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기도의 한 골프장이 카트비를 9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올렸다. 카트 부품 비용의 인상이 인상 요인이었다. 골퍼들은 이 이유를 믿을 수 있을까? 골프카트의 수익률은 세상의 그 어떤 사업보다 높다. 5인승 골프카트의 가격은 대략 1500만 원 수준이다. 배터리를 사용하며 유지하는 데 특별한 수리와 관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카트를 구입하고 몇 개월이면 매입 원가를 뽑는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카트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출판 원가를 추월한 책의 정가가 모두 수익이듯, 제작비를 넘은 영화의 매출이 모두 수익이듯 원가를 뽑고 난 카트는 낡고 노후해도 황금알을 낳으면서 굴러간다. 그냥 굴러가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다. 그렇게 골프장에서 카트로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1조 2000억 원이다. 그래서인지 골프카트의 사업자는 따로 독립되어 골프장 오너의 일가친척이거나 지인인 경우가 많고 지역의 유력 인사들의 이권 사업이라는 소문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5인승 골프카트가 아니라, 뒷자리가 매우 비좁은 5인이 억지로 타는 카트다. 오죽하면 전 홀 성적이 가장 좋은 사람이 앞자리에 타자라는 사전 약속을 하기도 하고, “버디 했으니까 앞자리에 타”라고도 할까? 그렇다. 자동차는 뒷자리가 상석이지만 대한민국 카트는 앞자리가 상석이다. 남자 3명과 여자 1명의 라운드에서는 여성 골퍼에게 앞자리를 배려하고 남자 셋이 뒷자리에 앉는 것은 꽤나 일반적이지만 체격이 당당한 남자 골퍼 셋이 앉기에는 카트가 턱없이 좁다.
그 카트가 10만 원이 넘고 12만 원을 한다. 뒷자리가 좁다 하니 럭셔리 리무진 카트도 등장했다. 카트비는 2배가 넘는다. 골퍼들은 조금 더 넓은 카트를 원했을 뿐인데, 골프장은 한참 비싼 카트를 내놓았다. 전 세계의 어느 골프장에 가도 없을 풍경이 바로 리무진 카트라고 불리는 20만 원이 넘는 카트다.
대한민국 골퍼들은 4시간에서 5시간을 타는 골프카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독일제 고급 세단을 하루 종일 렌트하는 가격보다도 비싸다. 심지어 노캐디 라운드를 하면 2만 원까지 카트 청소비를 받는 곳도 있다. 4시간 동안 우리가 얼마나 카트를 더럽히길래, 그 작은 카트를 청소하는 비용까지 받아야 하나.
외국의 골프장들은 골프카트를 탈지 푸시카트를 밀고 걸으면서 라운드를 할지는 선택이다. 어떤 골퍼는 수동카트 없이 골프백을 맨 채로 라운드를 한다. 불행히도 대한민국 골퍼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골프장 비용을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비로 나누면 그중 가장 불합리한, 솔직히 억울한 것이 카트비라고 골퍼들은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동남아에서는 1인 1캐디에 캐디와 한 명의 골퍼만이 카트를 탄다. 1인 1카트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4분의 1을 나눠서 내는 대한민국 1인당 카트비보다 저렴하다. 그리고 이 카트는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간다.
만일 카트를 적게 걸으면서 편하게 라운드를 하는 교통수단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카트 도로만 왔다 갔다 하는 대한민국의 카트는 Door to Door의 택시가 아니라 사람을 많이 태운 대중교통, 즉 버스나 지하철에 가깝다.
그렇다면 요금도 버스 요금이나 지하철 요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골프카트는 골퍼들에게 고급 택시 요금을 받는 것인가. 골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들의 압박 때문에 그린피를 올리기 어렵게 되면 카트비를 올린다고 한다. 한마디로 카트는 수익을 내는 혹은 수익을 메꾸는 최고의 수단이다.
골퍼들은 가끔 혹한기나 혹서기에 골프장이 마치 엄청난 은혜를 베풀듯 ‘카트비 무료’라는 문자를 받는다. 사실 카트비를 내지 않는 것만으로 골프 비용은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 ‘카트비 무료’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안 받아도 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엄청난 선심인 듯하지만 카트비를 내는 골퍼들이 골프장에 선심을 베풀어 온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골프카트비는 1인당 만 원에서 1만 5000천 원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처럼 그린피에 카트비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그린피가 비싸다고 카트비도 덩달아 비싸서는 안 될 일이다. 골프 비용 중 캐디피도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좋은 캐디를 만나면 스코어도 좋고 그날의 라운드도 즐겁다. 여지껏 수없이 라운드를 했지만, 좋은 카트를 만나서 좋은 라운드를 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카트는 아주 간단한 기술로 만들어진 작은 이동수단일 뿐이다. 비쌀 이유가 없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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