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 시점을 사흘 앞두고 정부 중재로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오늘 재개되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 조정이 결렬되면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투쟁’이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달 1~5일 전면 파업을 실시한 데 이어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로 한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올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나서는 등 3040세대가 주축이 된 노조가 과거와 달리 ‘극단적 실리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 얼마나 갈지 모른다”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호황기 수익’을 어떻게든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한다. 특히 2~3년 전만 해도 반도체 불황으로 ‘잘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했던 터라,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왔을 때 제대로 이익도 받아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군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한 직원은 “2~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도 반도체를 접을 수 있다, 나가서 치킨집을 차려야 한다’는 위기감을 공유할 정도로 한치 앞을 몰랐던 게 반도체 업계”라며 “호황이 몇 년 갈지 모르기 때문에 사측에서 업계 1등 달성 시 성과급 등을 얘기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직원들의 여론”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넘어 다른 대기업 직원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에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이라는 내용을 담았는데,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 기준으로 추산 시 총 성과급 규모는 3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세 차례 부분 파업 끝에 ‘기본급 450%+1580만 원 수준의 성과급’에 최종 합의한 바 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슈퍼 사이클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높은 조선업계 역시 노조의 이익 공유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수준 성과 배분안을 포함했다. 통상 HD현대중공업 노조와 비슷한 수준을 요구하는 HD현대삼호도 영업이익 30% 안팎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오션 노조 역시 현재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등 벌써부터 사측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식 MZ 노조’로 진화…화이트칼라 투쟁 시대 열리나
재계는 ‘달라진 투쟁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의 지부로, 노조 상급 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았다. 전체 노동자의 연대보다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인 셈이다.
통상적으론 결속력은 약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최대 5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Z세대의 이익 추구 정서가 ‘성과급’이라는 확실한 동기 부여를 만나 확실하게 뭉치는 ‘한국식 MZ 노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삼성전자 직원은 “동료들 다수가 성과급을 확실하게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공유하면서 휴가를 쓸 거냐고, 설마 불참할 거냐고 묻고 있는데 나 역시 동료 직원들 다수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마흔다섯, 쉰이 되면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하다 보니 회사의 이익이 확실할 때 미래를 버틸 수 있도록 성과급이라도 확실하게 받아두자는 생각이 있다”고 귀띔했다.
과거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였던 이들의 투쟁이 노조를 대표했다면, 이제는 “번 만큼 정당하게 배분하라”는 대기업 사무직·화이트칼라 중심의 ‘성과급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 결과물은 다른 대기업 노조들에게 ‘우리도 성과급을 당연히 받아야 하지 않냐’는 자극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과거라면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참아야 했던 대기업의 사무직·화이트칼라 중심 노조들이 파업의 주체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3년 전 삼성전자에 입사한 한 직원은 “이 회사에 10년 이상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기는 많지 않다. 미국 대학원 등에 진학해 몸값을 높일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다들 지금 자리를 30~40년간 이어질 커리어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의 미래보다 자신의 자산이나 소득에 더 관심이 많다”며 “다른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을 봐도 다 비슷한 마인드이기 때문에 2030세대는 ‘소득’을 올리고 사측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창구로 노조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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