건강원에서 판매하는 즙을 굳이 스마트폰으로 받아보려는 사람이 드물 거라 예상은 했다면서도 아쉬운 기색을 떨치지 못했다. 손 씨는 “차라리 임대료를 깎아 주는 방안이 낫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했다.

지난 5월 방이시장 상인회는 스타트업 케이포스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8월에 ‘방이 스마트 시장’ 앱을 선보였다. 앱을 통해 과일, 고기부터 전 등 먹거리까지 배달시킬 수 있다. 방이 스마트 시장 앱을 이용하면 송파지역 소비자들은 당일 주문 건에 한해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 2만 원 이상 배달 시 배달료는 없다. 배달 가능한 제품 대부분이 양이 많고, 또 그에 따라 가격도 나가기 때문에 2만 원을 넘기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시장을 자주 이용하는 송파지역 사람들이라면 꽤나 매력적인 앱일 것 같다. 밥을 차려야 하는데 반찬은 없고, 나가기는 귀찮은 주민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송파지역 주민들이 모인 맘 카페에는 앱을 이용해 식자재를 산 사람들의 후기도 종종 올라온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른 모양새다. 23일 오전 10시 30분경 방문한 방이시장은 썰렁했다. 배달 요청이 많았으면 배달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활기를 띠었을 테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인도 ​아직은 ​많지 않다. 100여 점포 중 12곳만 배달 서비스에 참여 중이다. 그러나 이들 가게도 기대만큼 큰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다. 한 과일가게 직원은 “어제는 한 건도 배송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초반이라 그런지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전혀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10년째 방이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영국 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20건 정도 배달했다.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 “기술만 들어온다고 다가 아니다”

 

최근 전통시장 배송 서비스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통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 사진=최준필 기자


방이시장 앱처럼 전통시장 배달 앱이 그야말로 ‘대세’다. 특히 유통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네이버는 2019년 1월 전통시장에서 파는 식자재·반찬·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서비스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 4월에는 쿠팡이츠가 서울 지역 시장에서 주문한 먹거리를 20분 안팎에 배송해주기 시작했고, 배달의민족도 지난 22일 앱 내에 ‘전통시장’ 카테고리를 열어 서울 전통시장 4곳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지만, 전통시장 배달 앱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방이시장 앱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한 ‘2020년도 전통시장 디지털 매니저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전문기관으로 선정된 스타트업 케이포스트가 테스트베드로 삼고 시범 운영 중인데, 현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물론 한 달 내에 잘되는 서비스는 없다. 현장에서 만난 케이포스트 관계자는 “아직은 배달 앱 이용률이 저조해 많은 매출이나 건수가 일어나지 않고, 상인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주 고객층이 고령층인 점도 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의 건강원 운영자 손 씨는 “이런 기술을 들여와도 노인 분들이 잘 이용할 수 있겠느냐. 50대인 나도 딸에게 부탁해 겨우 한다. 그마저도 우리 세대는 배달료가 붙는다는 게 아까워 조금 힘들더라도 가서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편”이라고 했다.

 

차별화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기술만 도입한, 특색 없는 서비스를 내놓았다가는 소비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광장시장이 신생 플랫폼 ‘파라스타’, 새벽배송 전문 스타트업 ‘팀프레쉬’의 손을 잡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15일부터는 빈대떡·과일·약과·육포 등을 새벽에 배송해주는 ‘차례상 새벽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포스트 관계자는 “당초 시장별로 앱을 복사해 운영하는 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 시장이 콘텐츠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 스마트 시장을 구축하기로 방향을 수정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케이포스트가 말하는 ‘통합 스마트 시장’이란 전국 수십 개의 전통시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마트 시장’이다. 예를 들면 대구의 특산물인 사과를 서울에 있는 방이시장에서 소비자가 두 눈으로 보고 구매를 결정하면, 대구에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직접 보내주는 방식이다. 판매 수익은 방이시장 과일가게 주인과 대구시장 가게 주인이 나눠 갖는다. 이렇게 하면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방이시장 상인회장은 “각 시장에 다른 지역 시장의 물품을 볼 수 있는 ‘생산자 로컬푸드 판매장’이 생긴다. 홈쇼핑이나 온라인 판매업체는 직접 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없으니 차별화가 된다”고 말했다. 결국 오프라인 고객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배달 앱이나 온라인을 통해 관심을 끄는 방안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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