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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ONF] 윤한진 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 "관습 탈피, 때론 기본에 집중"

"벽식 구조 극복해 건물 활용도 높여…건축주 설득해 동네 어르신 사용공간 유지하기도"

2025.10.28(Tue) 18:10:34

[비즈한국] 단순한 ‘완성품’이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 최근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건축가 그룹 중 하나인 푸하하하프렌즈 윤한진 공동대표가 바라보는 건축의 방향이다. 윤 대표는 도시와 일상을 새롭게 읽어냄으로써 일상의 공간에 상상력과 유머를 불어넣으려 한다. 2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 연사로 나선 윤 대표는 ‘우리가 일하는 법’을 자유롭게 풀었다.

 

윤한진 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는 2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에서​ ‘우리가 일하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윤 대표는 당초 강연 주제였던 ‘모여서 걷다 보니 온 세상 사람 다 만나겠네’를 즉석에서 바꾸어 강연 시작부터 푸하하하프렌즈만의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푸하하하프렌즈는 올 9월 서울의 건축문화와 건축기술 발전에 기여한 건축작품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서울시 건축상’에서 ‘코어해체시스템’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건축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기존 건축방식에서 벗어나 건물 중앙에 기둥없는 공간을 만드는 ‘캔틸레버 구조’를 배치해 건물 내부를 자연광으로 채워 밝고 쾌적한 환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BTS 소속사로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된 하이브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과 시스템을 담은 신사옥을 설계해 세계적으로도 역량을 인정받았다. 연남동 ‘대충유원지’와 ‘어라운드 사옥’, 경남 밀양의 ‘상남자의 집’ 등도 이들의 결과물이다.

 

윤 대표는 2013년 설립 이후 지금의 푸하하하프렌즈가 되기까지 이정표로 삼았던 모토를 소개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 한승재, 한양규 공동대표와 함께 철없이 창업했으면서도 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도전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윤 대표는 “법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일 뿐인데 보통은 이를 어기지 않기 위해 안정적으로 설계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관습처럼 하는 것들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건축법에 규정된 용적률 때문에 다가구주택이 벽식 구조를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탈피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굴에도 고심하고 있다. 벽식 구조는 기둥과 보를 만드는 공정이 생략되고 꼭대기부터 1층까지 쭉 내려오는 구조여서 공사비가 저렴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벽이 건물 무게를 지탱하고 있어 리모델링에 어려움이 있기에 사실상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건물의 활용법에 제한이 있다. 윤 대표는 연희동 다가구 주택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기둥 4개만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 구조적으로 방해되는 요소를 배제했다”면서 “용도를 변경하더라도 얼마든지 손쉽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상업용 건물인 근린생활시설에도 차별화를 시도한다. 윤 대표는 “공사비가 평당 1200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함에도 600만~700 만원으로 의뢰를 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럴 때는 우리가 이걸 꼭 해야 하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때는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건축의 기본적인 의미를 찾는 데 주안을 뒀다고 했다. 윤 대표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중심에 두고 필요한 주차를 양쪽에 하게끔 배치를 하는 방식으로 건축 자체에 집중했다”면서 “건물을 짓고 나서 보니 주변의 건물들과 차별화돼 웅장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윤한진 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가 벽식 구조에서 벗어난 건축물을 구상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건물을 향한 윤 대표의 낭만은 경의선 철길 인근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건물은 경의선 철길이 나면서 쪼개진 필지에 놓여진 것이었다. 경계측량 결과 건축주는 필지의 절반만 사용 중인 데다가 해당 부분은 동네 어르시들이 사랑방 삼아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도로의 의미를 생각해 1층 공간은 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건축주를 설득해 세모 모양으로 건물을 올렸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강연이 끝난 뒤 모든 연사들이 모여 협업에 대한 오픈토크를 나눴고, 마지막 순서로 청중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일회성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협업을 통해 나오는 관계성의 에너지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을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신소현 오이뮤 대표는 “한 번 이미지로 소비되면 다시 공감 얻기가 쉽지 않구나를 느끼지만, 창작의 영역에서 일하다보니 끊임없이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연을 끝마친 후 이어진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 신소현 오이뮤 대표가 답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10년 이상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생존의 기로에서 뚫고 나간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상반된 대답이 나왔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지금도 매일 겪는다”며 “언젠가 시기가 맞으면 또 다른 임팩트로 나온다. 그걸 내 안에 어떻게 담아놓을 거냐, 그 틀을 잘 만들어놓는 게 중요한 거 같다”고 조언했다.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는 “2~3년 차에 고민을 해결하면 5~6년 차에 또 다른 고민이 오더라”며 “잘되는 것, 안되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비결(?)을 전했다. 윤한진 푸하하하 프렌즈 공동대표는 “힘들 때 돌파하려는 노력을 하면 더 안 되더라”며 “사람은 쉽게 안 죽는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힘들 때도 뭔가 연결돼서 유지가 되더라. 지금은 그런 고민을 안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로 나선 김어진 일상의실천 공동대표는 “연사들 답이 다 다르듯 각자 성장의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자”고 정리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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