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추진한 청년안심주택은 역세권에 위치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청년안심주택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임대가 이뤄졌고, 결국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서울시가 적극 홍보한 사업을 믿고 들어간 청년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 서울시의 사후 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증보험 의무화에도 미가입된 청년안심주택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청년 및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역세권에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다. 한 단지 내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와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가 혼합된 형태다.
공공임대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시세 대비 30~70% 정도다. 민간임대의 임대료는 일반공급이 주변시세 대비 85% 이하, 소득과 지역 기준을 따지는 특별공급은 75% 이하다. 민간사업자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받는 대신 건물의 용적률 상향과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
문제가 벌어진 것은 ‘공공지원민간임대’의 경우다. 민간임대는 임대 사업자와 입주민이 직접 계약을 맺는다. 2020년부터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에 따라 임대 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임대계약 후에도 일부 청년안심주택이 임대 사업자의 재정 문제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보증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청년안심주택에서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매에 넘어가 버린 청년안심주택
2월 24일 송파구 소재 청년안심주택이 경매로 넘어갔다. 청년안심주택이 경매에 넘어간 첫 사례였다.
임대 사업자가 시공사에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시공사 측이 해당 건물을 경매에 넘겼다. 시공사가 받지 못한 돈은 공사대금 총액의 10% 수준인 약 80억 원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중도에 방을 빼는 입주민에게 보증금 반환은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은 보증금 반환이 언제 중단될지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시는 임차인의 선순위 권리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경매가 낙찰된다면 보증금이 가장 우선하여 지급될 예정이라며 보증금 반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주민 측은 경매가 진행되는 도중에 보증금 반환이 막힐지 모르고 경매가 취소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해당 청년안심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추진 중이지만, 임대 사업자의 세금 체납으로 보증보험 가입이 반려되고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정한 재정 상태인 임대 사업자의 상황에 따라 보증금 반환이 중단될 수 있다.
입주민은 서울시의 대응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 입주민은 “입주 당시 보증보험 가입 실패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요청했으나 거부됐다”며 “서울시에서는 개인 간의 계약이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성토했다.
#보증금 미반환 사태도 발생
2023년 9월 도봉구의 한 청년안심주택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일어났다. 계약 만료된 6가구가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임대 사업자 측은 재정 상황을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해당 임대 사업자는 공사비 지출에 예상보다 늘었고 다른 사업에서도 문제가 생겨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는 임대 사업자의 임대료 통장에 압류를 걸어 보증금을 반환받았으나 임대 사업자가 중간에 임대료 납부 계좌를 변경하며 반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남은 피해자는 보증금 반환 소송 승소에도 현재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곳 역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피해자는 서울시가 진행한 사업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기가 발생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2022년 완공 후 보증보험이 미가입된 상태로 남아있었는데도 서울시는 임대 사업자에게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지시만 내릴 뿐 적극적인 조치가 없다는 비판도 내놨다.
#서울시의 사후 관리 부재
일련의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문제가 발생하자 사업 허가 후에 서울시 관리 감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업 승인 후 청년안심주택 건물을 담보로 잡는 대출을 하는지, 보증보험에는 가입했는지 등의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보증보험 의무화에도 미가입된 청년안심주택이 생겼고 입주민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청년안심주택이 서울시가 임대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사업이고, 서울시에서 홍보에 나서고 있는 사업인 만큼 시 측에서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이 모집 공고 이전에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구청에 공문을 내려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울시는 보증보험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청년안심주택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보험 가입을 허가하는 건물의 부채 비율 조건을 조정해 청년안심주택의 보증보험 가입을 원활하게 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보증보험 가입 요건 완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대출을 많이 해도 보험 가입을 허용해 주는 것일 뿐 건물의 금융이나 재무 상태가 안정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세입자 보호 대책이 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김민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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