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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영업비밀 유출과 전직금지, 법원은 왜 회사 손을 쉽게 들어주지 않나

비밀유지 각서만으로는 부족…사전 예방 위한 법적·기술적 조치 마련해야

2026.05.18(Mon) 17:31:3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임직원이 회사 정보를 유출하고 경쟁업체로 가는 경우 회사가 사후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생성형 AI

 

임직원이 회사의 중요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경우 회사는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가 법률적인 조치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거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법원이 대체로 회사가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우리나라 경영 환경상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면서 그 가치를 미리 평가해 놓은 사례가 많지 않아 정보 유출로 인한 손해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판례를 보면 법원은 회사가 소속 임직원에 대해 인사권·징계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사에 재량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회사가 임직원을 승진·강등하거나 보직을 부여하고 업무를 재배치하는 경우 그 당부를 엄격하게 심사하지 않는다. 해고에 이르지 않는 징계권 행사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회사가 전·​현직 직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심사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직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전직금지 약정을 근거로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 요건 충족 여부를 매우 깐깐하게 심사해 인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사건을 직접 수행해 보면 법원은 회사가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개인 입장에서 회사와의 소송은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법원의 태도는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회사의 경쟁력은 기술과 정보에 있는데, 임직원이 그러한 정보를 유출하고 전직하는 것에 대해 전혀 통제할 수 없다면 회사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 많은 회사가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임직원이 비위 등을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임직원이 회사에서 계속 근무한다면 회사가 인사권·징계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임직원이 회사에서 미련 없이 퇴사해 버리면 회사는 피해를 회복하거나 그러한 행위가 잘못됐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받을 수단을 찾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와 상담할 때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보다 사전에 여러 법적 장치를 마련해 문제를 예방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사건·사고는 항상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 발생하는 법. 대부분의 회사는 발생하지 않은 문제에 대비하기보다 이미 터진 문제를 수습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임직원이 회사의 중요 정보를 유출한 채 경쟁업체에 이직한 경우, 회사와 임직원 간의 법적 분쟁 양상과 쟁점을 살펴본다.

 

법원은 회사가 임직원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생성형 AI

 

회사의 경쟁력이 영업비밀·기술자료 등 정보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회사는 임직원에게 퇴사 이후 동종 업체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다는 전직금지 약정을 요구한다. 임직원은 근무를 계속하기 위해서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우니 일단 그 약정에 동의하는 확인서를 작성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개의치 않은 채 경쟁업체로 이직한다. 그러면 회사는 전직 금지 약정에 근거해 임직원을 상대로 위약벌을 청구하거나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분쟁의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임직원에게 사전에 특별한 경제적 보상을 했고, 임직원이 실제로 회사의 중요 정보를 취급했으며, 여기에 더해 전직금지 기간도 6개월 미만의 단기간인 경우에 한해 전직금지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면 전직 금지약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한다.

 

임직원이 유출한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임직원을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어떨까?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다.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비공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나, 대기업이 첨단 기술 정보를 엄격히 관리하는 특수한 사례가 아닌 이상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주요 정보라고 하더라도 이를 비밀로 철저히 관리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담당 직원이 회사의 정보를 USB로 반출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았고, 회사는 그러한 관행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전에 조치하지 않은 경우 비밀관리성과 비공지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임직원이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면 어떨까? 이 경우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다만 중요한 정보라는 점과 외부에 유출했다는 점을 각각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회사와 임직원 간에 생각이 다르고, 외부 유출의 흔적을 찾기 어려우며 디지털 포렌식을 하더라도 로그 기록 등 단편적인 사실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임직원이 정보 유출을 이유로 배임죄로 처벌받은 경우에만 임직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회사가 주도면밀하게 대응해 개개의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서울북부지법 2023가단100497 판결이 그 사례다.

 

위 판결을 보면, 임직원은 CSO(Chief Strategy Officer)로 근무하면서 비밀유지 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고객사 거래 정보, 사업본부 주요 이슈를 유출한 채 회사에서 퇴사한 후 자신의 사업체를 설립했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임직원이 비밀유지 각서를 위반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임직원이 퇴사한 이후 회사는 기존 거래처를 상실한 반면 임직원이 설립한 사업체는 그 거래처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점, 유출 행위 경위 등을 고려해 손해 액수를 15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단순히 임직원으로부터 비밀유지 각서와 전직금지 약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임직원의 잘못을 주장하기 어렵다. 그리고 임직원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직원을 상대로 한 회사의 소송을 법원이 엄격히 심사하기 때문에 이직이나 전직 자체를 막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임직원이 회사의 주요 정보를 반출하고, 그로 인해 회사가 거래처 상실 등의 손해를 입었다면 임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앞선 논의와 별개로, 이미 발생한 문제를 사후적으로 다투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예방할 수 있는 여러 법적·기술적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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