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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개척 블래스트의 '엔터' 도전은 성공할까

공중파 1위 찍고 6000석 규모 콘서트 개최 등 눈길…"엔터 모른다" 부정 평가에 "관련 인력 충원"

2024.05.03(Fri) 17:19:17

[비즈한국]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메타버스 열풍 속 쏟아진 ‘디지털 휴먼’ 중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나오며 옥석 가리기가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가 대표 주자다. 지난해 3월 국내 지상파 음악방송 무대를 통해 데뷔한 이들은 2집 신보로 9개월 만에 같은 무대에서 1위를 했다. 버추얼 아이돌로서는 최초의 성과다.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는 ‘버추얼 엔터’ 장르를 개척 중이라고 말한다. 과연 플레이브는 엔터 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버추얼 엔터 장르가 케이팝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팬 콘서트 비하인드(위)와 안무 영상 캡처. 사진=플레이브 유튜브 채널


#완벽한 외모 ‘자체 제작​ 아이돌, 본체는 ​숨겨라”


지상파 음악방송 출연부터 팬 콘서트, 라이브 소통 방송, 댄스 챌린지, 커버곡, 영상통화 팬 미팅, 홍대 버스킹 공연, 자체 예능 콘텐츠(자컨)까지. 플레이브가 데뷔 1년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목록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는 이들은 화면 속 멤버 뒤에 현실의 본체(실연자)가 있는 버추얼 아이돌이다. TV 광고에서 춤추는 AI 기반의 가상 인플루언서들과는 차이가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화려한 외모의 이미지에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활용해 입 모양, 제스처, 표정까지 캐릭터 모션으로 구현했다.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는 ‘만화풍 2D’라는 조건 말고는 기존 아이돌과 다를 바 없는 설정 덕이다. 이들은 성장형 자체 제작 아이돌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멤버들이 전곡 작사·작곡을 하고 안무와 프로듀싱에도 참여하며 팬층을 모으고 있다. 대중적인 인식이나 적용 기술 모두 성숙하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 버추얼 아이돌의 새 기준을 다지는 단계다.

 

다만 불문율이 있다. 팬들은 본체의 존재를 궁금해하지 않아야 하고, 멤버나 소속사는 고유의 세계관을 지켜야 한다. 금기 내지는 암묵적인 의무 사항이다. 실제로 소속사는 지난해 6월 공식 팬 카페에 권리침해 법적 대응에 관한 공지를 올렸다. 본체를 공개할 경우 소속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 소속사는 본체 공개 행위가 멤버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블래스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지난 4월 2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 사진=블래스트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여전히 미숙, 관련 인력 확보 중


플레이브는 소속사 블래스트가 자체 기술로 제작한 그룹이다. 소속 아이돌을 기획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엔터사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개발사의 성격이 강하다.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어 플레이브의 활동과 제작 과정 등을 밝히며 플레이브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인간미’를 꼽았다. 복잡한 기술을 쓰지만 사람 냄새를 담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버추얼 그룹임에도 적극적으로 실시간 소통을 이어가는 점이 플레이브의 강점으로 꼽히는데, 라이브 방송 등은 무엇보다 기술력이 관건이다.

 

블래스트는 연예매니지먼트 분야보다 게임사처럼 ‘제작’의 성격이 강하다. 버추얼 캐릭터 스타트업으로, MBC 사내 벤처 회사다. MBC 영상미술국 시각특수효과(VFX)팀에 20년 가까이 몸 담았던 이 대표가 언리얼 전문가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20명이던 인력 규모는 단기간에 5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역량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엔터테인먼트사로서 해야 할 수많은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아서 관련 인력을 보완 중이다. 현재는 모델링, 콘셉트 아트, 애니메이터, 게임 엔진 등을 다루는 인력이 많다”며 “엔터 관련 사업이나 마케팅, 매니지먼트 부문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플레이브 팬 콘서트 현장. 사진=블래스트 제공


실제로 케이팝 팬덤 사이에서는 “블래스트는 엔터를 모른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안무영상 등의 콘텐츠나 소식 업로드 시기가 예고 없이 지체되거나 오프라인 팝업의 운영 미숙, 굿즈의 낮은 퀄리티, 내부 정보 유출 등의 기초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버추얼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시기에 웹툰 등의 2차 활용에 의욕을 보이는 것을 두고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술 회사에서 출발해 버추얼 엔터 시장을 처음 개척하고 있다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엔터 업계 등은 플레이브의 성과를 통해 관련 시장의 가능성을 살피는 분위기다. 블래스트는 플레이브의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하이브와 YG플러스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 

 

엔터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게임 업계와 플랫폼 기업이 각종 가상 인간을 선보였는데, 이제야 소수의 성공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은 소통이 ‘덕질’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프라이빗 메시지(버블)나 라이브 방송이 가능해지면서 소통에 매력을 느끼는 팬들이 있는 것 같다. 우선은 마니아 층 위주로 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장기적으로 흥행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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