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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주위 모든 것이 놀잇감, 전남 광양 농부네텃밭도서관

도서관엔 어린이책, 연못엔 줄배, 마당엔 짚라인과 나무집까지 신나는 놀거리 가득

2021.09.23(Thu) 10:10:42

[비즈한국]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의 ‘농부네 텃밭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자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는 모험 놀이터다. 작은 연못에서 줄배를 타고, 그 위에선 줄을 타고, 마당 위를 날아 다니는 미니 짚라인도 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서재환 관장이 손수 만든 놀잇감들이다. 놀다 지치면 어린이 책만 수천 권이 있는 도서관으로 들어가 책을 읽으며 논다. 입장료도 이용료도 없이 일 년 365일 24시간 개방하는 농부네 텃밭도서관은 주말이면 도시 손님들이 찾는다.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의 ‘농부네 텃밭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자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는 모험 놀이터다. 작은 연못 위에서 줄을 타는 어린이. 사진=구완회 제공

 

#자연의 모든 것이 놀잇감으로

 

이름처럼 진짜 농부네 텃밭에 자리 잡았다. 이름과는 달리 도서관보다 놀이터에 가깝다. 모두가 비슷비슷한 아파트 놀이터가 아니라, 동화책에서 본 듯한 신나는 모험 놀이터.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의 ‘농부네 텃밭도서관’에선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된다. 마당의 잔돌로 땅따먹기를 하고, 자그마한 언덕에서 사계절 썰매를 타고, 꽃반지도 만들고 강아지랑도 논다. 조금 색다른 놀이도 있다. 연꽃 사이로 아담한 연못을 가로지르는 줄배는 농부네 텃밭도서관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배는 아이들 서넛쯤 타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고, 연못은 아이들 허리춤 깊이라 안전하다. 

 

연못가 감나무와 느티나무를 잇는 줄을 타고 아슬아슬 연못을 건널 수도 있다. 보기엔 무서울 것 같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면 대여섯 살 아이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마당 위를 가르며 날아가는 미니 짚라인을 타려면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속도가 크게 빠르지 않아 어린 아이들도 신나게 탈 수 있다. 

 

농부네 텃밭도서관이 이곳에 처음 문을 연 것은 20여 년 전. 그 전부터 지역에서 마을 문고를 운영하던 서 관장이 자신의 집 텃밭으로 도서관을 옮겨온 것이 시작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농부네 텃밭도서관에 있는 세계 최초 경운기 이동 도서관. 사진=구완회 제공

 

이 모든 놀잇감이 서재환 관장의 작품이다. 몇만 원을 내고 타는 수십 미터 높이의 짚라인이 아니어도 아이들은 충분히 즐겁다. 이렇게 놀다가 지칠 때쯤 되면 안으로 들어가 책을 읽는다. 예전보다는 줄었다지만 텃밭도서관에는 지금도 수천 권의 어린이 책이 고사리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초등학교와 유치원 단체 손님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덕분에 한적해진 공간에서 안전하게 놀다 갈 수 있어 좋다. 

 

#따뜻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아이들 웃음소리

 

농부네 텃밭도서관이 이곳에 처음 문을 연 것은 20여 년 전. 그 전부터 지역에서 마을 문고를 운영하던 서 관장이 자신의 집 텃밭으로 도서관을 옮겨온 것이 시작이다. 그러면서 ‘농부네 텃밭도서관’이라는 멋진 이름을 짓고 책에서 놀이 위주로 운영 콘셉트를 바꿨다. 농촌의 아이들이 점점 줄어든 것이 계기였다. 전보다 좋아진 학교 도서관도 한몫했다. 

 

몇만 권에 이르던 장서를 어린이 책 몇천 권만 남기고 정리하는 대신 마당과 연못을 이용해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시설들을 손수 만들었다. 모두 서 관장이 어려서 놀던 것, 책을 보며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마당 한편 굵은 느티나무 위의 나무집도 서 관장의 솜씨다. 어려서 읽은 동화책 속 나무집을 몇 해 전 뚝딱뚝딱 만들었다. 누구나 올라가서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고, 원하면 나무향이 솔솔 풍기는 아담한 방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서 관장이 ​마당 한편 느티나무 위에 뚝딱뚝딱 손수 만든 나무집. 숙박도 가능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농부네 텃밭도서관에는 입장료도 놀이기구 이용료도 없다. 평일 단체로 찾아오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손님들에게만 1인당 2000원의 입장료를 받을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서 관장의 본업이 농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장독대를 가득 채운 항아리 속에는 직접 농사를 지은 매실 장아찌와 매실청, 된장, 고추장 등이 익어가고 있다. 

 

농부네 텃밭도서관이 입소문을 타자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늘면서 점점 손 가는 일이 많아져 요즘은 민박을 하고 식당을 여는 등 수익 사업도 병행한다. 직접 담근 장아찌와 장류뿐 아니라 유기농으로 키운 농산물도 판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도서관에서 키운 서 관장의 자식들이 잘 커 주었듯이, 이곳을 찾는 아이들도 즐겁게 놀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도 농부네 텃밭도서관에는 따뜻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연꽃 사이로 아담한 연못을 가로지르는 줄배는 농부네 텃밭도서관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배는 아이들 서넛쯤 타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고, 연못은 아이들 허리춤 깊이라 안전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농부네텃밭도서관 

△위치: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 청도길 19

△문의: 010-4606-5025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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