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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수영 대신 라운딩…MZ세대에 부는 골프 열풍

비대면‧개성 표출 가능…2030 골프 입문 급상승하자 업계도 '골린이' 잡기 나서

2021.07.09(Fri) 18:28:26

[비즈한국] ‘2030 골린이가 뜬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국내 골프 호황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다. 골린이(골프+어린이)는 골프에 갓 입문한 초보골퍼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중장년 남성들의 스포츠로 여겨지던 골프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내 스포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는 골프가 이들의 새로운 놀이 문화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대면이 가능하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들이 골프에 입문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직장인 정 아무개 씨(33)는 골프 경력 10개월 차의 초보 골퍼다. 정 씨는 새벽 수영을 즐기던 자타공인 ‘수영인’이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골프로 눈을 돌렸다. 방역 단계가 바뀔 때마다 수영장 문이 열고 닫기를 반복해 꾸준히 운동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기도나 부산 등지로 ‘원정수영’을 떠나는 대신 주말에 지인들과 필드에 나간다. 정 씨는 “주변 다른 ‘수영인’들도 테니스나 자전거 라이딩으로 돌아섰다. 장비가 비교적 간단했던 수영에 비해서 비용 부담이 있긴 하지만 라운딩을 돌면서 느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골프 인구 저변 확대…관련 업계 들썩

 

코로나19 이후 국내 골프 인구는 큰 폭으로 늘었다. 20대부터 40대의 유입이 두드러진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전년 대비 46만 명 증가한 515만 명으로 추정된다. ​스크린골프장 업체 ​골프존의 분석에 따르면 3년 이하 신규 골프 입문자 중 2040세대 비율이 65%에 달한다.

 

이에 작년 한 해 골프 시장도 들썩였다. 유원골프재단에 따르면 골프장, 골프용품, 골프 관련 인력 등을 포함한 국내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4조 2342억 원으로 추정된다. 2017년 처음 12조 원대에 들어선 후 성장세가 정체되다가 3년 만에 급성장했다. 골프존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1.2% 늘어난 281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MZ세대 골퍼들을 사로잡기 위해 패션, 유통업계가 가장 발 빠르게 나섰다. 신규 브랜드를 유치하고 매장을 개편하는 등 마케팅 격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본점 6층 골프웨어 매장을 기존보다 30% 늘려 리뉴얼하고 젊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들을 신규 입점시켰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도 골프웨어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골프웨어 판매를 시작했다. 코오롱FnC와 한섬 등 패션 업계는 골프라인 컬렉션을 새롭게 론칭했다. 

 

업계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실제 매출 데이터가 젊은 골퍼들의 시장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어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현대백화점 골프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135.4% 성장했다. 이 가운데 30대가 153.2%, 20대가 145.6%로 눈에 띄게 늘어 평균 신장률을 웃돌았다. 롯데백화점의 2040 연령대별 매출 신장률도 30대가 76%로 가장 높았으며 40대와 20대가 각각 67%, 53%를 차지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개별 상품 건으로 따지면 골프가 가장 핫하다”며 “여전히 매출을 주도하는 세대는 소비력이 강한 40대지만 2030세대의 신장률이 급등세고 이들의 소비력이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해 마케팅과 MD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MZ가 골프에 꽂힌 이유

 

2030세대 골프 입문자들에게 골프를 치는 이유를 묻자 한목소리로 ‘재미’를 꼽았다. 이 외에도 골프가 2030의 레저로 확산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20대 유다인 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야외 골프연습장을 찾는다. 구력은 약 6개월이다. 부모 권유로 시작했지만 운동이 곧 여행이 되는 골프의 매력에 빠졌다. 유 씨는 “넓은 필드로 라운딩을 나가면 여행 온 기분이 들고, 홀마다 난이도가 달라 매번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MZ세대의 골프 유입이 크게 늘자 유통업계는 리뉴얼, 마케팅 강화 등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6월 전면 리뉴얼한 롯데백화점 본점 6층 골프 매장. 사진=강은경 기자


실내 스포츠 활동에 유례 없는 제약을 가져온 코로나19는 골프를 대안 스포츠로 자리 잡게 만든 주요 요인이다. 소수 인원이 넓은 야외에서 즐기는 골프의 특성상 지인과 함께 즐기면서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골프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고 평가받는 스크린골프의 경우 지인 몇몇과 한 공간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하기 쉽다는 점이 통했다. 해외여행길이 막혀 여가에 쓸 자금력이 강화된 것도 한몫했다. 오상엽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MZ세대가 여윳돈으로 골프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골프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8월 골프에 입문한 20대 박 아무개 씨는 “골프는 여유 있는 사람들만 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제대로 시작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당장은 중고거래 앱을 통해 저렴하게 연습용 장비들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박 씨 사례처럼 개성과 가치에 투자하는 것을 즐기는 MZ세대의 성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골프의 클래식하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해석이다. 오상엽 연구원은 “주로 비즈니스 관련 친목도모를 위해 골프를 즐겼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운동 목적뿐 아니라 화려한 골프 웨어와 아이템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또 하나의 채널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세대 사이에는 보통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떠나는 문화가 있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히고 외부 활동을 하는 것에도 제약이 따르다보니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아나선 것”이라면서 “럭셔리한 가치를 소비하고 그 이미지를 갖고자 하는 열망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골프장과 유통업계들도 2030세대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면서 반응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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