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한 지 3개월 차를 맞았다. 오아시스는 종합몰로의 도약을 기대하며 티몬 인수를 결정했지만, 서비스 재개조차 하지 못하며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특히 티몬 사태 피해 보상과 관련한 불만이 오아시스로 향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기업 이미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8월, 9월… 재오픈 일정 지연
지난 6월 법원이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하면서,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인수 이후 오아시스마켓은 빠른 속도로 티몬의 서비스 재개 준비에 나섰다. 공식 SNS를 통해 리오프닝 티저 영상을 잇달아 공개하며 7월 중순 재오픈을 목표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비스 재개 일정은 계속 지연됐다. 오아시스마켓은 티몬의 서비스 재개일을 8월 11일로 확정지었다가 오픈을 닷새 앞두고 갑작스럽게 계획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업회생절차가 최종적으로 종결된 이후에야 오픈하겠다는 것이다.
티몬은 8월 22일 회생절차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며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서비스 재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9월 10일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달 1일 돌연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티몬 사태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반발해 카드사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그 여파로 카드사에서 티몬과의 계약을 재검토하게 됐다는 게 이유다.
이와 관련해 티몬은 지난 3일 ‘파트너사와의 신뢰 회복 및 상생 협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피해 소비자와 업체들의 반발로 여론이 좋지 않다”며 “전자지급결제대항(PG)사와 계약을 완료했지만, 소비자와 판매자의 민원 등 문제가 발생하며 카드사들과 계약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티몬의 재오픈이 지연되는 배경을 두고 단순한 결제 문제뿐 아니라 다른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몰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 구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티몬 인력이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신선식품 중심의 오아시스가 다양한 셀러를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입점한 셀러만으로는 종합몰 형태의 오픈이 어렵다고 판단해 일정을 늦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새로 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상품 구색인 만큼 우선 기존 입점 셀러를 중심으로 계약했다”며 “내부 준비는 마친 상태지만 외부 변수로 오픈이 지연되고 있다. 온라인 결제 문제만 해결되면 즉시 재오픈이 가능하다.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구체적인 오픈 일정은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티몬 인수, 오아시스 브랜드 리스크로 돌아올까
오아시스마켓은 합리적 가격에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며 ‘소박하지만 정직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티몬 인수 이후 그간 만들어온 긍정적 이미지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티몬 사태 피해자 사이에서는 낮은 변제율(0.75%)에 대한 불만이 오아시스로 향하며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한 피해자는 “그동안 오아시스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티몬 인수로 실망감이 커졌다”며 “티몬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작 피해자 보상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티몬 사태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피해 복구 없이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를 불매하고 탈퇴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와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번지는 조짐도 나타난다.
실제로 오아시스마켓의 이용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오아시스마켓 앱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지난 5월 49만 명 수준에서 인수 직후인 6월 47만 명으로 감소했다. 7월에는 47만 명 수준을 간신히 유지했지만, 8월 들어서는 44만 명으로 더 줄어들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는 일시적인 홍보 효과를 얻었지만, 인수 이후 그 효과가 희석되면서 MAU 하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위메프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당초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위메프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관심이 쏠렸으나 실제 인수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위메프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BBQ가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 후 상황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바꿨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티몬 서비스 재개조차 순조롭게 진행하지 못하고 각종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위메프 인수 역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결국 철회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는) 잘못된 인수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며 “자금은 투입됐지만, 전략적 활용이 미흡해 문제가 발생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티몬 인수와 오픈을 위해 유무형의 자산을 상당 부분 투입했지만,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해 내부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라며 “티몬 사태의 피해 보상 범위를 넓히고 싶어도 현재 회사 규모로는 여력이 부족하다. 대신 오픈 이후 발생하는 수익을 최대한 셀러와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책정했다. 티몬은 운영 주체가 바뀌어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과거 사태와는 분리해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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