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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존 민원은 야근으로…" 고유가지원금·선거로 주민센터 '허덕'

접수부터 서류 안내까지 공무원 부담 과중…인력·공간 부족에 당분간 혼란 불가피

2026.05.19(Tue) 10:27:14

[비즈한국] “지금 바빠서 대답 못 해요. 죄송합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한 주민센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에서 안내하는 직원은 기자의 질문에 짧게 답한 뒤 곧바로 다른 민원인에게 향했다. 센터 직원 3명이 접수를 맡고, 서울시 시니어일자리센터 인력까지 나와서 신청서 작성을 도왔지만, 대기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창구 앞에는 번호표를 든 주민들이 이어졌다.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층인 탓에 직원들은 접수뿐 아니라 신청서 작성 방법과 제출 절차를 하나씩 안내해야 했다. 다시 말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창구 주변은 분주했다.

 

서울 구로구 한 주민센터를 방문한 주민들이 번호표를 뽑고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선거철마다 지원 업무로 과로를 호소해온 지방직 공무원들이 올해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방문 신청 업무까지 맡아 더 분주하다. 기존 민원 업무에 선거 준비, 지원금 접수 안내가 동시에 몰리면서 일선 주민센터의 업무 부담이 커졌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20~2024년 5년간 순직 공무원 395명 가운데 35.2%인 ​139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뇌·심혈관계 질환은 장시간 노동과 직무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서울 구로구의 주민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센터에 들어서자 대기표 발급기와 대기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신청하는 접수처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접수 창구에는 센터 직원 3명이 신청을 받았고, 창구 주변에서 또 다른 직원 3명이 대기자를 안내했다.

 

주민센터 직원 A 씨는 “오전에는 대기실도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며 “어르신들이 많이 오다 보니 신청서 작성부터 제출 방법까지 하나하나 안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주민센터에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접수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문제는 새 행정 업무와 더불어 기존 민원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은 일반적으로 주민등록, 전입신고, 각종 증명서 발급 등 민원 처리 업무를 맡는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 접수까지 동시에 떠안으면서 업무가 과중해졌다. 특히 온라인 신청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센터를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신청자 응대와 전화 문의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방선거까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주민센터는 선거 사무를 함께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무원들은 선거철마다 선거인명부 작성, 공보물 발송, 사전투표 및 본투표 지원, 개표 사무 등에 투입된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각 행정복지센터 공무원 상당수가 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 요청에 따라 선거 사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민원 업무가 일과 시간에 계속되는 만큼 선거인명부 작성 등 일부 선거 업무는 퇴근 이후나 주말에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B 씨는 “기존 업무는 야근을 하거나 직원들이 교대로 처리하고 있다”며 “주변 다른 동은 지원금 업무가 몰려 다른 일을 거의 못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구 주민센터에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신청은 오는 7월 3일까지 이어진다. 지방선거 사전투표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본투표는 6월 3일이다. 지원금 방문 신청 기간과 선거 준비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치는 셈이다. 주민센터에서는 지원금 접수 창구와 선거 업무 공간을 동시에 마련해야 하고, 인력도 양쪽에 나눠 배치해야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 관계자는 “선거 업무와 지원금 지급 업무를 함께 해야 하니 현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신청을 받더라도 오프라인 신청은 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프라인 신청이 시작되면 주민센터 방문뿐 아니라 전화 문의와 이의신청도 함께 늘어난다”며 “사전투표와 지원금 신청이 본격적으로 겹치면 현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관계자는 “동 규모에 따라 일부 인력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통 두세 명 수준이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주민센터마다 공간 사정도 다른데, 노후하고 좁은 곳은 선거 사무와 지원금 접수를 동시에 할 장소를 마련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고유가 지원금을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행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윤채현 기자

cogusz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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