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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택배박스 대란 온다" 골판지 재고 반토막, 이커머스 업계 '비명'

제조업체 가동 일시 중단에 이란 전쟁 여파로 비닐, 부자재 가격도 급등

2026.04.06(Mon) 15:33:00

[비즈한국] 제약회사에서 자재 담당인 A 씨는 ‘박스’ 비상이 걸렸다. 비타민 등 온라인에서 건강 보조제를 판매하면서 사용하던 온라인 배송용 택배 박스 구매가가 급등한 것. 그동안 100~500원가량에 박스를 샀는데, 최근 공급업체가 “30% 이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인상된 견적서를 보내왔다. 택배 박스뿐 아니라 제품을 담는 박스 가격도 모두 30% 넘게 올랐다. 

 

A 씨는 “제품 박스부터 택배 박스까지 가격이 정말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며 “위에서는 가격을 낮게 구하라고 하지만, 공급업체들은 모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우체국 물류센터에 쌓여 있는 택배 물품들. 국내 골판지 재고 부족에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부자재 가격까지 올라 택배 박스 등 박스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원지뿐 아니라 관련 부자재, 물류비 부담까지 상승

 

박스 가격 급등의 원인은 국내 골판지 원지 재고가 부족한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판지 원지 재고는 올 1월 15만 2760t으로, 전년 동기(25만 8527t)보다 40% 정도 감소했다. 4~5월에는 재고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골판지 원지는 박스를 만드는 핵심 원재료로, 박스 제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골판지 원지 가격이 사실상 박스 원가다.

 

골판지 재고가 급감한 것은 주요 원지 공장의 가동 중단 때문이다. 국내에는 ‘5대 제지회사’로 불리는 곳이 원지를 생산해 중소 박스 제조 회사들에 공급하는데 이 중 두 곳이 멈춰선 상황이다. 한국수출포장공업 경기 오산 공장에서 지난 2월 화재가 발생해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달 말에는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회사 측은 안전 점검 및 보완 조치 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각종 부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인쇄용 잉크, 접착제인 포리졸, 포장용 PP밴드·랩 등이 20~50% 가까이 올랐다. 부피가 큰 택배 박스는 보내주는 것까지 제품 비용에 포함되는 게 일반적인데, 경유값도 크게 올라 물류비 부담도 늘어났다.

 

기업에 택배 박스를 공급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TV나 가구처럼 부피가 물건을 포장하는 박스의 경우, 윙바디 트럭을 가득 채워도 전체 재고 가격이 1000만 원이 안 되다 보니 마진도 당연히 수십만 원 수준에 그치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에 경유 가격까지 올라 마진이 크게 줄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 했다”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골판지 원자재 대란이 났던 것처럼 수급 불균형이 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스 대신 비닐? 비닐은 50% 넘게 올라

 

중소 이커머스 업체나 소상공인은 이익이 줄어들다 보니 차선책을 찾고 있다. 통상 단가가 낮아 마진이 적은 경우 파손 위험이 없는 제품들은 박스 대신 비닐을 선택하는 게 대안이었지만, 지금은 비닐 가격도 급등했다. 

 

종량제 봉투 원료인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가격은 지난 2월 톤당 140만~150만 원 수준이던 것이 두 달 새 100만 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5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중동산 원료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약 25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달부터는 공급 차질도 우려된다. 비닐로 택배를 보내던 업체들은 더 비상이 걸린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박스와 비닐로부터 시작되는 택배 박스 대란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박스를 공급하는 한 업체 대표는 “기존 공급가대로 납품하면 20% 이상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박스나 비닐의 가격이 오르면 결국 이는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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