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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미래의학]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적인가, 동지인가

코로나 등 신종 병과 악성·만성 병 느는 지금, 양한 협력 통한 한국형 융합의학 필요

2022.08.09(Tue) 09:51:05

[비즈한국] 필자는 1998년 보건복지부 강의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융합하면 지구상의 어떤 의학보다 가장 ‘힘센’ 의학이 한국에서 창출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여 난치질환에 관한 융합의학 임상연구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의료 여건상 매우 어려운 두 의학의 실질적인 병행치료라는 귀중한 연구가 시작됐다. 많은 대학이 지원했으나 필자의 병원이 선정되었고, 연세대, 순천향대, 동국대, 서울의료원과 손을 잡고 간암과 위암, 만성 전립선증후군, 베체트병을 택하여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각 질환자 40명을 대상으로 20명은 의대 병원에서 양방 단독 치료를 하고, 20명은 한방 치료와 병행하는 방식이었다. 간암과 위암의 경우 한방 치료를 병행한 군에서 백혈구 수치 향상, 모발 탈락 감소, 식사 양호 등 좋은 결과를 냈다. 정부는 이에 고무되어 2차 연구 프로젝트(B형간염, 치매, 알레르기성 비염)와 3차(간경변, 관절염, 동서협진 프로토콜 개발) 연구까지 제시했다. 모두 필자의 병원이 선정되었고 대부분 병행 치료군이 양방 단독 치료군보다 우수한 성적을 냈다.

 

비록 연구 기간이 짧고 이중맹검(Double blind, 연구자와 환자 모두 약이 진약인지 위약인지 모르게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 등 완벽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두 의학의 융합 방법론을 찾는 데 통찰력을 얻는 기회가 되었다.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 코로나 변이와 악성·만성 질환 등 최근 질병 상황이 우려되는 만큼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융합이 더더욱 필요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주목할 것은, 연구 과제에 한방이 항상 오해받는 간암, 간염, 간경변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순천향대와 진행한 B형간염 연구는 오해가 깊어 쉽지 않았지만, 필자가 제시한 4가지 한방 치료법을 받아들여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간염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싫어하는 환경을 조성해서 스스로 역가를 떨어지게 했고, 간장은 혈액을 잔뜩 품은 장기라 혈액 순환이 안 되면 악화되기 때문에 혈액 순환 약물을 투여했으며, 해독 장기인 간장에는 많은 독소가 간에 유입되는데 간염 상태에서는 독소로 간 손상이 진행되므로 해독과 독소 배설을 촉진 용법을 적용했고, 바이러스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버섯 추출 면역 다당체를 투여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한방 치료법이 의대 교수들의 공감을 얻어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임상연구 중 해프닝이 발생했다. 환자들이 시위한 것이다. 언제는 한약 먹지 말라더니 이제는 한약 좋다며 먹으라 하니 우리가 실험용 쥐냐?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교수들이 필자가 개발한 간염 한약은 전문적인 치료제로 안전하니 복용해도 좋다고 설득했다. 신뢰를 통해 진행된 간염 협진 치료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간경변 동물 실험은 섬유화 진행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놀라운 결과가 나와 많은 뉴스 보도와 함께 간질환에 대한 천연물 신약 특허도 얻었다. 

 

필자의 병원에는 내시경에 나타나지 않아 신경성, 역류성으로 분류되어 진단과 치료가 안 돼 평생 고생하는 위장병 환자들이 온다. 필자가 점막이 아닌 점막 이면조직이 손상되는 위장병(‘담적증후군’으로 칭함)을 발견해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서다. 아무리 치료해도 안 낫는 위장병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2, 3개월에서 6, 7개월이면 낫고, 음식만 조심하면 잘 재발하지 않는 근본치료에 가깝다. 그런데 치료 도중 환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질문이 있었다. “이렇게 한약 오래 먹어도 간 괜찮아요?” 

 

한방에 대한 불신과 폄하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양의사 대부분은 한약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길 수 있고, 심지어는 한의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한의학이 이런 오해를 받는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40여 년 전 한방 수요가 급증할 때, 관리되지 않은 한약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어와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 게 불신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간염에 걸려도 피곤함 외에는 외견상 환자에게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혈액검사를 할 수 없는 한의로서는 보약을 사용하게 되는데, 간염에 보약을 쓰면 순간적으로 수치가 올라간다. 이런 실수로 불신이 더 커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와 한의사협회가 한약재를 철저히 관리해 안전성이 보장되고, 간질환이나 암, 신장병 등 약에 예민한 질환에 쓰는 천연 전문 치료제가 개발되어 한의사에게 검사할 수 있는 길만 열어주면 엉뚱한 부작용 사례는 없어질 것이다.

          

필자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강변하려는 게 아니다. 최근 들어 만성, 악성, 노인성, 코로나 변이 등 질병 상황이 심히 우려되지만, 첨단을 걷는 서양의학도 이의 예방이나 치료 대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미국 독일 등 선진 의료국가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완·​대체의학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두 의학 협력을 통한 더 나은 의학 창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두 의학이 손을 잡고 융합의학을 펼친다면 오늘날 부딪히는 의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 건강을 더 온전히 이끌 수 있음을 확신한다. 얼마든지 관리될 수 있는 한방의 부작용 사례 때문에 미래 의학의 보고(寶庫)를 포기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두 의학은 영영 적으로 싸울 것이다. 적인 것 같지만 융합만 잘하면 동지가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한의학은 배경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있고, 질병의 국소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의 문제 파악에 능하며, 몸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내는 등 서양의학의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의학과 서양의학 공히 훌륭한 교육기관과 유능한 인재 인프라를 갖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융합의학을 훌륭히 세워나갈 수 있다. 이에 국민 생명 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한국형 융합의학을 세우겠다는 비전을 품어야 할 것이다. 

 

융합을 통해 구현될 향후 의학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또는 ‘질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해 생물학적, 조직세포학적 육(肉)의 개념을 넘어 몸과 마음, 혼(魂)과 영(靈)이라는 생명 요소 모두를 포괄하는 통전적 생명관의 토대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 서양의 과학적 정보와 동양의 직관적 통찰을 아우르는 노력으로 한의학의 기능적·전제적·​배경 파악의 장점과 서양의학의 기질적·​미세분석·​현상 치료의 장점을 화학적으로 융합해 숲(한방)도 보고 나무(양방)도 보며, 현상도 치료하고 병의 배경도 치료하고, 병의 보이는 것도 다루고 보이지 않는 것도 진단 치료함으로써 온전한 미래의학을 열어나가는 것이다.  

 

오늘날 21세기 문명의 특징은 그동안 다른 방향으로 달려오면서 적이 되었던 동서 문명이 서로 교합하고 하나로 향하는 데 있다. 즉 너와 나의 이분법적 갈림 없이 서로가 지닌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인정하고 상호 협력하여 더욱 나은 미래 지향적 통합문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융합의 정신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가장 필요한 패러다임이며, 향후 세계를 이끌 수 있는 로직이다.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바야흐로 융합 모형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대립적이던 서양의학과 한의학도 이제 통합의 틀 속에서 상호 보완의 접목이 이루어짐으로써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두 의학의 우열을 가리거나 불신, 배척, 폄하하는 것은 부질없고 반(反)의료적이랄 수 있다. 활개 치며 다가오는 21세기의 신종병 앞에서는 각자 완전치 못하다는 학문적 겸허함을 가지고 국민 생명 앞에서 오직 포옹하고 함께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 최서형 박사는 양의학과 한의학을 융합하여 최고의 미래 의학을 구현하기 위해 1992년 양·한방 협진병원을 설립하고 두 의학 융합 방법론을 창안했다. 이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의 신지식인 의료계 1호로 선정됐다. 현재 담적 전문병원인 위담한방병원과 암, 치매,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충주위담통합병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서형 위담한방병원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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