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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챗GPT에 '유럽 스타트업계의 최신 빅뉴스'를 물었다

2021년 9월까지 얻은 정보로 '잘못된 예측' 내놔…NFT, 메타버스처럼 '유행'으로 그칠까

2023.02.21(Tue) 14:13:17

[비즈한국] 요즘 단 하루도 뉴스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면 ‘챗GPT’다. 우스갯소리로 ‘빅데이터, AI, NFT, 메타버스’가 전부였던 시절은 가고, 이제는 ‘챗GPT’가 유행이라는 말도 한다. 정말로 작년에 지겹게 들었던 말이 메타버스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대화 소재 중 챗GPT가 빠지지 않는다. 챗GPT에게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학습시켰다는 무용담부터 챗GPT를 이용해서 블로그 글을 자동으로 게시해 부수입을 얻는 사람까지 보인다. 챗GPT로 과제를 대신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챗GPT로 미국 의사면허 시험도 통과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득 이번 주 유럽스타트업열전의 원고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챗GPT에게 물어보면 어떤 답을 줄지 궁금했다. 챗GPT가 수집한 유럽 스타트업계의 소식, 그리고 그에 대한 인간의 단상을 지금부터 들여다보자. 

 

챗GPT에게 지난주 유럽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소식이 뭔지를 물어봤다.

 

Q. 지난주 유럽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소식이 뭐야.

 

A. AI 언어모델로 나는 실시간 정보나 최근 뉴스에 관한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테크 크런치(TechCrunch), EU스타트업(EU-Startups), 시프티드(Sifted)와 같은 유럽 스타트업 현장에 대한 최신 내용이 담긴 유럽 스타트업 관련 뉴스 사이트를 제안합니다. 이 뉴스 사이트에서는 자금 조달 소식, 신제품 출시, 스타트업 인수합병 등을 포함한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뉴스, 분석,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안타깝게도 기사를 날로 먹겠다는 내 계획이 쉽사리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원래 챗GPT의 초기 출시 당시에는 유료 플랫폼의 콘텐츠까지 모두 반영해 문제가 되었다고 하니, 이는 다음에 문제 제기를 받아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직접 한번 물어보자. 

 

Q. AI 언어모델이 실시간 정보나 최근 뉴스에 접근 권한이 없는 이유는 뭐야.

 

A. AI 언어모델인 나는 내 지식과 훈련 데이터를 위한 특정 마감 날짜가 있습니다. 즉, 특정 시점까지만 훈련을 받았습니다. (중략) 또 실시간 정보와 최신 뉴스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최신 개발 및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는데, 정확하고 신뢰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전에 머신러닝 모델은 교육을 받고 테스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략)

 

내가 예측한 원인 외에 실시간 정보의 비정확성에 대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챗GPT는 특정 시간대 이후의 정보만을 학습하도록 설계가 되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보자. 

 

Q. 지난 한 달간 유럽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은 무엇이지.

 

A. AI 언어모델로서 제 지식은 2021년 9월까지입니다. (중략) 그래도 몇 가지 중요한 뉴스를 말해드리자면, 스웨덴 결제회사 클라르나(Klarna)의 IPO(기업공개), 프랑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앨런(Alan)의 3억 5000만 달러 펀딩 라운드 오픈 소식, 엔비디아(NVIDIA)의 런던 AI스타트업 패컬티(Faculty) 인수 소식입니다.

 

이제 챗GPT의 정보와 나의 대결이다. 

 

#유럽 최대 결제 플랫폼 클라르나(Klarna)는 IPO를 했을까

 

지난 2021년 9월까지의 한정된 정보로 챗GPT가 꼽아준 세 가지 소식을 검증해보자. 먼저 클라르나의 IPO. 클라르나는 페이팔에 대항할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스웨덴의 결제 플랫폼으로 BNPL(선구매후지급)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 클라르나와 같은 유망한 스타트업도 대량 해고를 발표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르나가 IPO를 했다니 좀 의아했다. 

 

핑크색 브랜드 컬러로 돈을 쓰라고 유혹하는 클라르나. 사진=klarna.com

 

다양한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보자면, 클라르나는 아직 IPO를 하지 않았다. 2022년 내내 클라르나의 IPO를 점치는 얘기가 무수히도 많이 나왔지만, 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챗GPT는 아무래도 ‘곧 IPO를 하리라’는 수많은 추측을 학습한 결과, 2022년에는 ‘분명히’ IPO를 했을 거라고 강하게 확신했나 보다. 안타깝게도 빗나갔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프랑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앨런(Alan)의 3억 5000만 달러 펀딩 라운드 오픈 소식에 대해 살펴보자. 앨런은 2016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다. 공공 의료보험에 추가되는 일종의 의료실비보험에 가까운 상품을 출시해서 프랑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존에는 보험사에 직접 문의를 해야 추가 진료 비용 등을 알 수 있었는데, 앨런 앱에서는 의사의 전문 분야와 진료명을 입력하면 보험에서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과 본인 부담 금액을 미리 알려준다. 

 

친숙함을 강조한 앨런의 캐릭터. 사진=alan.com

 

거꾸로 보장 범위에 알맞은 의사나 병원을 찾아주기도 한다. 모든 보험금 환급 과정이 앱과 웹으로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제공한다. 회사 직원들이 쉽게 건강 추가보험을 가입하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업의 HR(인사) 부서와 계약하고 협력하는 B2B 모델도 있다. 건강보험 이용과 관련해 필요한 조직 내 정보도 모두 앨런이 제공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직원들이 편하게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복지를 제공하는 셈이다. 

 

앨런은 2022년 5월에 1억 8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E 단계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누적 투자 금액은 4억 9300만 달러다. 챗GPT에게 왜 틀렸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AI 언어 모델의 특성상 최신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신이 아닌 작년 4월까지의 누적 투자 금액(3억 1000만 달러)도 틀리게 알려줬으면서 말이다.

 

#유럽에서도 뜨거운 챗GPT

 

베를린 일간지 타게스슈피겔(Tagesspiegle)에서는 “대학은 학생들이 챗GPT를 이용하여 과제 하는 것을 검증할 방법에 골몰해 있다”고 보도했다. 어느 나라나 AI가 지식을 찾아준다면, 학교 숙제부터 하는 것이 국룰(?)인가 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는 “챗GPT가 AI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라고 논평했다. 늘 중국과 미국에 뒤처지는 유럽의 기술 중 어떤 것이 챗GPT에 대항할 수 있는지를 물으면서도 AI가 제공하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우려했다. 

 

독일 유력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챗GPT가 더 많은 보험 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많은 보험사가 청구 프로세스를 AI에 의존하게 되면서 보험 청구 사기 건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험 청구 사기를 분별하고 방지하는 새로운 AI의 개발에 기회가 있다고도 보았다. 실제로 작년에 알리안츠보험은 AI의 도움으로 보험 사기로 인한 수억 달러 규모의 보험금 지급을 막을 수 있었다. 

 

한델스블라트는 독일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네오디지털(Neodigital)을 소개하면서 특히 챗GPT를 비롯한 AI의 발전은 보험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네오디지털은 2017년 보험의 자동화를 표방하며 창업했다. 보험 상품의 소개, 가입, 보험 청구 절차, 해지 등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디지털화하는 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다. 모든 일이 여전히 종이와 우편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독일에서는 대단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네오디지털. 사진=neodigital.de

 

단순히 보험 절차만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화에 적합하도록 보험 상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네오디지털의 특징이다. 이를 위해 보험사를 설립하고 독일의 금융감독원 격인 바핀(Bafin)에서 보험사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챗GPT가 쏘아올린 화두는 유럽에서도 매우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AI 언어 모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밤새 오류를 찾아내려고 하는 IT 긱들부터, 다시 학습시켜 더 성능을 향상하려는 우군까지. 산업계에서도 분야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시작된 것을 보면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NFT가, 메타버스가 그랬던 것처럼 잠시 지나가는 유행일까? 분명한 것은, 지나간 것처럼 보이는 분야의 뒤에서는 여전히 한 방의 로켓을 날리기 위해 혁신가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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