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실 금융기관인 MG손해보험이 청산을 앞두게 됐다. 금융당국은 14일 MG손보의 신규 영업을 중단하고, 가교 보험사를 설립해 보험계약을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가교보험사 이전 과정에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그동안 고용 보장을 들어 매각에 반대했던 노동조합은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라며 금융당국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신규 계약 금지·보험계약 5대 손보사로 이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가 5월 14일 정례 회의에서 MG손보의 신규 보험계약 체결 등을 금지하는 영업 일부 정지를 의결했다. MG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은 3월 기준 151만 건(계약자 개인 약 121만 명, 법인 약 1만 개)이며 이 중 약 90%가 장기보험 상품이다. MG손보의 모든 계약은 조건 변경 없이 국내 1~5위 손보사(DB손보·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보·현대해상)에 이전한다.
당국은 계약 이전 과정에서 전산 통합 등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5개 손보사로 계약을 넘기기 전 ‘가교보험사’를 설립해 보험계약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가교보험사는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하며, MG손보 본사를 활용할 예정이다. 가교보험사로의 계약 이전을 완료하면 MG손보 법인은 청산 절차를 밟는다.
금융당국은 5월 15일 0시부터 11월 14일 24시까지 6개월간 MG손보의 신규 보험계약(재가입 및 자동 갱신 계약은 제외) 체결과 기존 보험계약의 내용 변경(보험 가입금액 증액, 보험 종목 변경, 보험 기간 연장, 담보 추가 한정)을 금지했다. 보험료 수령이나 지급에는 변동이 없으며 기존 계약자의 지위도 유지된다.
MG손보 공동관리인단은 “2~3분기 중 모든 계약을 가교보험사로 1차 이전하며, 전산 시스템 준비를 완료하면 5대 주요 손보사로 모든 계약을 이전한다”며 “보장 내용, 만기 등의 조건 변경은 없어 약관에 따라 기존과 동일한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금융위는 최종 계약 이전 시기는 2026년 4분기로 명시했다.
MG손해보험은 2018년 경영개선권고, 2019년 경영개선명령을 받았으나 개선 요건을 이행하지 않아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를 취소하기 위해 금융위와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올해 1월 최종 패소했다.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은 2024년 말 기준 4.13%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에 턱없이 못 미친다. MG손보의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가 매수를 포기하면서 금융당국 차원에서 정리하게 됐다.

#과거 가교저축은행 사례 보니…고용 보장 어려워
가교보험사 설립과 계약 이전으로 보험계약자 보호 방안은 일단락됐지만, 고용 문제를 둘러싼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MG손보 임직원 521명 중 가교보험사 운영과 기존 계약의 유지·관리가 가능한 인력만 가교보험사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전산 운영, 보험금 지급, 계약 이전 준비 등 필수 인력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채용 규모는 가교보험사 설립 과정에서 결정한다. 가교보험사로 넘어간 인원 중에서도 일부만 5개 손보사로 이직 기회가 제공된다.
MG손보 전속설계사 460명에게는 손해보험협회 주도로 5대 손보사 또는 희망하는 보험사로의 이직을 주선한다. 이직 후에도 MG손보의 계약 관리를 이어갈 경우 기존 계약에 따른 수수료와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금보험공사는 2000년 초 부실저축은행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가교저축은행을 활용해왔다. 부실저축은행의 계약을 가교저축은행으로 옮겨 금융거래를 유지하는 동시에 영업 초기부터 매수자를 모색하는 식이다. 가교저축은행을 세울 때는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자산을 메우고, 이후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
과거 부실저축은행 정리 사례를 보면 MG손보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2012년 말 경기·더블유저축은행의 계약을 각각 가교저축은행인 예한솔·예성저축은행으로 이전했다. 당시에도 경기·더블유저축은행의 임직원 중 일부가 면접을 거쳐 가교저축은행으로 옮겼고, 이들 자리는 매각 전까지 유지됐다. 애초 가교저축은행의 임직원 수가 부실저축은행의 절반가량에 불과해 직원 이전에 한계가 있었다.
가교저축은행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예금보험공사는 2014년 2월 예성저축은행(한국투자금융지주), 예나래·예주저축은행(에이앤피파이낸셜), 예신저축은행(웰컴크레디라인대부) 등 4개 가교저축은행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는데, 이 저축은행들은 2010~2013년 사이 설립돼 매각까지 최대 4년이 소요됐다.
MG손보 노조는 금융당국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14일 “지난 수개월 동안 임직원과 설계사의 고용 보장,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정상적인 매각을 요구해왔다. 이번 의결은 MG손보 노동자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인심 쓰듯 일부 채용을 하겠다는 건 동료끼리 생존 게임을 하라는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정상적인 매각을 위한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14일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노조 반발과 고용 보장 등에 대해 “MG손보 임직원은 보험계약자를 위해 계약 이전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협조를 당부한다”며 “고용 문제로 정부에서도 많이 고민했다. 5대 손보사가 계약을 인수하고 예보 기금을 쓰는 것도 제약이 있어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문보국 에어프레미아 전 대표, 모회사 AP홀딩스도 떠나…김정규 회장 체제로
·
코레일유통 '스토리웨이' 가맹사업 뒤늦은 철수, 알고보니…
·
[단독][중대재해처벌법 3년] 지난해 10대 건설사 사고재해자, 최근 5년 새 '최고치'
·
MG손해보험 매각 둘러싸고 예보-노조 갈등 격화
·
MG손해보험 '부실 금융기관 취소' 항소도 패소, 매각에 영향 미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