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을 위한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법적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법원이 신주 발행을 잇달아 인정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전략이 결정적 분기점을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경영권 인수를 노려온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증자 저지에 실패한 데 이어, 비공개로 체결된 경영권 관련 계약서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부담이 커졌다.
#가처분 기각과 등기 완료…고려아연 유상증자 성공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혔던 미국 합작법인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고려아연의 판정승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이번 증자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며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4일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국 제련소 투자가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최윤범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영풍 측은 가처분 기각 이후에도 환율 변동에 따른 발행가액 산정 방식을 문제 삼으며 등기 저지에 나섰다. 발행가액이 법정 하한선에 미달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9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등기를 최종 완료하며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주 발행 효력을 둘러싼 절차적 논란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크루서블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약 2조 8000억 원 규모로 진행됐다. 고려아연은 북미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와 현지 제련 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6일 주주서한을 통해 “미국 통합 제련소는 글로벌 핵심 광물 시장에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위상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수익성과 성장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통해 납입된 달러 자금은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미국 현지 프로젝트에 직접 투입된다. 고려아연은 여기에 자사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종속법인인 ‘크루서블메탈(Crucible Metals LLC)’에 출자하고, 크루서블메탈은 미국 정부 등으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아 제련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증자가 주주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미국 상무부의 칩스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약 2억1000만 달러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라고 반박한다. 등기 완료에 따라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 지분 10%를 보유한 주주로 정식 등재됐다.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 약 220만 주는 오는 9일 정식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경영권 분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은 합작법인 지분 10%를 포함해 최대 45.5%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을 웃도는 수준으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 영풍·MBK ‘콜옵션 공개’ 명령
유상증자 문제가 고려아연에 유리하게 정리되는 가운데, 법원은 또 하나의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고려아연 계열사인 KZ정밀의 청구를 받아들여,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며 체결한 ‘경영협력계약’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경영협력계약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것으로, 계약서에는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 계약이 영업비밀로 단정하기 어렵고, 주주의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공개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계약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콜옵션 계약의 핵심인 행사 가격은 공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영풍이 MBK에 고려아연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넘기기로 약정했다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KZ정밀은 영풍 지분 일부를 보유한 주주다.
KZ정밀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을 MBK파트너스에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넘기려 했는지에 대해 시장과 주주의 의혹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며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경영진은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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