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월간 활성 사용자(MAU) 2200만 명을 보유한 글로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웹 브라우저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구글과 오픈AI 등 IT 공룡과의 경쟁 구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AI 브라우저 ‘코멧’ 출시를 앞세워, 단순 정보 검색 중심이었던 기존 웹 이용 환경을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브라우저 ‘엣지’에 생성형 AI ‘코파일럿’ 모드를 넣는 등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준비 중인 오픈AI의 브라우저 ‘아우라’가 공개되면 구글 크롬이 주도하는 웹 브라우저 시장이 새로운 변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코멧’서 기차표 예매 검색해보니…
AI 브라우저는 웹 탐색 기능에 생성형 AI를 결합해, 페이지 요약부터 작업 자동화 및 개인화를 지원하는 신개념 브라우저다. 기존의 웹 브라우저를 사용자들이 드나드는 평면적인 ‘창’에 비유한다면, AI 브라우저는 사용자를 따라다니는 ‘AI 조수’에 빗댈 수 있다.

기자가 퍼플렉시티 AI 브라우저 코멧을 열고 상단 검색창에 ‘코레일 기차표 예매’를 입력하자 브라우저 내부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검색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검색 프로세스에서 노출된 코레일 페이지를 클릭하니, 코레일 홈에 접속된 뒤 몇 차례 화면이 전환되다가 비회원 로그인 창으로 넘어갔다. 이는 코레일 승차권 예매 메인 페이지에서 예매 절차와 이동 경로 등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 하던 에이전트가 비회원으로도 예매 절차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공한 검색 결과다.

코레일 홈과 함께 우측면에 뜬 ‘어시스턴트’ 창에서는 예매 방법과 함께 서울-부산 구간의 열차 편별 가격 비교가 나타났다. 비회원 예매 창을 최종 검색 결과로 띄운 이유를 묻자 어시스턴트는 “‘코레일 기차 예매’라는 검색어는 즉시 예매를 원하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명령어로, 탐색 중 이름과 전화번호, 발권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비회원 예매 창이 가장 많은 사용자가 선택하는 최적의 경로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출시된 코멧 브라우저는 퍼플렉시티 프리미엄 요금제(맥스·월 200달러) 가입자와 일부 대기자에 한해 우선 제공되다가 9월 전후로 퍼플렉시티 전체 유료 사용자 대상 서비스로 순차 확대됐다. 코멧은 퍼플렉시티의 AI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탑재하고 크롬, MS의 엣지 등 대부분의 최신 브라우저처럼 구글의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기반으로 돌아간다.

검색 결과나 이메일·캘린더 요약부터 사용자가 띄워 놓은 웹 콘텐츠의 맥락 분석 등이 코멧의 주요 기능이다. AI 챗봇에서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복사 및 붙여넣기, 스크린샷 촬영, 탭 간 이동 등을 반복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특징이다. 지메일로 메일을 보낼 때도 우측면의 코멧 어시스턴트에게 이메일 초안을 작성해 전송하라고 지시하면 AI가 직접 확인 후 이메일을 전송한다.
#AI 브라우저 출시 경쟁…정확성·보안 우려도
구글 크롬이 점유율 69%(올 8월 기준)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검색엔진 시장은 AI 빅테크의 새 격전장이 되고 있다. 오픈AI는 아우라라는 코드명의 AI 브라우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를 사용하는 4억 명이 아우라를 채택한다면 경쟁사인 구글의 광고 수익 창출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크롬은 구글 모기업 알파벳 광고 사업의 주요 축으로, 알파벳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브라우저를 통한 검색, 구매, 업무, SNS(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 올해 들어 브라우저 컴퍼니, 브레이브 등 해외 스타트업들이 AI 브라우저를 선보이고 있고, MS는 코파일럿 모드를 접목해 엣지를 AI 브라우저로 전환하고 있다. 구글 역시 브라우저에 ‘제미나이’를 탑재하며 AI 검색 기능을 고도화 중이다.
지난달 퍼플렉시티는 구글에 크롬 브라우저를 345억 달러(약 48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제안한 바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이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틈을 노려 크롬을 손에 넣으려 한 것인데, 지난 2일(현지시각) 미 연방법원이 크롬 매각 등 강경 조치를 기각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빅테크들이 최고의 AI 검색 도구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독점적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결정적인 우위가 되고 있다”고 했다.

웹 브라우저가 ‘지능형 웹 도우미’로 진화하는 국면에서 구글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들이 어떤 차별화와 승부수를 던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만 기존 생성형 AI에 비해 AI 브라우저는 웹 환경에서 활용되는 만큼 정확도나 보안 문제와 관련한 우려도 높다.
여타 AI 챗봇과 마찬가지로 고차원적 맥락 추론이 요구되는 작업에서는 코멧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여행 예약이나 복잡한 양식 작성처럼 맥락이 복잡한 과업에서는 문제가 발견됐다. 기업용 AI 플랫폼 ‘빔 AI’는 기술 칼럼에서 “코멧도 여전히 환각 현상을 겪는다. AI가 웹의 구조나 사용자 의도의 미묘한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완전히 잘못된 추론을 내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관련 제약도 예상된다. 코멧은 이메일, 탭, 캘린더, 문서 등에 대한 시스템 접근 권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규제가 엄격한 환경이나 기업 이용자들에게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브라우저는 방문 기록 등을 포함해 사용자의 패턴을 드러낼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더라도 취향이나 행동 양식 등이 노출될 수 있다”며 “데이터·보관·가공·처리 과정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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