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삶은 모순이다. 살아나가는 길의 종점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한다.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네 삶이기에 인간은 능력 밖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상상 속에서. 이성으로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그게 신이다.
신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컴퓨터도 언젠가는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신을 위한 공간도 만들어냈는데, 그게 종교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신들이 있다. 널찍한 공간에 머무는 신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신이 훨씬 더 많다. 신이 햇빛을 받으면 종교가 되지만 달빛에 물들면 사교로 남는다.


종교나 예술은 인간 정신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여기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과학적 사고의 바깥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종교나 예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능력 밖의 일들에 대해 막연한 해결책을 갈구하게 된다. 그게 주술적 믿음이다. 예술은 이런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나 조각품에서 주술적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양미술사 첫 장에 나오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여인상)는 다산에 대한 주술적 믿음을 잘 보여준다.
서양 문명을 대변하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예술은 모두 신을 통한 인간의 주술적 믿음을 드러낸다. 예술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현재까지도 남아 있다. 미술 작품 구입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주술적 믿음에서 나온다. 이를테면 푸른색 그림은 희망이나 미래에 대한 좋은 기운을, 노랑색은 재물을 준다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다. 풍수와 관련된 그림 선택도 그런 경우다.

우리 전통 회화 중 민화는 주술적 믿음을 노골적으로 담아낸 그림들이다. 현세적 욕망과 죽음의 극복 등을 다양한 자연물과 동식물을 통해 표현했다.
노이서의 회화에서도 이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조선 민화 중 주술적 믿음이 가장 잘 드러난 십장생 민화의 구성을 따른다. 불변의 가치를 그림 속에 담아내겠다는 의도다. 작가가 말하는 불변의 가치는 희망이다.
노이서 회화에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아기 호랑이는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파란 기린도 자주 나오는데, 이는 자신을 도와주는 주변인을 의인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 소나무나 학, 바위, 구름과 물고기도 나오는데 모두가 미래를 향한 좋은 기운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현대판 민화라고 할 수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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