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험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매각가가 비싸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현재 M&A 매물로 나온 보험사 중 인수 매력이 있는 곳은 롯데손해보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지 않으면 보험사 인수는 기약이 없어진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초부터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김 회장은 3월 주주총회 후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관계자는 “특정 매물을 어떻게 하고 있다는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험사를 인수하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수익은 대부분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5362억 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투자캐피탈의 순이익은 144억 원이었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8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을 평가하면서 “한국투자캐피탈의 경우 토스뱅크 평가손익을 제외하면 1분기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의 경우 충당금 등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양호한 업황 및 자본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중심 수익 구조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47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면 순이익 규모에서 한국투자증권 다음 가는 계열사가 될 수 있다. 관건은 매각가다.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7.04%의 JKL파트너스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해보험 지분 약 53%를 3734억 원에 인수했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3562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따라서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에 투자한 돈은 총 7300억 원 수준이다.
롯데손해보험의 주가는 9월 26일 종가 기준 1985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의 지분 가치는 4745억 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현 시세로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JKL파트너스의 롯데손해보험 희망 매각가는 2조~3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서는 롯데손해보험의 현 시가총액을 감안했을 때 수조 원의 매각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롯데손해보험이 압도적인 실적을 내는 것도 아니다. 롯데손해보험의 순이익은 △2023년 상반기 813억 원 △2024년 상반기 663억 원 △2025년 상반기 475억 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문제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지 않으면 보험사 인수가 기약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롯데손해보험 외에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하지만 예별손해보험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KDB생명은 6월 말 기준 자본총액이 마이너스(-) 124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인수 매력이 낮다는 평가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수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험사를 꼭 인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금융권에서는 지금이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인수합병(M&A)에 나설 적기라고 평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매년 수익의 변동성이 높다”며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려면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데,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높은 실적을 거둬 분위기가 좋은 만큼 지금이 적기”라고 평가했다.
보험사 대신 다른 금융사를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한국투자금융그룹은 보험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계열사는 갖고 있고, 카드사는 기존 비즈니스와 조금 동떨어졌다”며 “은행과 보험은 교차판매 같은 여러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은행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진행하는 부분이 있지만 보험은 그런 게 없어서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둬 분위기가 좋다. 보험사 인수 의지나 자본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실적 하락세인 롯데손해보험을 무리한 가격에 인수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남구 회장이 우려를 딛고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강행할지 금융권 시선이 집중된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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