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교촌치킨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가맹점과의 갈등에 이어 최근에는 제품 중량 축소 논란까지 겹치며 ‘꼼수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는 등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교촌은 해외 진출과 신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직’ 브랜드 이미지에 균열
최근 교촌치킨은 신제품을 내놓고 ‘꼼수 인상’ 논란에 휘말렸다. 이달 순살치킨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제품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닭다리살만 사용하던 것에서 가슴살을 일부 혼합하는 것으로 원재료도 변경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중량을 줄이고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부위의 재료를 혼합한 것을 두고 일종의 눈속임이자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교촌 측은 가맹점 운영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기존 순살치킨 5종 가운데 ‘허니순살’만 중량이 500g이고 나머지는 700g이었다. 이번에 신메뉴 10종을 출시했는데, 중량이 제각각이면 운영이 번거로울 수 있어 500g으로 통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의 해명에도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슈링크플레이션(제품 크기·중량 축소를 통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가맹점을 배려한 조치라지만 부정적 여론이 오히려 가맹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프리미엄 치킨’ 이미지를 앞세워 업계 1위에 올랐던 교촌치킨이 최근 잇따른 구설에 휘말리며 흔들리고 있다. 간접적 가격 인상 논란에 이어 가맹점주와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쌓아온 ‘정직하고 소신 있는 브랜드’라는 긍정적 이미지에도 금이 가는 모양새다.
이달 초 일부 가맹점주는 닭고기 공급 부족으로 매출 피해를 입었다며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했다. 교촌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원가 상승으로 공급 차질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점포에서 발주량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해외사업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시장 확대를 위해 맺은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두고 현지 파트너와 갈등을 빚으며, 결국 공정위에 제소된 것이다.

한때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를 차지했던 교촌의 위상이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로 BHC, BBQ에 밀려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2022년까지 매출 기준 1위를 지켰지만, 2023년 매출은 42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6% 줄었다. 지난해 매출은 4806억 원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영업이익은 152억 원으로 1년 새 38.6%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무폐점 브랜드’라는 강점도 유지하기 어려워진 분위기다. 교촌은 2021년 폐점률 0%를 기록하며 안정적 가맹사업 모델로 주목 받았지만, 지난해 폐점률은 2%를 넘어섰다. 업계 평균(약 14%)보다는 낮지만, 상징적이던 ‘무폐점’ 이미지는 흔들렸다.
이에 대해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2022~2023년 리조트, 야구장 등 특수매장 출점에 적극 나섰는데, 계약 기간이 2년으로 만료돼 폐점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것”이라며 “일반 가맹점의 경우 폐점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18년 도전한 해외시장, 여전히 성과 미미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교촌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해외 진출과 신사업에 공을 들이는데,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교촌은 200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드윌셔(Mid-Wilshire)점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글로벌 사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2025년 상반기 기준 교촌에프앤비의 글로벌 매출은 6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4%에 불과하다.
교촌에프앤비 미국 법인(Kyochon USA Inc.)은 지난해 매출 81억 원을 올리고도 영업손실 27억 원이 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져 누적 손실이 17억 원에 달한다. 중국 법인(Kyochon F&B China)은 지난해 소폭 흑자(3000만 원)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 약 6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매장 수도 작년 19개에서 올해 6월 기준 17개로 줄며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중국은 내수 경기 부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 상반기 선전 법인(Kyochon F&B(SHENZHEN) Co.,Ltd.)을 설립해 현지 매장 확대에 나섰다. 중국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최근 1호점을 약 7개월간 리뉴얼하며 영업을 중단했는데, 이 공백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사업 부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2년 설립된 패키징 자회사 케이앤엘팩과 발효식품·주류 전문 자회사 발효공방1991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케이앤엘팩의 경우 적자 폭이 확대되는 추세로, 2023년 26억 원이던 영업손실이 지난해 32억 원으로 불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도 약 1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발효공방1991 역시 적자 상태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8700만 원에 그쳤으며, 영업손실은 약 4억 원으로 지난해 2억 원 수준에서 손실 폭이 더 커졌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신사업은 초기 단계라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는 유예기간을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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