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1회 투여로 완치를 내건 세포치료제의 장밋빛 미래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허들을 넘어 신약으로 허가받는 것보다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상업화의 벽이 더 높다. 깐깐한 인허가 규제, 좁은 비급여 시장의 한계, 취약한 소모품 공급망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 업계가 직면한 상업화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는 신약개발의 마침표로 통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된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허가증은 상업화 경쟁에서 출사표에 불과하다. 아무리 약효가 뛰어나도 가격이 비싸 환자가 투약을 주저하면 시장에서 외면하기 때문이다.
#비급여 세포치료제, ‘오프라벨’로 매출 보조
이뮨셀엘씨는 2007년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국산 1호 면역항암 세포치료제다. 지난해 연 매출 369억 원을 기록한 국산 세포치료제 매출 1위 품목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뮨셀엘씨는 간세포암 제거술(수술, 고주파절제술,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 후 종양제거가 확인된 환자의 재발 방지 보조요법을 적응증으로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 1회당 400만~500만 원으로 총 16회의 표준 치료 과정을 완주하려면 환자들은 평균 7000만~8000만 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백신 접종과 위생 수준 향상으로 국내 간암 발병의 주요 원인이던 B형 간염 보균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이뮨셀엘씨의 핵심 시장마저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300억 원대 중반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의료진 판단 아래 오프라벨로도 처방되고 있어서다.
오프라벨이란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의사의 재량에 따라 허가사항 이외의 적응증, 용법·용량 등으로 처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뮨셀엘씨는 현재 간암 외 췌장암, 뇌종양 등 다른 암종 환자들의 수술 후 재발 방지 보조요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GC셀 관계자도 “간암 수술 후 재발되지 않게끔 어주번트 테라피(보조요법)로 허가를 받았다 보니 환자군이 많지 않고, 세포치료제여서 가격이 비싸다”면서 “과거 간암 보균자인 엄마로부터 태아가 전염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들도 줄어들면서 전체 간암 환자 수도 감소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형적 매출 구조는 이뮨셀엘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상업화에 성공한 세포치료제의 상당수가 건강보험 급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비급여 상태다. 지난해 연 매출 194억 원을 기록한 메디포스트의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을 포함해 바이오솔루션의 ‘카티라이프’, 파미셀의 ‘하티셀그램-에이’, 안트로젠의 ‘퀸셀’ 등의 국산 세포치료제들도 환자가 100% 비용을 부담하는 실정이다.
#국산 1호 CAR-T 치료제 ‘급여 관문’ 험난
큐로셀이 개발한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 ‘림카토’가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1회 치료에 3억 6000만 원이 넘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등 초고가 수입 약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등장한 ‘국산 1호 CAR-T’ 치료제다.
큐로셀 측은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통해 오는 9월 림카토를 공식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승원 큐로셀 상무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림카토는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일반 절차보다 신속한 급여 등재가 가능해졌다”며 “가장 최적의 시나리오로 오는 9월 급여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림카토가 지난 2024년 12월 2호 약제로 선정된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식약처 허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 혁신 신약의 시장 진입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시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림카토가 목표대로 허가 5개월 만인 오는 9월까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돼 출시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림카토에 앞서 시범사업 1호 약제로 선정됐던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빌베이(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 정체증 환자의 소양증 치료제)’의 경우 품목허가(2024년 8월)에서 보험급여 등재(2025년 10월 1일)까지 약 1년 2개월이 소요됐다. ‘콰지바(신경모세포종 치료제)’는 2024년 6월 19일 허가받은 후 같은 해 12월 1일 보험급여에 등재돼 약 5.5개월이 걸렸다. 상대적으로 평가기준이 확립된 합성의약품 및 항체의약품조차 정부와 치열한 줄다리기를 했다. 1회 투약 비용이 수억 원에 이르고 환자별 맞춤 생산에 따라 복잡한 품질관리 기준이 수반되는 첨단 세포치료제에 대한 급여 평가는 훨씬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큐로셀 관계자는 “정부의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통상 330일 걸리는 절차를 150일로 단축 가능하고, 림카토는 기존 치료제 대비 사망 위험률을 53% 감소시킨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해 보험급여 협상력이 높을 것”이라며 “기존 치료제 대비 합리적인 약가를 제시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환자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정부의 수용성을 높이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포치료제 상업화 전쟁의 최종 승패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환자에게 닿게 할 것인가’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K-세포치료제가 비급여와 오프라벨 처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으로 도약하려면 정부의 유연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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