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단독] 쿠팡서 사서 알리서 되판 뒤 환불…신종 리셀러 사기 주의보

쿠팡 직권 환불·알리 판매자 정보 미공개 악용…플랫폼 대책 마련은 뒷전

2024.04.22(Mon) 16:49:12

[비즈한국]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리셀러(되팔기) 사기가 나타나고 있다. 알리에 입점한 리셀러가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해 알리에서 되판 뒤 쿠팡에서 환불받는 방식이다. 쿠팡의 관대한 환불 정책과 알리의 판매자 정보 비공개 방침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한 뒤 알리에서 되팔고, 쿠팡에서 구매 상품 가격을 환불받는 리셀러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환불 급증, 돌아온 제품은 없어

 

쿠팡에 입점해 캠핑용품 등을 판매하는 A 업체는 요즘 주문이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보다 걱정이 앞선다. 실고객의 주문보다 알리 리셀러의 주문이 더 많기 때문이다. A 업체의 대표 김 아무개 씨는 “주문이 들어오면 일일이 수취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플랫폼에서 주문한 상품인지 확인한다. 일주일에 10여 건 이상이 알리 리셀러의 사기 주문”이라고 하소연했다. 

 

A 업체는 쿠팡 주문이 들어오면 이용 중인 택배사를 통해 주문자가 지정한 배송지로 상품을 전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환불 건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쿠팡 측에서 고객에게 환불 조치를 해준 후에도 반품 상품은 A 업체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씨는 “쿠팡에서는 이미 환불 조치를 해줬는데 반송돼야 할 상품은 돌아오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주문자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상품 수취인에게 전화했더니 ‘나는 제품을 환불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 한 수취자와 통화를 하다 ‘쿠팡이 아닌 알리에서 상품을 주문했다’는 얘길 듣게 됐다. 알리 리셀러의 사기 행태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이렇다. 알리 리셀러는 쿠팡에서 판매 중인 A 업체의 상품 설명을 알리익스프레스에 그대로 옮겨둔다. 상품 가격은 쿠팡가보다 저렴하게 책정한다. 가격 비교를 하던 소비자 B 씨는 똑같은 상품이 쿠팡보다 알리에서 더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알리에서 상품을 주문한다. B 씨의 주문이 들어오면 알리 리셀러는 곧바로 쿠팡에서 A 업체 상품을 주문한다. 주문자 정보는 가짜로 입력하고, 상품의 배송지 정보에는 B 씨의 주소, 연락처 등을 입력한다. A 업체는 배송지 정보를 보고 B 씨에게 상품을 배송하고, B 씨는 문제없이 상품을 받는다. B 씨가 상품을 수령하자 리셀러는 곧바로 쿠팡에 환불을 신청한다. 가짜 송장번호를 입력해 마치 상품을 반송하는 것처럼 꾸미고 주문 금액을 환불받는다. 

 

A 업체처럼 로켓배송이 아닌 택배사를 이용해 배송하는 업체들은 환불 시에도 택배사를 이용해 상품을 반품받는다. 이때 고객은 반품하는 상품의 송장번호를 입력한다. 쿠팡은 고객이 입력한 송장번호를 조회하고, 배송이 완료되면 즉시 주문 금액을 환불해준다.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가 반품 상품을 확인하기도 전에 먼저 고객에게 환불을 해주는 것이다.

 

알리 리셀러들은 이 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리셀러들은 쿠팡에 가짜 송장번호를 입력했다. 김 씨는 “아예 없는 송장번호가 아니라 살아 있는 다른 송장 번호를 입력한 거다. 다른 회사에서 발송하는 택배의 송장번호 등을 보고 기재했을 수 있다”며 “살아 있는 송장 번호이니 택배가 어딘가로 배송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럼 쿠팡은 택배가 배송 완료 처리됐다는 메시지만 보고 환불을 해준다. 판매자에게 별도로 확인을 하지 않는다. 회사로 돌아온 제품은 없는데도 이미 리셀러는 환불을 받았다”며 푸념했다. 

 

셀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알리 리셀러가 쿠팡의 환불 정책을 악용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시글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 DB

 

#“사기인 줄 뻔히 아는데…” 플랫폼, 대책 마련 소극적

 

A 업체는 그간 알리 리셀러 사기로만 받은 피해액이 수백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김 씨는 “알리에서 우리 상품을 판매하는 리셀러를 찾았지만 잡을 방법이 없다. 알리에는 판매자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연락처 등도 확인할 수 없다. 지금도 버젓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면서 “셀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비슷한 사례들이 올라오고 있다. 리셀러 사기인 줄 모르고 당하는 판매자들도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리에서 주문한 소비자들도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A 업체는 현재 리셀러로 확인된 주문에는 상품 배송을 하지 않는다. 김 씨는 “수취자(알리에서 상품을 주문한 고객)에게 전화해 ‘리셀러 사기 상품이니 배송할 수 없다. 알리 판매자에게 환불을 받아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분들도 알리에서 환불받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리셀러가 환불을 해주지 않고 연락도 잘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 업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알리 판매자가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는 수취인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김 씨는 “사기인 줄 뻔히 나는데 상품을 보낼 수도, 안 보낼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리 측은 리셀러 사기 피해 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적극 대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판매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건전한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플랫폼 내 판매자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는 의견만 전해왔다.

 

쿠팡은 주문한 상품이 배송 준비 중일 때는 물론이고 배송 중에라도 취소가 가능하다. 배송 완료 후에도 환불, 반품이 가능해 셀러 사이에서는 지속적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은 직권 환불(입점 셀러가 반품이나 환불 상품을 확인하기 전 쿠팡이 먼저 환불 진행)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보상 절차를 운영하며 셀러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불과 관련된 피해 등을 모두 셀러가 입증해야 해 판매자 사이에서는 절차가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불만이 크다. 

 

김 씨는 “쿠팡에도 이와 관련해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반품 상품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증빙하면 금액을 보상해주겠다’는 답변만 반복한다. 모든 사기 건에 대한 증빙서류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쿠팡은 무조건 환불 정책을 내세우고, 알리는 판매자 정보를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두 플랫폼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는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작은 영세업자들의 피해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간호계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 2인에게 의료계 현안을 물었다
· "스마트폰은 끝물" 카메라 모듈 업계, 자율주행차로 간다
· [단독] 현대리바트 '입찰담합' 191억 과징금 철퇴 이어 대표 '세금 지연납부'로 자택 압류 구설
· 자신감 넘친 쿠팡 '회비 인상', 네이버·신세계·컬리엔 '기회'
· 제2의 '벨리곰' 나올까…롯데, 유통업 침체 IP사업으로 돌파구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