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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에너지는 적게, 더 시원하게' 냉방의 미래를 연구합니다

전례 없는 폭염에 유럽도 냉방기 수요 폭발…에너지 손실과 지속 가능성까지 잡으려는 스타트업들

2022.08.08(Mon) 14:44:17

[비즈한국] 기후 위기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형으로 보인다. 초여름인 6월부터 유럽은 전례 없는 폭염과 자연재해로 골머리를 앓았다. 프랑스는 6월 중순부터 남서부 대부분 지역의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찾아왔다. 이렇게 이른 시기에 폭염이 찾아온 것은 1947년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프랑스 정부와 지역 당국들은 야외 활동을 금지하거나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실내 활동도 금지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유럽의 여름은 덥기는 하지만 건조한 편이기 때문에 그늘만 가도 시원하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창문 밖의 덧문이나 차양을 설치해서 한낮의 뜨거운 해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만 막는다면 특별히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냉방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에어컨이 사치품이자 환경파괴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한몫했다. 가정 에어컨 보급률에 따른 상위 10위권 국가에 유럽은 하나도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가정 에어컨 보급률 상위 3개국은 일본(91%), 미국(90%), 한국(86%) 순이다. 

 

2018년 가정 에어컨 보유율 상위 10개국. 사진=iea.org

 

유럽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는 5% 미만, 독일은 3% 정도만 가정에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추세도 앞으로 바뀔 전망이다. 몇 년 전부터 독일에서는 여름만 되면 마트의 선풍기가 동이 나고, 가정용 소형 에어컨도 진열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폭염으로 인해 영국 존 루이스 백화점의 선풍기와 에어컨 판매량이 각각 전년 대비 250%, 525% 급증했다. 

 

유럽에서 냉방에 대한 고민은 이제야 시작인 것처럼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유럽은 이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정책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7월 24일 프랑스에서는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업체에 벌금 750유로(약 100만 원)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4년까지 자국 에너지 소비량을 1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와 거기에 충분하지 못한 에너지양,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냉방의 미래’가 가능한지, 이를 시도해보는 유럽 스타트업을 살펴본다. 

 

#냉방 이전에 단열과 통풍을 고민

 

2019년 설립된 영국의 스타트업 서뮬론(Thermulon)은 에어로젤 단열재를 개발한다. 에어로젤은 공기를 품은 투명한 모양의 고체인데, 기체의 성질과 고체의 성질을 함께 갖고 있어서 우주나 화재 현장처럼 춥고 뜨거운 특수한 환경을 견딜 수 있다. 서뮬론은 이런 에어로젤의 특성을 활용해 열효율이 좋은 단열재를 개발했다. 즉, 더 얇은 재료만 쓰고도 단열이 잘 되도록 효율을 극도로 높인 것이다. 

 

서뮬론은 에어로졸 단열재를 개발하는 영국 스타트업이다. 사진=thermulon linkedin

 

서뮬론은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인 샘 크라이어 박사(Dr. Sam Cryer)의 연구를 기반으로 설립했다. 영국 정부에서 리서치 기반 혁신 아이디어에 지원해주는 이노베이트 UK(Innovate UK)에 선정되어 정부로부터 55만 파운드(8억 7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창업을 할 수 있었다. 이후 크라우드 큐브(crowdcube) 플랫폼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을 거두어 투자를 유치해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서뮬론은 베를린 기반 재료 분야 혁신가들의 그룹인 ‘이남(INAM, Innovation Network for Advanced Materials e. V.)’의 멤버로도 활동하며 국제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런던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큐봇(Q-Bot)은 단열재 설치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유럽의 많은 주택은 목조로 되어 있고, 특히 나무 바닥재를 쓰는 곳이 많다. 단열을 위해 카펫을 많이 사용하지만, 먼지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고 천식 환자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나무 바닥을 이용하면서도 따뜻한 집을 만드는 것에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다. 

 

큐봇의 로봇이 나무 바닥 아래로 진입해 단열재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q-bot.co

 

이런 수요를 감안해 큐봇은 나무 바닥 아래로 진입해 직접 단열재 시공을 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개인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대단지 주택을 소유한 회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큐봇의 고객이다. 로봇은 나무 바닥 아래로 진입해서 어떻게 공사를 할 것인지 설계하고, 비용 견적까지 낼 수 있다.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곳에 진입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한다. ‘서비스로서의 로봇(Robot as a service)’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것도 독특하다. 로봇의 단열공사를 통해 목재 바닥에서 배출되는 에너지를 약 20% 아낄 수 있다. 

 

#에너지 순환으로 냉난방 한꺼번에 잡는다

 

런던 기반의 에어엑스(AirEx)는 냉난방과 관련한 또 다른 스타트업이다. 유럽의 건물은 주로 벽돌로 지어졌는데, 환기를 위해 구멍이 뚫린 창살 형태의 벽돌 에어브릭(air brick)을 하나씩 설치한다. 그런데 이 환기구를 통해 15%가량의 열 손실이 일어난다. 습기와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기는 필수적인데, 동시에 열 손실을 최소화할 방법이 필요하다. 에어엑스는 겨울에는 열 손실을 방지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외부 공기의 유입을 방지하면서도 환기에 최적화된 에어브릭을 개발했다. 에어엑스의 에어브릭을 설치하면 겨울에 에너지 비용을 12%가량 줄일 수 있다. 

 

에어엑스도 이노베이트 UK에서 지원받았다. 창업자 아녜스 차코(Agnes Czako)는 2019년 이노베이트 UK의 ‘여성 창업자(Women in Innovation)’ 부문 우승을 차지할 만큼 주목받았다. 

 

전통 에어브릭을 에어엑스의 에어브릭으로 교체한 모습, 창살 뒤에 에어엑스가 개발한 공기 순환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사진=airex.tech

 

영국 스타트업 벤티브(Ventive)도 흥미롭다. 벤티브는 건물 전체의 공조와 환기, 냉난방을 위한 지능형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조한다. 고효율 열펌프를 제조한 뒤 지능형 관리 시스템을 통해 환기, 냉난방, 온수 등에서 에너지가 손실되지 않도록 돕는다. 벤티브는 열교환기를 포함한 수동 환기장치를 설치해 열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환기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 실내와 외부 공기의 배출 및 유입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흡수해 재사용하고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최적화하는 이 기술은 PVHR 기술이라 부른다. 벤티브는 PVHR 기술로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와 UCL, 영국 브루널대학교와 협력해서 특허를 출원했다.

 

벤티브의 모든 시스템은 클라우드에 연결되어 원격 시운전, 실시간 성능 모니터링, 시스템 적응 및 사전 예방적 유지 관리가 가능하다. 로이드 TSB 엔터프라이즈 어워드의 최고 스타트업상(Lloyds TSB Enterprise Awards Best Startup)을 비롯, 20개 이상의 혁신 및 지속 가능성 상을 받으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벤티브는 건물 전체의 공조와 환기, 냉난방을 위한 지능형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조한다. 사진=ventive.co.uk

 

#에너지 최적화 소프트웨어 개발

 

프랑스 리옹의 스타트업 비브라이트(BeeBryte)는 냉난방에서 에너지 최적화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IoT 게이트 웨이를 이용해서 빌딩 공조용 HVAC-R 장비와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비브라이트에서 개발한 알고리즘은 날씨와 건물 사용자의 행동 패턴, 비즈니스 고객의 해당 분야 등에 대해 미리 계산하여 건물에 필요한 냉난방 에너지를 컨트롤한다. 

 

이를 통해 냉온수 온도, 펌프의 조절 속도 등이 자동으로 수정되고, 시스템은 예측이 가능해지고 적응력이 높아져 운영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비브라이트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최대 4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기술로 비브라이트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820만 유로(109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비브라이트의 에너지 컨트롤 방식. 사진=beebryte facebook

 

비브라이트는 2015년 프랑스 리옹에서 창업했고, 프랑스 환경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이후 UN의 에너지 글로브 어워드(Energy Globe Award)를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아 초창기부터 싱가포르에 지사를 열고 공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진행했다.

 

기후 위기와 함께 에너지의 중요성은 이제 전 지구적 문제다. 개별 가정에서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아끼는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이를 도울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도 스타트업은 기술 혁신과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를 동시에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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