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삶은 해답 없는 문제 풀이다. 답을 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공식만 있을 뿐 명쾌한 답은 찾기가 어렵다. 삶이 계속되는 한…. 그렇다면 삶의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삶이 궁극적으로 다다르게 되는 죽음에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 되는 셈이다. 우리의 삶은 이런 모순 속에 있다.
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삶의 모순을 주제 삼아 자신의 예술세계를 인정받았다. 그의 초기작 ‘홍수’에는 이런 주제를 집약한 유명한 구절이 보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문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죽어가는 셈이다.”
삶이 곧 죽음이라는 불교적 세계관이 엿보인다. 이처럼 ‘모순’은 예술의 매력적인 주제로 통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순을 주제로 삼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회화에서는 형식으로까지 발전했다. 상반되는 요소를 결합해 주제를 부각하고 화면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모순된 형식과 내용을 바탕 삼은 명작들이 서양미술사에는 무수히 많다.
김양미의 회화도 모순에서 출발한다. 그가 화면에서 다루는 것은 대립 관계에 있거나 상치되는 것들이다. 인공물과 자연, 실내와 야외, 일상과 환상의 세계,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 이런 것들이 하나의 상황 속에서 어우러지도록 엮어내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장식성이다.
장식성 덕분에 그의 그림은 대중에게 쉽게 읽힌다. 그림이 사람들 시야에 빠르게 흡수된다는 것은 그만큼 설득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김양미 회화의 강점 중 하나다.
작가의 작품에서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장식미가 두드러지는 실내 공간이다. 여기에 인형 같은 외모의 여자 아이가 있다. 그리고 상징성이 보이는 동물, 식물, 물건들이 계산된 구성 속에 배치돼 있다. 아이는 여러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일종의 놀이를 하는 중인데,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심각한 얼굴이다. 그래서 김양미의 회화는 장식미가 두드러지지만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작가의 회화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색채의 독자성이다. 그의 색채는 매우 낯설어 보인다. 많은 작가들이 즐겨 쓰는 색채의 조합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색채의 어울림이 어긋나 보이기도 하다.
보색을 겹쳐 칠해 화면의 깊이와 묘한 환상성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그의 회화에 사람들의 시선이 오래도록 머문다. 작가는 이런 색채의 모순성을 통해 인간의 현실과 꿈이라는 상반된 세계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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