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최근 공정거래법 집행의 화두는 온라인 및 디지털 플랫폼 규제다. 당연하게도 온라인 플랫폼의 존재 자체를 규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지면서 경쟁 사업자, 거래상대방, 소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작성한 업무 현황을 보면 핵심 추진 과제에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 공정거래 질서 확립’이 있다. 이는 △플랫폼-입점업체 간 거래 질서 공정화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폐해 해소 △디지털 거래 환경 변화에 대응한 전자상거래 제도 개편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문구는 상당히 추상적이다. 문구만 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정위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정위 문건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공정위가 앞으로 어떤 측면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접근해 규제할 것인지 예측이 가능하다.
우선 ‘플랫폼-입점업체 간 거래 질서 공정화’란 하도급법, 대규모 유통업법,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규제 등 과거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입점업체 간 거래 질서 공정화를 위해 ‘입점업체 보호 및 거래 질서 공정화’를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한다고 한다.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한다는 얘긴데, 이는 수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좀처럼 진척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만 강화된 규제를 하는 것이어서 외국 플랫폼과의 역차별을 야기하고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규제 등 기존의 법령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불필요한 입법이며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와 중복된다는 등의 이유로 입법을 반대하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공정위는 새 정부 출범에 이르러 새로운 핵심 과제로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가 구성하는 법률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입점업체 거래에 특화된 금지행위 유형을 마련하고 보복 조치를 금지한다.
②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입점업체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도록 거래 전 과정에서 수수료 등 거래조건을 명시하고, 계약 변경사항 사전통지를 의무화한다. 또한 수수료 등 현황 실태조사 및 공표 등을 도입해 거래 전 과정에서 정보공개를 확대한다.
③ 입점업체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단체 구성권을 법제화하고 공정거래 협약제를 도입한다.
④ 거래 안전성 제고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금 정산 기한 준수, 대금 별도 관리 의무 등을 부과한다.
법률의 내용 하나하나는 엄청난 것으로 도입할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어찌 보면 상당히 과격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티몬 사태로 수많은 입점업체가 폐업하고 2~3개 플랫폼의 독점 구조로 재편돼 몇몇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국내 온라인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규제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공정위는 독과점 고착화와 영세업체 비중이 높은 외식업에 한해 배달 용역 등에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시장 경제에서 수수료 단가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어색하고, 외국 플랫폼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즉각 통상 이슈가 제기될 것이 분명하니 상당히 민감한 주제다. 그러나 2~3년 절반 이상이 폐업한다는 자영업 상황을 보면 생각해 볼 점도 많다.
다음 주제로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폐해 해소’가 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행위에 대한 감시·대응을 강화해 온라인 플랫폼의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소비자 선택권 제한, 거래상대방 권리 부당 제약 등을 규제한다고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왜냐하면 불공정거래행위로 열거된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소비자 선택권 제한은 서비스의 효율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대인은 파격적으로 저렴한 금액으로 공간을 대여하는 대신 일정을 변경하거나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무거운 위약금을 징수하는 것을 원하고, 온라인 플랫폼은 이러한 조건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구성해 소비자에게 공간 대여를 중개하는 사안을 가정해 보자.
이때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공간 대여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 즉 효율성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라인 플랫폼이 제시한 위약금 조건은 공정위 고시-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서 정한 대여 분야의 위약금 액수를 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진출한 외국 플랫폼 사업자에게 우리나라 고유의 규제를 강조할 경우 통상 이슈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대해서는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통상 협상 등 입법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거래 환경 변화에 대응한 전자상거래 제도 개편’이 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분쟁 발생 시 플랫폼이 판매자 정보를 확인하고, 법원 등 분쟁해결기구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한다. 개인정보 침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수집 정보를 최소화하며, 정보제공 시 정보 주체 동의를 의무화한다.
더불어 구매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후기에 대해 관리 기준(게시 기간, 삭제 기준, 이의제기 절차 등)을 공개하고, 소비자 권익 침해 시 부과되는 과태료 수준을 상향하며, 임시중지명령 발동 요건을 완화해 법 위반 억지력을 강화한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도 있다. 해외 플랫폼과의 거래에서 국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에게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상의 내용 중 무엇 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이견을 제시할 것이고, 심지어 통상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공정거래법 이슈 중 온라인 플랫폼에 관한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 시장의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왔고, 앞서 열거한 내용 중 일부의 도입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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