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KT를 둘러싸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KT 가입자 휴대전화에서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사태 때문이다. KT의 사건 축소 시도 의혹, 해킹 관련 입장 번복 등으로 인해 여론도 좋지 않다. 김영섭 KT 대표는 피해액 100% 보상을 약속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가 그 전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연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태 대응 두고 안팎에서 비판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가 발생했다. KT 통신사 가입자의 휴대전화에서 이용하지 않은 소액결제가 빠져나간 것.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199명, 피해액은 약 1억 2600만 원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7일 유력 용의자 두 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들의 도주와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범행의 동기 및 경위를 수사하겠다”고 전했다.
이 사태로 인해 KT와 김영섭 대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KT는 9일 “개인정보 해킹 정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틀 만인 11일 가입자 5561명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KT가 사건 축소·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KT는 이미 언론보도와 경찰 조사 등으로 소액결제 해킹 사고를 인지했음에도 8일 제출한 침해사고 신고서에는 피해사실 인지 전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명시했다”며 “사안을 축소·은폐해 KT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이번 사태는 사전에 허술하게 관리되던 보안의 문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던 경영진의 초기대응 문제 등이 빚어낸 총체적 참사”라며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최종 책임자인 김영섭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KT는 개인정보 유출 의심 고객의 유심을 교체해주고 피해액 100% 보상을 약속하는 등 사태 수습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는다. 여론 악화로 끝나지 않고 KT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SKT)의 경우 실제 금전적 피해 발생이 없었지만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끼쳤고 심리적 불안감을 키웠다는 이유로 유심 교체 비용, 요금 감면, 위약금 면제, 과징금을 포함해 총 7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며 “아직은 KT 고객들의 반발이 크지 않으므로 요금 경감, 위약금 면제, 과징금 조치 없이 끝날 수도 있겠지만 비관적으로 보면 SKT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파장이 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SKT와는 달리 실제 금전적 피해를 본 고객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은 또 다른 불안 요인”이라며 “(피해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고, 이 경우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섭 대표는 11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고객, 유관 기관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죄송하고 피해 고객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역량을 투입해 추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피해 고객에게 100% 보상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분위기 좋았는데…
김영섭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 대표가 연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연임설이 나돌곤 했다. 최근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KT 실적이 상승세였기 때문이다. KT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3조 201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4조 2725억 원으로 8.12%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 5억 원에서 1조 7036억 원으로 70.28% 늘었다.
변수는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제껏 KT 수장 자리는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년 KT 대표 선임 당시에도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KT 이사회는 2023년 윤경림 전 KT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에 들어가자 윤 전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결국 KT 이사회는 윤 전 사장 대신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경림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할 당시 “KT가 자체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한 후보를 내쫓고 만든 자리에 올드보이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국가 경쟁력을 위한 KT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전리품 나눠 먹기에만 혈안이다”라고 비판했다.
KT로서도 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게 좋다.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향후 국책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KT는 8월 정부가 주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5개 정예팀 선정 사업에서 최종 탈락해 체면을 구겼다. 통신3사 가운데 유일하게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주의 인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김영섭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 대표 체제에서 KT 실적이 상승세인 것은 사실이고, AI나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김영섭 대표가 취임한 2023년 8월 KT 주가는 3만 원 초반대에 불과했으나 지난 7월에는 5만 9200원까지 올랐다. 다만 소액결제 사태 이후 주가가 하락해 현재는 5만 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결국 김영섭 대표의 연임에는 이번 무단 소액결제 사태 수습이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여론이 좋아지지 않으면 KT 이사회도 김 대표의 연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KT 사태와 관련해 “전모를 속히 확인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일부에서 사건 은폐·축소 의혹도 제기되는 데 분명히 밝혀 책임을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김영섭 대표 연임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김영섭 대표는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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