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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차대수 0.28대, 준공 40년 차 아파트서 벌어지는 '주차 전쟁'

2·3·4중 주차까지…전문가 "주차 안 하는 경우 관리비 인하 등 수요 줄일 방안 찾아야"

2023.08.11(Fri) 10:56:34

[비즈한국]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층간소음’ 다음으로 이웃과 많이 부딪히는 원인은 단연 ‘주차’일 것이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세대당 주차 대수가 ‘1’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출퇴근 시간대에는 전쟁을 떠올릴 만큼의 눈치 작전이 펼쳐지곤 한다. 재건축을 앞둔 준공 41년 차의 아파트 단지에서 주차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9일 저녁 8시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의 모습. 차량 한 대가 지나갈 정도만 남겨두고 겹겹이 주차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이중 삼중에 사중 주차까지

 

9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 J 아파트. 재건축을 앞둔 이 아파트는 3개 단지, 23동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어졌다. 자녀와 함께 하원하는 학부모를 따라 단지 안으로 들어가 보니 평일 오후임에도 주차장에 차량들이 빼곡했다. 출근 차량들이 나가 한적한 느낌을 주는 다른 아파트들과는 사뭇 달랐다. 아파트 경비원 조 아무개 씨는 “퇴근한 차량까지 있는 저녁 시간대나 주말에는 이중 삼중에서 사중까지 주차하는 경우도 있다. 옆에 상가를 이용하는 차량이나 세대 방문객 차량까지 더해지면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 단지의 세대당 주차 대수는 0.28대. 세대당 차량 1대가 안 된다. 주변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파트 주민 이 아무개 씨(63)는 “주차 문제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선다. 저녁에는 주차장이 말 그대로 꽉 차서 인근 갓길이나 멀리 떨어진 다른 동 주차장까지 가서 세우고 온다. 다음 날 아침 전에 차를 다시 빼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며 “주민들이 서로 사정을 알기에 얼굴 붉히면서 싸우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싸워서 해결될 일 같으면 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주택단지의 세대당 주차 대수가 1대(전용면적 60㎡ 이하인 경우 0.7대)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제정된 1991년 자동차 등록대수는 425만 대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2550만 대(국토교통부 기준)로 6배 이상 늘어났다. J 아파트처럼 규정 제정 전에 준공된 공동주택들은 주차대수가 그보다 더 적다. 입주민들은 노후화된 시설에 더해 주차난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파트관리과장인 이 아무개 씨는 재건축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에는 국민 한 사람당 차를 2~3대씩 보유할지 모르지 않았겠나. 40년 전에 아파트 준공 인가가 났으니 설계는 45년 전에 한 거라고 보면 된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인근 현대1차나 경남아파트는 세대당 주차 대수가 각각 1.08대, 1.2대로 우리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가격도 배로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 전에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상태다. 이제 집을 없애는 것밖에 안 남았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빡빡해도 공영주차장 이용은 “글쎄…”​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주차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공영주차장, 거주자우선주차제 등의 사업을 운영하며 주차 수요를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서울시의 전체 주차장 확보율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 역시 해를 거듭하며 개선되고 있다. 2013년 99.8%에 불과하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2022년 106.5%를 기록했다. 그러나 자치구별 혹은 법정동별로 편차가 심한 데다 건물 형태와 연식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는 탓에 시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J 아파트 주민들은 강남구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입주민 김 아무개 씨(52)는 “공영주차장이 특정 단지 인근에 있어 가봐야겠다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굳이 단지 밖으로 가고 싶지 않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인근 동에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 최 아무개 씨는 “단지 안에 주차를 못 하더라도 단지 사이 도로변에 주차하면 되는데 정문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 같다. 아파트에 살면서 누가 굳이 공영주차장까지 가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9일 저녁 8시께 아파트 단지 사이 골목 양옆으로 주차한 차량들. 사진=김초영 기자

 

J 아파트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 측은 “구청에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대해 관여하는 부분은 없다. 주민들 사이에서 ‘아파트가 너무 오래돼서 주차 공간이 없다’는 민원이 이따금씩 접수가 되는데, 그 경우 단지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민원이 접수됐으니 주차관리 규정을 개정해 운영하라’고 지도하는 정도다. 그쪽 아파트들은 노후해서 근본 해결책은 재건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공영주차장이나 거주자우선주차제 등을 구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차 안 할 경우 관리비 줄여주는 방식도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조금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동네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을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한다. 이미 있지만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노후 공동주택이 밀집된 곳이 그렇다”며 “재건축도 해법이겠지만 그렇게 빠른 해결 방안이 아닌 데다 모든 아파트가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나 지방은 더 문제인데 그런 경우 지역 단위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소장은 “비용을 달리 부과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관리비에서 차 한 대당 3만 원씩이라도 빼준다면 참여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다. 고령층이 차량을 반납하고 운전을 안 하면 관리비를 감면해주는 등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소장은 주차장 확대에 앞서 규모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확대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다. 조사를 나가보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주차 환경이 나은 지방도 주차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수요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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