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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교통비만 90만 원” 지방 취준생 이중고

지역 내 일자리 부족으로 수도권 기업에 지원…15분 면접 보려 하루 몽땅 쓰기도

2023.01.16(Mon) 14:35:54

[비즈한국] 지난해 8월 취업 정보제공 플랫폼 ‘캐치’가 구직자 152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청년 구직자의 절반가량이 취업 준비 비용으로 월평균 10만~5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월 10만~30만 원을 지출한다고 답한 비율은 29%였고, 30만~50만 원을 지출한다고 답한 비율은 26%였다. 지출 목적으로는 강의 수강료나 카페, 스터디룸 이용 등이 있었다.

 

그러나 비수도권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지방러’들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지역 취업준비생들은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얻기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지만, 이때 10만 원에 이르는 교통, 숙박비가 얹어진다. 지난해 수도권 취업을 위해 지역 취업준비 청년들이 지출한 비용은 얼마일까? 비즈한국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사는 청년 취업준비생 5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면접 한 번에 ‘13만 원’

 

대구에 사는 김 아무개 씨(26)는 수도권에 있는 회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영업관리 분야 취업을 위해 여러 차례 서류전형, 면접전형을 거쳤다. 김 씨는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KTX를 이용하는데, 편도 기차 가격은 4만 3500원이다. 김 씨가 대구에서 서울을 한 번 다녀오는 데 드는 교통비는 8만 7000원이다.

 

김 아무개 씨는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진=김 아무개 씨 제공


김 씨는 “최근 회사들은 보통 1차 면접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2차 면접만 대면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하반기를 합쳐 김 씨는 총 6차례 서울에 다녀왔다. 보통 김 씨는 면접 전날 서울로 이동해 친구 집에 묵곤 했다. 김 씨에게 교통비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이 숙박비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면접장까지 가는 서울시 내 교통비까지 합쳐 한 번에 13만~15만 원을 쓴다”며 “면접 당일 단 2시간을 위해 교통비만 10만 원을 쓰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일부 대기업은 면접비의 개념으로 김 씨에게 현금이나 자사 제품을 챙겨주기도 했지만, 김 씨는 “왕복 교통비에 상당하는 금액이나 제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면접을 위해 사용한 교통비, 식비를 합치면 90만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찜질방’에서 자며 든 취준 비용 89만 원

 

충북 제천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최 아무개 씨(26)가 지난해 수도권으로 취업 시험을 보기 위해 사용한 교통비와 숙박비도 90만 원에 이른다. 

 

언론사 취업을 희망하는 최 씨가 지난해 시험과 면접을 위해 서울을 왕복한 횟수는 21회다. 제천역에서 서울 청량리역으로 가는 KTX 편도 기차 가격은 1만 5400원, 왕복 3만 800원이다. 최 씨는 보통 면접이나 시험 일정이 오전에 있는 경우 전날 서울로 이동해 숙소를 이용했다. 저렴한 모텔이나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최근 최 씨는 찜질방을 이용한다. 최 씨가 서울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는 비용은 1만 2000원, 저렴한 모텔에서 사용한 숙박비는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였다.

 

최 아무개 씨가 지난해 입사 시험, 면접을 위해 이용한 기차표 내역 일부. 사진=최 아무개 씨 제공


지난해 최 씨가 시험과 면접을 위해 사용한 교통비와 숙박비는 89만 6600원이다. 제천으로 돌아왔을 때 버스가 끊겨 이용한 택시비나 식비를 포함하면 최 씨가 부담한 비용은 더 늘어난다. 최 씨는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과 질 낮은 숙소에서 낭비되는 시간은 사실상 시험을 준비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경쟁자는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제천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나 아무개 씨(29)도 “최근 서울에서 15분 면접을 보기 위해 꼬박 하루를 다 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씨는 “서울에서 3시에 있는 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11시에 출발했다. 짧은 면접을 위해 교통비로 3만 800원을 썼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의 15분이라는 기회를 얻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의 취업준비생들은 이처럼 몇 만원에 이르는 교통비를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국은 ‘기회’ 찾아 서울로

 

수도권 지역에 사는 청년들의 경우는 어떨까? 경기 군포시에 거주하는 백 아무개 씨(26)는 최근 희망하던 IT 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백 씨가 지난해 입사 시험, 면접을 위해 지출한 교통비는 없었다. 백 씨가 희망한 직무의 코딩테스트나 면접은 모두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재작년 대면 면접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도 백 씨가 지출한 금액은 지하철 왕복비용 6000여 원이 전부였다. 백 씨는 “취업 준비에 있어 인프라 때문에 불편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며 “현직자 대면 멘토링도 대부분 수도권에서 진행돼 기회가 생겼을 때 신청하는 데에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포에 사는 윤 아무개 씨(25)도 “지난해 10회 정도 시험, 면접 등을 위해 서울을 왕복하며 4만 원 정도가 들었다. 면접 장소가 대부분 서울이다 보니 멀어 불편하긴 했지만, 숙박 등의 필요성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도 수도권으로 취업하려는 이유는 일자리의 ‘양과 질’ 때문이다. 대구에 사는 김 씨는 “수도권에는 일자리가 많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일자리 선택의 폭이 넓은 수도권이 취업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장기적으로 당장의 교통비 지출보다 연봉, 커리어에 있어 수도권 취업의 이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천에 사는 최 씨도 “준비하는 직종 일자리가 서울에 많고, 간혹 치르는 지역사 입사 시험도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있는 경우가 많아 서울로 자주 가게 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기업행정생멸통계’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기업 수가 100만 개 이상인 곳은 경기와 서울뿐이었다. 경기도에 있는 기업에 188만여 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147만여 개), 부산(44만여 개), 경남(41만여 개) 순이었다. 10일 기준으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게시된 공고도 서울이 6만 1430개, 경기가 4만 1071개로 가장 많았다. 최 씨가 사는 충북 지역은 4630개, 김 씨가 사는 대구 지역은 6472개의 공고가 게시돼 있었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수도권 지역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현이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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