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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 갤럭시 S24 미개봉 판매 성행하는 속사정

급전 필요한 사람들, 10% 손해 보고 중고거래로 '카드깡'…전문가 "연체 위험 높아, 경각심 키워야"

2024.02.02(Fri) 11:34:53

[비즈한국] “자급제 미개봉이라 사전예약 사은품 신청 가능합니다. 색상은 그레이, 퍼플 있어요.” “투명 케이스, 필름 패키지 같이 드려요. 구매 후 사전예약 번호 보내드립니다.”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 S24가 출시되자 중고거래 앱 당근에는 S24 시리즈 매물이 쏟아졌다. 모두 포장도 뜯지 않은 ‘자급제 미개봉’ 새 상품이다. 판매 희망가는 온라인 몰 사전 구매가격보다 1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예약 제품 수령과 개통이 시작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판매가 끝난 거래가 상당수다. 한정 판매도 아닌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와 동시에 중고거래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이유가 뭘까.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디지털 기기를 팔아 현금화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는 미개봉 상태의 S24 시리즈. 사진=당근 앱 캡처

 

#예약 할인가보다도 10% 저렴, 중고 거래 성행

 

“내일 배송이 오기 때문에 오후 4시 역 앞에서 거래 가능합니다. 사전 예약품이라 해당되는 혜택 모두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혜택이 너무 많으니 자세한 건 아래 링크 참조하세요.”

 

지난달 26일 당근에는 S24 플러스 512GB 미개봉 상품을 116만 원에 직거래한다는 판매글이 올라왔다. 이날은 일주일간 진행된 사전 판매 기간이 끝나고 구매자 대상으로 제품 수령과 개통을 개시한 첫날이었다. 판매 글에 첨부된 링크를 누르면 오픈마켓 내 공식 판매 채널로 연결된다. 이 사이트에서는 똑같은 기기를 약 14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행사카드 할인(7%)까지 적용하면 140만 원대로 떨어진다. 사전 예약 당시에는 한 단계 낮은 256GB 가격에 용량 업그레이드가 적용됐기 때문에 실구매가는 120만 원 중반대 정도다. 출시되자마자 체감가보다 10만 원가량 싼 가격에 매물로 올라온 이 상품은 금세 ‘거래완료’ 됐다. 

 

아직 배송도 되지 않은 갤럭시 신작을 중고 거래하고 싶다는 글은 이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지난달 29일 S24 판매 글을 연달아 네 개 올렸다. 각각 512GB 코발트 바이올렛과 마블 그레이 색상 미개통 자급제 새 기기를 100만 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사전 예약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기재됐다. 사전 예약으로 용량 업그레이드가 적용된 512GB의 실구매가는 삼성닷컴 공홈, 쿠팡·지마켓 등 온라인 구매처에서 108만 원 정도다. 

 

지난달 18일 오픈한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갤럭시 스튜디오. 사진=삼성전자 제공

 

#새 스마트폰이 카드깡 수단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커뮤니티 등에는 아이폰과 갤럭시 신상이 출시되는 시기마다 “10만 원을 손해 보면서까지 물건을 넘기려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의아해하는 이용자들의 글이 올라온다. 카드 실적을 올리거나 소득공제를 받으려는 편법이거나 복지몰 직원할인 등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뒤 차액을 얻는 재판매 행위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금 융통을 위한 일종의 ‘카드깡’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 할부로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한 후 즉시 중고로 되팔아 현금을 얻는 것이다. 

 

제 살 깎아먹기처럼 시중 구매가의 10% 정도 낮은 가격에 팔지만 급전이 필요한 직장인, 자영업자, 대학생, 무직자 사이에선 이미 이 방식이 자리 잡았다. 불법적인 행위지만 신용이 낮거나 현금서비스가 막힌 경우 등 대출로 돈 빌리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유혹이 크다. 일반적인 카드깡에 비해 번거롭긴 해도 적발될 위험이 거의 없는 데다 카드깡처럼 환급액의 일부를 업체 수수료로 떼이는 것도 아니다. 

 

환금성이 좋은 인기 디지털 기기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 중에서도 높은 관심 속에서 매년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가격 대비 크기가 작고 개인 간 거래가 특히 간편하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된 지난해 10월에는 당근,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시장에 아이폰15 시리즈 4종 미개봉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됐다.

 

중고나라에 매물로 올라온 S24 시리즈. 사진=중고나라 홈페이지 캡처


‘전자제품깡’, ‘자동차깡’ 외에도 소형 디지털 기기 등을 매개로 한 신종깡이 중고시장에서 성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실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불법 현금화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행위지만 이 같은 형태의 깡은 처벌 근거가 모호하다. 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기기를 판매하는 오픈 마켓이나 일반 이용자들에게 되파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막을 방도가 없다. 여러 개의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실사용 구매자와 구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11번가, 지마켓 등 자급제폰 상품 설명란에는 ‘재판매가 의심되는 주문 건은 사전 안내 없이 직권 취소될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있지만 이는 전문 리셀(재판매) 업체를 거르기 위한 장치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론칭 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가격을 낮춘 상품을 리셀 업체가 대량 구매하지 못하도록 비정상적인 거래를 탐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주문하는 경우까지는 관리하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당근은 결제 금액보다 적은 현금을 받고 ‘대리결제’ 해주는 행위 등에는 모니터링과 서비스 이용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불법 현금화 성격이 있는 물품 거래를 가려낼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변종 카드깡도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거래 자체는 비정상적인 요소가 없지만 ​실제로는 위법성이 있어 복합적인 성격이 있다. 가계 부채율이 높고 현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타난 흐름인데, 판매자에게 할부 결제가 연체되는 등 결과적으로는 연쇄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중고거래 구매자도 사기 위험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구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중 다중채무자 비중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건전성 우려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서민들이 받는 자금 압박이 큰 상황에서 급전 마련 대안으로 물건 재판매를 통한 카드깡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자금 동원, 은행 가상금리 인하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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