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현 금호그룹)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계에서는 박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시선을 보낸다. 검찰의 상고 가능성과 박 전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당장 경영 복귀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18일 박삼구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데, 1심에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박 전 회장은 2023년 1월 2심 재판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은 구체적으로 △금호그룹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을 인출해 금호산업 인수 대금에 사용한 혐의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에 저가 매각한 혐의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저가 매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한 반면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금호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 원을 게이트그룹이 무이자로 인수하도록 거래한 혐의,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기업에 1306억 원을 저렴한 이자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는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 “박삼구 전 회장의 그룹에 대한 지배권이 유지·강화되는 부당한 이익이 제공되고, 금호기업에 유리한 경쟁 조건을 누릴 수 있는 부당한 지원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박삼구 전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활동에 대한 제약이 줄어들게 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르면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관련 기업 취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횡령·배임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리고 공정거래법만 유죄로 판결하면서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박삼구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는 금호고속과 금호건설이다. 박 전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45.43%를 갖고 있고, 금호건설은 금호고속의 자회사다. 금호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 9992억 원을 기록하는 등 건설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검찰이 상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박삼구 전 회장이 당장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박 전 회장이 1945년생(80세)으로 고령이기에 경영 복귀보다는 승계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무엇보다 지분 승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삼구 전 회장이 가진 금호고속 지분 45.43%를 박세창 부회장에게 증여하면 막대한 증여세가 뒤따른다. 금호고속은 비상장 기업인 관계로 기업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박 전 회장이 2020년 10월 금호고속 주식을 주당 10만 1079원에 매입했고, 총 발행주식 수가 총 241만 700주(보통주 우선주 포함)임을 감안하면 금호고속의 기업가치는 약 2436억 원이 된다. 금호고속의 최근 매출은 2020년보다 높기 때문에 현재 기업가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상 30억 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박세창 부회장이 박삼구 전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으면 증여세를 1000억 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비즈한국은 이와 관련해 금호건설에 질의했으나 특별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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