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생활건강이 천안시에 조성하려 했던 LG생활건강퓨처 일반산업단지 사업이 10년 이상 미뤄지고 있다. 결국 보다 못한 천안시가 최근 LG그룹 차원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LG생건이 아닌 LG그룹의 타 계열사가 산단에 입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년째 지연, 천안시 “6월 말까지 답변 요청”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최근 천안시는 LG그룹에 퓨처일반산업단지 사업의 장기 지연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촉구했다. LG생활건강이 10년 넘게 방치 중인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전반적인 사업 내용을 파악한 뒤, 천안시와 사전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까지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LG생건은 2014년 12월 천안시와 퓨처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동남구 구룡동 일대(38만 8000㎡) 부지를 매입했다. 생산시설, 연구개발센터 등을 2017년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산단 조성을 계획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공사도 시작하지 못했다.
LG생건은 그간 수차례 산단계획 변경 승인을 통해 개발 기간을 연장해왔다. 2016년 산단계획 변경 승인을 통해 개발기간을 2018년으로 연장했고, 2019년에도 추가 변경 승인을 거쳐 개발기간을 2020년으로 미뤘다. 2020년 또 다시 산단계획 변경 승인을 신청해 준공 시기는 2022년까지 연기됐다.

LG생건 측은 사업 지연이 반복된 것은 규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LG생건 관계자는 “사업 준비 기간이 오래됐지만 허가 등의 절차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퓨처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환경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전체 사업지구의 6%가량이 공장설립제한구역인 상수원보호구역에 해당해 사업을 축소해야 할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이에 천안시, 충남도는 환경부에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지난해 8월 환경 규제가 해제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규제가 풀린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LG생건은 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다. 2022년 12월 터파기 등 모든 기반공사가 마무리됐지만, 현재까지 공장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천안시가 LG그룹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LG생건이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룹 차원에서 산단 사업 조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계속해서 공장 설립이 지연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지난 4월 초 행정부, LG 측과 면담을 가졌다. LG생건이 대외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면, LG그룹 차원에서 다른 계열사가 산단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검토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천안시가 요구한 산단 설립 지연에 대한 답변서 마감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현재까지 LG측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LG생건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에 공문을 발송하고, 의견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떤 계획이 됐던 6월 30일까지는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그 의견에 얼마나 구체성이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실적 부진에 신규 투자 머뭇
업계에서는 현재 LG생건이 신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으로 본다. 2021년까지 LG생건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중국 경기 둔화로 해외사업 실적이 악화됐다.
당초 중국 시장 수출을 위해 준비 중이던 퓨처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화장품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는 수출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설립이 필요했지만, 중국 수출이 급감하다 보니 신규 투자 시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G생건이 퓨처일반산업단지 조성을 포기해 다른 계열사가 산업단지에 입주할 경우 기존에 계획된 친환경 뷰티 테마파크 개발 계획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퓨처일반산업단지는 화장품 원료 농장, R&D센터, 첨단생산시설 등을 설립해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뷰티 테마파크’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내국인 및 외국인의 관광명소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LG 주요 계열사 중 현재 국내 공장 신축이 필요한 계열사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지만 최근 파주 공장 투자를 결정했다.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은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천안시에서는 LG생건이 부지 매각까지는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만큼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천안시 관계자는 “LG생건 측에서도 부지를 매입한 상태에서 공장 설립이 안 되면 세금 등 문제가 많다. 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산입법(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를 해야 한다. 기존에 매입했던 금액에 처분제한 등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없었기 때문에 부지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생건 측은 “부지 매각 계획 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천안시에 답변할 내용을 정리 중이다. 천안시와 협의할 내용이 있어, 아직 회사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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