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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유럽 스타트업에 미친 영향

영국 SVB도 뱅크런으로 파산, HSBC가 인수키로…스타트업 커뮤니티의 빠른 대응과 연대 돋보여

2023.03.14(Tue) 14:11:16

[비즈한국] 지난 주말, 스타트업계에서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났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것. SVB는 미국 국채와 정부 지원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으나 최근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이 채권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매각하면서 수십억 달러(2조 원)가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채권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SVB​의 주가가 60%가량 급격히 떨어지면서 뱅크런(예금인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결국 SVB는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되었다. 

 

유럽 스타트업계에서도 이 뉴스로 인한 불안감이 커졌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 외에 영국,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에도 진출해 있다. 유럽에서는 약 3,600개의 스타트업과 VC가 SVB의 고객인데, 독일 고객이 10%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영국 고객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SVB 파산으로 인한 유럽 스타트업계의 동향을 전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후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인출이 가능해지자 3월 13일 오전(현지시각) 고객들이 SVB 본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격탄 맞은 영국

 

미국발 SVB 파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영국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SVB-UK는 영국 내 입지가 제한적이며 금융 시스템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분간 지급이나 예금 수취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SVB-UK는 일요일부터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영국 SVB가 파산함에 따라 영국 재무부는 스타트업을 위한 유동성 지원을 발표했다. 

 

영국 스타트업의 약 30%가 SVB 파산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되고, 약 10%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VC들이 발 빠르게 나섰다. 이들은 “SVB-UK는 창업자와 벤처캐피털 업계를 지원하는 전체 혁신 생태계의 신뢰할 수 있고 가치 있는 파트너이고 영국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SVB-UK가 인수되어 적절히 자본화될 경우, 우리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이 은행과 관계를 재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장려할 것이다”는 내용으로 공동 성명을 냈다.

 

이와는 별개로 약 210명의 스타트업 CEO와 창업자들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구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영국 VC(벤처캐피털)들의 공동 성명서. 사진=project A 링크드인


미국에서 발생한 위험이 이렇게 빠르게 유럽까지 위협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SVB-UK는 법적으로도 경영상으로도 미국 법인과 별개의 독립 법인이다. 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영국 은행은 모두 법에 따라 핵심 소매 금융 서비스와 투자 및 국제 금융 활동을 ‘링 펜싱(Ring-fencing, 보호막)’ 방식으로 분리되는 등 안전장치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었다. 링 펜싱 제도는 투자은행과 소매은행의 리스크 이전을 막기 위한 규제 조항으로, 소매금융 업무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러한 안전장치에도 SVB-UK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영국 중앙은행에 18억 파운드(2조 80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요청했다. 공포가 확산하는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은행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이 창업자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창업자들이 있는 다양한 오픈 채팅 그룹 등을 통해 불안감이 번졌다. 미국 SVB의 파산 소식이 알려지는 것과 동시에 영국 계좌 소유자들도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VC 혹스턴 벤처스(Hoxton Ventures)의 공동 설립자 후세인 칸지(Hussein Kanji)는 트위터를 통해 “뱅크런이 발생했으니 SVB에서 자금을 옮기라”고 조언했다. 룩셈부르크의 망그로브 캐피털 파트너스(Mangrove Capital Partners) CEO인 마크 트루슈(Mark Tluszcz)도 트위터를 통해 “회사에 현금 인출을 조언하지 않는다면 이사회 구성원이나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룩셈부르크 망그로브 캐피털 파트너스 CEO 마크 트루슈는 트위터에 “회사에 현금 인출을 조언하지 않는다면 이사회 구성원이나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올렸다.


SVB-UK가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는 소식으로 영국과 유럽의 스타트업계가 모두 패닉에 빠졌다. 

 

#정부의 긴급구제, 그리고 커뮤니티의 연대

 

다행히 영국 정부와 영국 중앙은행은 72시간에 걸친 긴 논의와 협상 끝에 HSBC가 SVB-UK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월요일 이른 아침 주식 시장이 열리기 직전 이 소식이 발표됐다. HSBC가 SVB-UK를 1파운드(1600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SVB-UK 고객들은 월요일부터 예금과 은행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HSBC는 SVB-UK를 인수함으로써 3000여 개 기업 고객의 예금 67억 파운드(10조 6000억 원)를 보호하게 되었다. 노엘 퀸(Noel Quinn) HSBC그룹 최고경영자는 이번 인수로 “영국과 전 세계에서 기술 및 생명과학 분야를 포함해 혁신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긴 주말이었을 것이다. 일단 당장은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어느 때보다도 긴장한 유럽 스타트업계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긴급 상황에서 발휘된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연대였다.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VC들은 공동 성명을 내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스타트업 전문 언론사 시프티드(sifted)는 SVB 파산에 직접 영향 받는 창업자가 당장 어떤 일부터 해야 하고, 어디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안내한 핸드북을 발간했다. 

 

여성 창업자를 지원하는 커뮤니티인 피메일 파운더스(Female Founders)는 이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 창업자들이 1 대 1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긴급 연락 창구를 개설했다. 사진=피메일 파운더스

 

많은 스타트업과 VC가 미국과 영국에서 SVB 계좌를 보유했고, SVB 계좌 하나만 가진 스타트업도 있었다. 만약 미국과 영국 정부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공급업체에 대금이 밀리고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연쇄적으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특히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수익을 내지 못하고 투자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에 비해 더욱 위험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기업 데이터를 제공하는 딜룸(Dealroom)에 따르면 SVB는 유럽에서 스타트업에 가장 활발히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이었다. 일반 은행은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대출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SVB는 단순한 은행이 아니었다. 그동안 미국 스타트업과 VC의 주요 은행이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SVB는 은행이자 네트워킹 커뮤니티로, 어떤 국가에서는 VC이자 주요 투자자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일랜드에서 SVB는 2024년까지 생명과학 기술 스타트업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SVB는 40년 이상 스타트업과 함께해온 은행이자 네트워킹 커뮤니티로, 어떤 국가에서는 VC이자 주요 투자자이기도 했다. 사진=SVB-UK 홈페이지

 

SVB 덴마크 지점은 은행 라이선스 없이,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네트워킹에 중점을 두었다. 독일 지점은 예금 사업을 제공하지 않아 이번 사태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런데도 스타트업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기 위해 유럽에 진출했다. 

 

SVB가 40년 이상 스타트업과 함께해온 은행이라 업계 사람들이 이번 사태로 느끼는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아마존, 시스코, 링크드인, 에어비앤비와 같은 전설적인 스타트업들도 모두 SVB를 이용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많은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 당했지만 SVB가 대출을 해주었기에 아마존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고도 한다.  

 

이번 사태는 관리의 부재, 시스템의 문제로 진단된다. 이번에 문제가 발견된 부분이 완전히 해결되어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또 다른 아마존과 에어비앤비가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재건되기를.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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