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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공개제 시행 초읽기, 불공정 아이템 정말 사라질까

8년 논의 끝 본격 시행, 실효성은 '글쎄'…"불확실한 기준·모니터링 전문성 우려"

2024.03.14(Thu) 17:44:57

[비즈한국]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개정 게임산업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두고 업계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컴플리트 가챠(특정 확률형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추가 보상을 얻는 합성형 뽑기)’와 같이 변칙적인 경우에도 적용되지만, 규제 대상의 범위가 모호하고 실시간 대조의 한계나 변종 아이템 등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을 일주일 앞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제도 안내 설명회가 개최됐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제공

 

6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후 시행령 제정을 마친 ‘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안(확률공개법)’이 오는 2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확률형 아이템 ‘자정작용’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게임 업계는 앞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개할 경우 문화체육부 장관의 시정 명령을 받게 되고, 시정을 거부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문체부가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담아 배포한 해설서를 보면 게임사는 직·간접적으로 유상 구매하는 △캡슐형(단일 아이템) △강화형(확률적으로 능력치 강화) △합성형(컴플리트 가챠) 등 확률형 아이템의 공급 확률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강화 실패 시 다음에 성공할 확률이 증가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템 획득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변동 확률’이 적용될 때도 그 기준을 밝혀야 한다. 일정 횟수 이상 시도하면 획득이 보장되는 ‘천장’ 시스템의 경우에도 시도 횟수 구간별 성공 확률을 명시하는 의무가 생겼다. 감시 의무를 가진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설명회를 열고 게임 사업자에게 이와 관련한 법률과 사후관리 절차를 안내했다.  

 

#예외 사례·​광고 표기 등 세부 기준은 미완성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 요소가 다분하고 확률 조작 가능성이 존재해, 구매 전 기댓값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이용자 권익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적용 대상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등 유예기간 없는 제도 시행을 두고 당분간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캡슐형(위)과 강화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 방식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 관련 해설서


해설서와 게임위 설명을 종합하면 완벽하게 무상으로 얻은 재화만 확률 공개 의무가 없다. 대부분의 유상 아이템이 확률 공개 대상이 된다. 단순 유상 아이템 외에 ‘유상 간접구매’, ‘유상+무상’ 아이템도 포괄됐지만 대상 범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유상성이 포함되면 온전히 무상으로 얻은 아이템으로 볼 수 없으므로 확률표시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확률정보 표시 장소나 매체별 표시 방법은 기존 광고 형식과 공정거래위원회 판단 등을 근거로 마련됐다. 원칙대로라면 게임 광고에 ‘확률형 아이템 포함’이라는 문구를 띄워 미리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컵라면이나 음료수 같은 제품에 아이템 광고를 붙일 때에도 확률 공개가 의무 사항인지 등 다양한 세부 사례의 조치 방안은 아직 불명확하다. 시행령과 해설서는 ‘웹사이트 내 배너 광고 등 광고·선전물의 크기·형식, 특성상 문구 표시가 어려울 때 이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제도 시행 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 혼선은 기정사실…게임위 모니터링 역할이 관건

 

확률형 아이템은 20년 전 등장해 국내 게임 산업을 책임져온 ‘기둥’으로 꼽힌다. 이와 동시에 이용자들의 불만도 오래 누적됐다. 제도 시행의 여파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공통적으로 제기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은 경험치나 다른 아이템, 게임 내 위치 등의 요소와 연계해 복잡한 ‘조건부 확률’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이를 다각적으로 고려해 회사와 조정하는 기간을 거치며 사행성과 도박성을 판단하는 자율규제 방식과 달리 법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일일이 사전 규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성공, 실패 확률을 실시간으로 표현해야 하는 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직접 플레이하며 공지된 확률과 다른 게 확인되면 신고해야 할 것 같다”는 추측이 이어진다.  

 

정부가 나서서 강하게 규제하는 중국 게임처럼 규제 사항을 우회하는 변종 아이템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을 근절하려면 현장 가까이에서 검증하는 조치와 법 단속이 함께 가야하는데, 기존에 자율규제를 주도하던 민간의 노하우를 받아들이거나 공조하는 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를 기만하는 확률형 아이템 난립을 막는다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위법을 감별하는 게임위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임위는 게임사를 위한 전용 소통창구를 개설,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총 24명으로 계획된 모니터링단 규모나 16억 원의 예산, 전문성 결여 등이 업계 안팎에 우려를 낳고 있다. 확률정보 표시 의무 대상인 게임사(3년간 연 평균 매출액이 1억 원 이상)가 전체 게임사의 80%에 달하는데 이들을 모두 검증하기는 역부족이다. 

 

일단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거셌던 주요 기업 게임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정규직을 포함하는 심의 인력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50여 개 국내 대학 게임학과 등 민간과 협력해 검증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는데,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 요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게임 환경을 어떻게 수시로 반영할지도 의문이다. 큰 회사는 정책, 모니터링 부문별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부담이 특히 클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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