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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플랫폼에 강경대응, 대한변협 달라진 행보의 배경

플랫폼 가입한 변호사 징계 추진, 변시 합격자수 축소 요구 등 '먹고살기' 힘든 현실 반영

2021.05.03(Mon) 12:16:54

[비즈한국] 회장이 새로 취임한 대한변호사협회의 행보가 남다르다. 변호사 소개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법안을 추진하는가 하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먹고살기 힘들어진’ 변호사 업계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같은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네이버 엑스퍼트, 로톡 등 변호사 소개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진’ 변호사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사진=네이버 엑스퍼트, 로톡 화면 캡처

 

#상담 20분에 2만 원? 플랫폼 성장에 대한변협 강력책 

 

최근 2~3년 사이 변호사들 사이에서 가장 화두가 된 플랫폼은 로톡(Law-talk)이다. 로톡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서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한다. 로톡은 수수료를 받는 대신 변호사들이 지불하는 광고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삼는다. 2014년 출시 이후 현재 가입한 변호사가 4000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한변협은 최근 이 같은 변호사 소개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에 의한 법률 사무를 금지한 변호사법에 따르면 이들 플랫폼은 위법이고, 변호사가 이 플랫폼을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변호사 윤리의무 위반이라는 게 대한변협의 판단이다. 당초 대한변협이 해당 플랫폼 기업들을 형사고발 했던 것을 넘어, 이제 회원(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사건을 선임할 수 있게 해주는 로톡뿐 아니라, 최대 10명의 변호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비교한 후 화상 상담을 할 수 있는 로앤굿(Law & Good), 원하는 변호사를 골라 온라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네이버 엑스퍼트(eXpert) 등을 겨냥한 정책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로톡 등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플랫폼 업체들을 통한 사건 수임을 막겠다는 회장의 의지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각종 플랫폼 소개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변호사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했고 그러다 보니 상담료나 선임료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나도 어쩔 수 없이 가입하기는 하지만 상담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놀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네이버 엑스퍼트 등에 들어가 보면 변호사와 20분간 전화나 원격으로 상담하는 데 1만~2만 원인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법률 서비스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업계에서는 ‘더 먹고살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본질은 ‘변호사 수’ 로스쿨 학생들 반발 

 

대한변협은 본질적인 문제를 변호사 수 급증으로 보고 이를 제한하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했다. 로스쿨 제도 안착 후 매년 15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올해 처음으로 변호사 3만 명 시대가 열렸다. 5년 만에 2만 명에서 3만 명으로 급증했는데, 대한변협은 변호사 시험을 관리하는 법무부에 ‘합격자 수 감축’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변호사들의 이익을 챙겨달라는 호소가 아닌 대량공급으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의 권익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올해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700명 수준이 아닌, 1200명으로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자체적으로 실무 연수 규모도 줄이기로 확정했다. 변협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예정한 바와 같이 연수인원을 최대 200명으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신청이 있을 경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실무연수자를 선정해 진행하겠다”며 지난해 700여 명에게 제공했던 연수 기회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현행 변호사법에 따라 6개월 이상 법원이나 검찰, 법무법인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연수를 받아야만 법률사무소 개업 및 사건 수임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합격자 1768명 중 789명이 실무연수를 신청한 바 있다. 변협에서 200명으로 실무연수 인원을 제한하면 약 500명의 합격생은 ‘변호사 자격증’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 회장과 가까운 법조인은 “변호사 수가 많으면 뭐 하나. 사건이 그만큼 늘지 않으면 변호사들 간의 경쟁만 심해지면서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는 게 지금 대한변협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관계자 역시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로 사건이 많이 넘어가면서 변호사 수임 케이스는 많이 줄었는데, 그에 비해 변호사 수는 너무 늘어나 소형 로펌 등에서 월 300만 원만 준다고 해도 일하겠다는 변호사가 줄을 섰을 정도”라며 “최근 대한변협의 조치들은 대다수 변호사 회원들의 ‘먹고살 수 있는 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로스쿨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 원우협의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희생되는 로스쿨 학생들을 조명해달라”며 대한변협의 행보를 비판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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