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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라임 사태 2년 6개월, '몸통'은 해외서 부동산 매각 시도

검경·인터폴 따돌리며 해외 도주한 김영홍 회장…3주 전 직원에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폐쇄’ 직접 지시

2022.04.20(Wed) 12:52:32

[비즈한국] 라임자산운용에서 1조 6000억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2년 6개월, 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2월 라임자산운용(라임)은 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 받았고, 일부 사건 연루자들은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라임 사태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핵심 인물의 검거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라임의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이인광 에스모 회장이 여전히 해외로 도피 중이기 때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측근 정 아무개 씨가 해외에서 검거돼 지난 1월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과 14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라임으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의 명목으로 약 35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김 회장은 2019년 10월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취를 감추고 해외로 도주했다. 해외 도피 직전에는 현직 검사, 재계 인사 등과 석연찮은 술자리를 가져 법조계‧정재계 로비 의혹도 받고 있다.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검사 술접대’ 의혹과는 별개다.

 

김 회장이 검찰의 추적과 인터폴 적색 수배를 피해 오랜 시간 도주 중일 수 있는 배경에는 이슬라리조트 카지노가 있다. 필리핀 막탄섬에 위치한 이슬라리조트는 메트로폴리탄 채 아무개 공동대표가 계열사들로부터 300억 원을 대여 받아 리조트 매각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플루토 FI D-1호→메트로폴리탄→이슬라리조트 순서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 셈이다. 

 

#도피 중 "카지노 문 닫아라" 직접 지시한 김 회장

 

이슬라리조트와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그간 김 회장의 도피 자금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카지노 운영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김 회장의 도피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 김 회장의 사촌 형인 김 아무개 씨가 이슬라리조트에 등장해 카지노를 폐쇄하고 매각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메트로폴리탄 제주법인과 메트로폴리탄씨앤디, 메트로폴리탄 등 관계사들의 등기부에도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그가 과거 라움 부회장 직함으로 사용하던 명함.


비즈한국은 김영홍 회장이 이슬라리조트 직원에게 카지노 폐쇄를 직접 지시하는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해당 통화 녹음 파일은 김 회장의 불법 도박장 운영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고발인이 경찰에 제출한 증거 자료로, 약 3주 전인 3월 말 녹음된 것으로 전해진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이슬라리조트 직원 A씨에게 김 회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던 중 “회장님과 연결됐으니 통화한 번 해보라”며 김 회장을 통화에 참여시킨다. 통화에 참여한 김 회장이 A 씨에게 몇 가지 업무를 처리했는지 확인하자 직원 A 씨는 “시간을 더 달라. B 사장이 어떤 분이신지 아시면서 당장 쫓아내라고 하느냐”고 답한다. 이어 A 씨는 김 씨에게 “김 대표님, 회장님 말씀 듣고 연결만 해 달라. 3자 대화도 사실은 불편하다”며 도피 중인 김 회장과의 3자 통화 연결에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그러자 김 회장은 다시 등장해 “분명히 이야기한다. 네가 할 일은 정 대표님이 돈 안 받았다는 증거만 대면 된다”며 “C에게 연락해 카지노 문 닫아라. 셔터 내려라”고 강조한다. 김 회장이 언급한 ‘정 대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김 회장의 측근이자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총괄 대표였던 정 아무개 씨로 추정된다. 

 

김영홍 회장의 측근이자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운영자인 정 아무개 씨는 불법 도박 개장 혐의로 지난 1월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 국내 송환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총괄 대표로 있던 정 씨가 온라인 아바타카지노(원격 도박)를 국내에 송출해 320억 원 가량의 불법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지난 1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사촌 형 내세워 이슬라리조트 점유하고 실권자 행세​매각 시도

김 회장의 사촌 형 김 씨는 카지노 대표였던 정 씨가 국내 송환된 이후 다수 권리 관계가 얽혀있는 이슬라리조트를 점유하고 이를 매각하기 위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슬라리조트 법인의 지분 대부분이 허수아비 현지인 주주인 ‘더미’ 소유인만큼, 실제 권리관계보다 리조트를 점유해 실질적인 주인임을 주장하고 더미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자국민의 사업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 사업에 투자할 경우 40% 이상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때문에 외국인이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불법으로 현지인 명의를 빌려 허수아비 주주 ‘더미’를 내세운다. 

 

이슬라리조트 전경. 김 회장의 불법 도박장 운영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고발인​에 따르면 현재 이슬라리조트는 김 회장의 지시에 의해 폐쇄됐다.


지난해 이슬라리조트의 GIS(등본·주주명부)의 최대주주 변화에서도 현재 이슬라리조트 실소유주의 불명확성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슬라리조트의 토지‧건물을 소유하는 ‘테라법인’ GIS 주주명부에서는 종전 39.99%를 보유하고 있던 채 아무개 메트로폴리탄 대표의 지분이 10%로 줄어든 반면, 갑자기 등장한 ‘SKSH 패밀리 주식회사’라는 필리핀 현지 법인의 지분이 75%로 확대됐다. ‘SKSH 패밀리 주식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35%를 보유한 정 씨(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총괄 대표) 이지만 나머지 주주는 모두 필리핀인들이다. 더미의 지분율이 높아진 셈이다.

 

현지에서는 김 회장이 김 씨를 내세워 이슬라리조트를 점유하고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수 해외 정켓(카지노 고객유치 영업)업자들과 카지노 매각을 협의하다 최근 매각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슬라리조트는 라임 자금으로 불법 인수된 시설인 만큼 라임의 채권 목록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이보다 앞서 이슬라리조트 사기 분양으로 피해를 입은 채권자들 또한 존재한다. 

 

이와 관련 이슬라리조트 채권자들을 대리해 채권 추심을 벌이며 김 회장을 추적 중인 백왕기 변호사는 “이슬라리조트는 현재 여러 곳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주주 또한 여러 세력으로 혼재돼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씨는 김 회장 측이 불법적으로 이슬라리조트를 점유, 매각하기 위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필리핀 정부가 ‘더미방지법’으로 허수아비 현지인 주주를 내세우는 불법 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어 김 회장의 매각 시도는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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