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라면세점이 결국 인천공항에서 발을 뺀다. 긴 불황을 버텨오던 면세업계는 올해 줄줄이 사업을 접는 분위기다. 면세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현장 직원들의 일자리 불안감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사업 철수 도미노
최근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영업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입찰에서 DF1(향수, 화장품)과 DF3(패션부티크) 구역의 사업권을 낙찰 받아 영업 중이다. 당초 계약 기간은 2033년 6월 30일까지였으나 영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1900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감수하며 철수하기로 했다. 철수 시기는 내년 3월이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 조정을 두고 갈등을 이어왔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전체 출국객 수에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곱해 산정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출국객 수는 늘어난 반면 면세점 매출은 감소하면서, 영업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은 악화한 상황이다.
신라면세점 측은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권 계약 이후 면세시장은 주 고객군의 소비 패턴 변화 및 구매력 감소 등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으로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 역시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을 접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도 신라와 마찬가지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룹 정기 인사 이후 회사의 향후 대응 방안이 정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으며, 다양한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고, 여기에 고환율과 관광객의 소비 성향 변화까지 겹치며 실적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면세점 직원 A 씨는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에게 먼저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며 “더 저렴한 가격에 유사한 품질의 상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인기를 끌면서 굳이 면세점을 찾을 이유가 줄어들었다. 관광객들의 소비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장기 불황을 버텨온 면세업계는 올해 들어 잇따라 사업을 축소·철수하는 등 한계 상황에 다다른 분위기다. 올해 초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문을 닫았고, 현대면세점도 7월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의 영업 면적을 축소했다. 여기에 신라면세점마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을 내려놓으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을 통해서라도 매출을 냈겠지만, 요즘은 업체들이 그런 방식의 판매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 면세업황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계 분위기가 완전히 침체했다. 젊은 직원들은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계속해서 퇴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사라지고 업무 과중
면세업계 장기 불황에 인력 감축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호텔신라 TR(면세)부문 정규직은 2023년 말 752명에서 2025년 6월 666명으로 11% 줄었다. 호텔롯데 TR도 같은 기간 910명에서 750명으로 18% 감소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약 160명을 감축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외주) 인력이 맡던 업무도 내부 인력으로 전환됐다. 롯데면세점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 이후 일부 직원들의 발령이 이뤄졌다. 물류나 인도장으로 발령 나면서 기존 차·부장급 인력이 일반 사원과 똑같은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며 “올해 또다시 인사 발령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입점 브랜드의 철수도 이어지면서 현장 직원들의 일자리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 만료 시점이 되면 다수 브랜드가 연이어 퇴점을 선택하고 있다”며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브랜드의 경우 노조가 있어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일자리 불안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9월 10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악화하는 고용불안과 인력난 등의 문제를 알리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측은 “지난 1월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이 폐점한 이래 면세사업권 반납 때문에 고용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이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핵심 의제로 주요 백화점·면세점 입점 브랜드사들과 지난 3월부터 집단교섭을 이어왔다. 하지만 협상이 최종 결렬돼 현재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인력 감축으로 3~4명이 맡던 매장을 1명이 운영하는 사례가 늘면서 업무 과중이 심해지고 있다. 식사나 화장실 이용조차 자유롭게 하기 어려운 근무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출산·육아휴직으로 공석이 생겨도 충원 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 인력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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