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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철만 되면 깎아준다는 통신비 공약, 이번엔 다를까?

단통법 폐지엔 여야 공감대, 부담 완화 방식은 차이…"대안 제시 실패·재탕 정책" 지적도

2024.03.26(Tue) 17:09:27

[비즈한국] 4·10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경쟁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와 함께 신규 이동통신사 지원을 통한 시장 경쟁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 10년 전 단통법 도입 때부터 부정적 입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제 마련과 통신비 세액공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에 앞서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책이 민생안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하지만 민심 달래기를 위한 총선용 선심성 공약으로 그칠 수 있어 정책 실효성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단통법 띄우기에 나선 가운데 여야가 통신비 공약으로 지난 25일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을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위)과 24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사진=박정훈 기자, 박은숙 기자


#“우왕좌왕 야당” “주먹구구 관치” 매운맛 발언 쏟아내며 정책 경쟁

 

이번 총선 역시 통신비 정책이 주요 민생 의제로 부상했다. 여당은 지난 1월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표하고 ‘전환지원금’ 압박에 나선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단통법 폐지에 더해 세액공제 신설 방안으로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통신비 정책을 ‘산업육성을 위한 대못규제 개혁’ 첫 번째 항목으로 올렸다. 휴대폰 구입비와 요금제를 낮추기 위해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공약집에 따르면 △지원금 상한 폐지 및 단통법 폐지로 휴대폰 구입비 부담 경감 △5G 요금 최저구간 인하(4만 원대 중후반→3만 원대) 및 소량 데이터 구간의 요금제 세분화, 청년요금제 제공 △제4이통사(스테이지엑스) 지원 △전통시장, 공원, 버스에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 크게 4가지 내용이다. 

 

갑자기 ‘연내 폐지론’을 꺼내든 정부를 두고 “표 구걸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도 큰 틀에서는 단통법 폐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폐지 또는 개정”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정부 시절 도입된 단통법에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일단은 단통법 폐지 또는 개정으로 방향을 열어두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해 통신비 정책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민주당 민생회복 공약에 포함된 통신비 정책은 △근로자 본인과 자녀, 노부모에 대한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군인 통신요금 할인율 인상(20%→50%) △이용자 중심 데이터 활용 제도 △TV주파수 유휴대역 활용 농산어촌 공공 와이파이 확대 △기업·기관 고객센터 상담 전화 전면 무료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관련 법제 마련 등 5가지다.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부착된 통신3사 광고판. 사진=비즈한국DB


단통법은 소비자 간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통신사 간 출혈경쟁이 극심하던 시기 시행돼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통신사들이 보조금이나 신규 서비스 등을 전반적으로 줄이면서 이용자 편익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선 다음은? ‘표(票)퓰리즘’ 안 되려면 

 

정부와 여당은 총선 전까지 전환지원금의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연일 통신사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전환지원금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해 지난 14일 시행했다. 하지만 도입 직후 실제 전환지원금 액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대통령실이 직접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했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통3사와 제조사 임원을 불러 지원금 인상 압박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는 시행 9일 만에 통신 3사가 일제히 전환지원금을 상향하며 정부의 주문에 응답했다. 앞으로 단통법이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업계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파이 확보를 위한 시장 경쟁 심화가 예고된 셈이다. 총선을 앞두고 법 폐기가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시장에 정착한 제도인데 다소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 지원금은 전적으로 이통사의 몫이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중앙점에서 갤럭시 S24 사전 구매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국민의힘은 대체입법이 없고 민주당은 평이한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다. 단통법 폐지 다음 스텝인 대안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점은 국민의힘이 비판을 사는 대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번호 이동 시 고가 요금제를 쓰는 고가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전환지원금으로 이용자 차별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시행령 개정과 관련 고시 제·개정 추진은 ‘고가 단말기-고가 요금제-고액 지원금을 조건으로 번호이동만 유도하게 돼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야 공약이 결국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연초부터 정부가 통신비 부담 문제를 띄우며 여야가 주요 안건을 다루고 있지만, 선거가 끝난 뒤 공약이 제대로 추진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제4 이통사 스테이지엑스 지원부터 세액 공제안까지 새로울 게 없는 ‘재탕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는 “여당은 정부 정책을 보조하는 수준이고 야당은 그전 정부 정책을 다시 정리한 정도라 새롭지 않은 내용이다. 모두 필요성은 있지만, 추진 주체보다는 어떻게 제도화 할지 그 내용이 더 중요한 정책임에도 총선을 겨냥한 정쟁 수단으로만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시행령 고시로 단통법 운영에 구멍이 생긴 과도기 상황이다. 단통법 폐지 이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인지 앞으로 대안은 무엇인지 비전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라며 “관련 공약이 실효성이 있는지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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