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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토지수용권 없는데 조합만 우후죽순…오세훈표 '모아타운' 대상지 가보니

노후주택 50% 이상으로 '재개발' 요건보다 수월…보상 기준 불확실하고 다가구 주택 반대로 난항

2022.05.17(Tue) 17:04:23

[비즈한국] 지난 5월 6일 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에 사는 A 씨는 구청에서 보내온 공문을 받았다. 모아타운 공모신청 대상지 주민의견을 조사하니 찬성, 반대 중 의견을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A 씨는 고민에 빠졌다. 모아타운이 뭔지도 모르는데 의견을 보내라니. 이웃집과 논의해봐도 재개발 사업과 비슷하다는 결론만 나왔다.

 

서대문구청이 천연동 일대 주민에게 발송한 모아타운 공모신청 관련 공문.  사진=주민 제보


섣불리 찬성 의견을 보냈다가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불안감만 커졌다. 구청에 전화도 해봤지만, 의견 조사일 뿐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오세훈표 모아타운…재개발과 차이점은?

 

모아타운은 오세훈 시장표 주택공급 정책이다. 다가구·다세대 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중층 아파트를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다. 재개발 요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후주택이 50% 이상이고 10만 ㎡ 미만인 지역을 모아타운으로 지정해 2026년까지 신규 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8~10년이 걸리는 재개발, 재건축에 비해 모아타운 사업은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 승인, 관리처분계획인가 절차가 생략돼 2~4년이면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모아주택을 구역별로 지정해 개별적으로 정비가 이루어지는데, 규모와 주택 종류 등에 따라 △자율주택형 모아주택 △가로주택형 모아주택 △소규모 재개발형 모아주택 △소규모 재건축형 모아주택 등 네 가지로 진행된다. 

 

서울시 강북구 번동 일대 모아타운 시범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강북구 번동 일대 5만 5000㎡와 중랑구 면목동 일대 9만 7000㎡를 모아타운 시범사업으로 지정해 각 1262세대, 1142세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 4월 21일 강북구 번동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 수립안과 1∼5구역의 가로주택정비사업시행계획안이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모아타운이 현재 부동산 시장에 맞는 맞춤형 개발이라고 분석한다.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주택 공급이 저조한 상황에서 빠르게 개발이 이뤄져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존 재개발에 비해 공공 주도의 공공성을 전제하면서 속도를 높인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연계된 부분이며, 좋은 취지라고 본다. 다만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모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로는 굉장히 좋은 사업이라 생각한다. 주택 문제가 심각해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재개발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힘들다. 이를 블록 단위로 묶어 큰 단지를 형성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의견 수렴 빠져…토지수용권 없어 사업 지연될 수도

 

전문가들의 긍정적 평가에 비해 사업 대상지 주민들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했다. 지난 2월 서울시는 자치구를 대상으로 모아타운 선정 공모를 진행했는데, 30곳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부분의 자치구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서대문구 역시 공모 신청 후 주민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단순히 주민의견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다. 선정 과정에 필수 절차이거나 이에 따라 사업이 결정되는 형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A 씨는 “오세훈 시장을 지지해 찬성 의견을 보내긴 했지만, 모아타운이 어떤 사업인지 설명이 없어 혼란스럽다. 내가 가입한 주택연금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속하게 진행되는 사업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나 사업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4월 15일 ‘모아주택·모아타운’ 안내서를 발간했다. 그러나 이미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한발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아타운 선정 후 구역별로 어떤 모아주택으로 추진될지도 확실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서대문구 B 공인중개사는 “선정될지 미지수라 주민들 반응이 제각각이다. 매물을 다소 비싸게 내놓기는 하는데, 매매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북구 번동 일대 모아타운 시범지역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모아타운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강북구 번동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강북구 E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심의만 끝난 상태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 F 씨 역시 “보상 기준이나 정부지원 기준 등이 명확히 전달된 바 없어 불안한 상태다. 여기도 일부 주민들 주도로 조합이 만들어졌는데, 노령층이 많아 개발하더라도 크게 도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대문구 C 공인중개사는 “인근 개발 지역 아파트 시세가 4년 만에 3배 올랐다. 그걸 노리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인데, 주민들 사이에 주도권 싸움도 심각하다. 모아주택은 소규모로 진행되는데 같은 지역 내 불균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모아타운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서대문구 D 공인중개사는 “특정 부동산이 주도해서 일부 지역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끼리 경쟁도 심화됐다. 다가구 주택을 소유한 주민은 개발을 통해 아파트 한 채 입주권을 갖는 건 이익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 찬성·반대 비율도 비슷하다. 매물 시세도 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E 공인중개사 역시 “주민 반응은 굉장히 갈리는데, 다가구 소유자 중 노인들은 지금 개발을 해봤자 본인들은 혜택을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일부 부동산과 주민들이 결탁해서 사업을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주택가에 걸린 모아타운 추진 홍보물. 사진=전다현 기자


상가 세입자에 대한 보상방안 등도 명확하지 않아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강북구에서 세탁소를 하는 G 씨는 “세입자라 진행사항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 여기서 계속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2~4년 안에 개발될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있다. 강북구 주민 H 씨는 “(개발을) 좋아하는 주민도 있지만 다가구 주택 등 빌라 소유자는 이익이 없다고 본다. 조합장도 구역마다 각각 있어 의견이 합치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제야 설명회 등을 진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북구 번동 주택가에 부착된 모아타운 진행 관련 정기총회 공고. 사진=전다현 기자


모아타운 지정을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80% 이상,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미동의 소유자의 용지를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토지수용 등의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특별시 주택정책실 전략사업과 관계자는 “재개발과 달리 이 사업은 동의하지 않는 소유자에 대해 토지수용권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매도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데, 재판 결과가 나와야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2025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써는 언제까지 끝낼 수 있다고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도청구소송 등이 진행됐을 때 사업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오세훈 시장의 공약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재선 결과에 따라 사업 유지 여부가 달려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세훈 시장의 임기는 올해 6월 30일까지인데, 서울시에서 선정하는 모아타운 대상지 역시 6월 말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대문구 주민 I 씨는 “개발이 되면 좋겠지만 (오 시장이) 재선이 안 됐을 때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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