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 가장자리 아래 물이 흘러넘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탐사했다. 이곳은 네테르바 밸리스라고 부른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암석이 발견되었다. 화살촉처럼 뾰족한 모습을 한 돌멩이인데, 그랜드 캐니언 폭포에서 이름을 따와서 체야바 폴스라고 부른다.
체야바 폴스엔 또 다른 흥미로운 특징이 있는데 마치 표범처럼 동그랗고 검은 수 mm 크기의 무늬가 발견된다. 이 무늬는 감람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놀랍게도 NASA의 과학자들은 이것이 지구에서 발견되는 약 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생명의 화석과 닮았다고 주장한다. 최근 화제가 된 NASA의 기자회견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이 분석 결과가 사실이라면, 가장 확실히 지구 바깥 생명의 흔적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작년 여름 퍼서비어런스가 처음 발견한 이후로 체야바 폴스는 화성에서 가장 흥미로운 무대가 되었다. 생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지난 1년간 철저한 조사 끝에 이번에 네이처 논문이 발표되었다.
동료 평가를 거쳐 최종 게재된 논문의 제목은 다소 톤다운된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산화환원 반응에 의한 유기물 합성’이다. 그런데 원래 저자들이 제출한 논문 제목은 ‘화성의 퍼서비어런스 로버에 의한 잠재적 생체 신호 탐지’였다. 논문이 제출되고 리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논쟁이 오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향후 화성 샘플 귀환을 위해, 차곡차곡 캡슐에 화성 샘플을 보관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지역을 발견하면 로봇팔을 들이밀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길이 15cm, 지름 2.3cm의 작은 튜브 안에 암석과 토양 샘플을 수집한다. 퍼서비어런스는 수집한 샘플을 직접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미래에 찾아올 탐사선을 위해 모아놓을 뿐이다. 샘플 튜브는 총 43개다. 그 중에서 실제 화성의 암석과 토양 샘플을 담을 수 있는 것은 38개다. 나머지는 나중에 캡슐의 오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보조로 들어간 ‘증인 캡슐’이다. 체야바 폴스의 샘플도 스물다섯 번째 순서로 샘플 튜브에 보관됐다.
본격적인 화학 분석은 한참 후 샘플이 무사히 지구로 돌아온 뒤에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냥 후발대만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최대한 화성 현장에서 퍼서비어런스에 탑재된 다양한 분석 장치를 활용한다. 퍼서비어런스의 로봇팔 끝에는 광각 지형 촬영 센서 왓슨(WATSON)이 있고, 화성에서 유기물과 화학 성분을 탐사하는 광학 스캐너 셜록(SHERLOC)이 있다. 이름 그대로 왓슨과 셜록, 화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탐정 듀오다. 안타깝게도 2024년 셜록의 초점 구동계가 고장 나 이제는 로봇팔을 미세하게 조종해서 초점을 겨우 잡는다. 그래서 사진을 선명하게 찍는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셜록은 지형 위에 고에너지 자외선을 비추면서 산란된 광자를 탐지해 지형을 구성하는 화학 분자들을 파악한다. 흥미롭게도 그래프를 보면 모든 탐지에서 G 밴드에서 강한 신호가 검출됐다. 이것은 탄소 화합물이 있음을 암시하는데, 어쩌면 지구의 유기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인 탄소 기반 분자가 있을 수 있다. 탄소가 여러 개 모여서 이루어진 일종의 다중 탄소 결합 분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과거 이곳에 생명이 살고 있었다면 충분히 검출될 수 있는 성분이다.
퍼서비어런스에는 또 다른 강력한 장비가 있는데, X선을 쏴서 암석 표면의 고유 화학 성분 분포를 마치 사진처럼 스캔하는 PIXL 장비다. 앞 사진에서 알록달록한 픽셀 모양으로 색이 칠해진 지도가 바로 PIXL로 관측한 성분 분포 지도다. 이름에 걸맞게 픽셀처럼 지도를 그린다. 흥미롭게도 표범 무늬의 둥근 테두리 바깥에서 무늬 안쪽으로 가면서 확연하게 주요 화학 성분이 달라진다. PIXL의 탐사 결과를 보면, 표범 무늬 영역은 유독 철과 인이 풍부하다.
철은 지구에서 생명 활동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된다. 헤모글로빈은 물론 생명 초기부터 철 기반 단백질이 많이 사용되었다. 표범 무늬에서는 특히 철 인산염, 비비아나이트, 그리고 철과 황으로 이루어진 그레이가이트 광물이 많이 발견된다. 지구의 경우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현장에서 이런 광물이 흔하게 발견된다. 또 함께 발견되는 인은 DNA, RNA, 인지질 등 지구 생명체의 대사 활동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성분이다.

특히 더 흥미로운 것은 철 이온이 적은 영역으로 갈수록 G 밴드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반대로 철 이온이 많은 영역으로 가면 G 밴드 신호가 약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철이 많으면 탄소가 적어지고, 철이 적으면 탄소가 많아진다. 이것은 마치 탄소 기반 분자들이 철을 환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확히 지구에서의 생명 활동과 비슷하다. 유기물이 전자를 잃고 산화하면 반대로 그 주변의 물질은 환원된다. 탄소가 많아지면 철이 더 많이 환원된 흔적을 보인다는 것은, 과거 이곳에 탄소 기반 생명체가 살고 있었고, 그들의 생명 활동으로 인해 그 일대의 철이 대거 환원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이번 분석 결과를 가장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오래전 화성에 살고 있던 미생물이 식사를 마치고 남긴 배설물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꼭 생명 활동이 아니더라도, 탄소와 산소, 질소 등을 포함한 유기물의 혼합물이 충분히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기물을 포함한 광물이 이렇게 한자리에 바글바글 모인 채로 발견되었다는 점은 이곳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바로 이 장소에서 무언가 생명 활동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더 강하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자들은 ‘잠재적 생체 신호 탐지’라는 대담한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하고자 했지만, 리뷰어는 이것이 너무 앞서 나간 제목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생명의 흔적이라고 주장하려면 다른 가능성은 모두 배제하고, 정말 완벽하게 생명 활동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화석화된 생명체의 흔적 때문만은 아닐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 비생물학적인 방식으로도 광물의 철 성분은 변할 수 있다. 결국 저자들은 그러한 가능성조차 희박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 탐사한 체야바 폴스 일대에서는 과거 화산 활동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암석은 충분한 고온, 고압 환경에 놓인 적이 없었다. 이를 근거로 저자들은 이것이 더욱 생명 활동의 징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논쟁이 이어지면서 논문이 게재되기까지 아주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결국 동료 평가 과정에서 리뷰어들은 ‘생명 신호 탐지’라는 제목 대신 좀 더 객관적인 ‘산화 환원 신호’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제목으로 논문이 세상에 발표된 것이다. 논란은 아직 명확히 결론 나지 않았다. 체야바 폴스에서 발견한 유기물의 흔적, 그리고 탄소와 철의 놀라운 상관관계가 정말 생명 활동의 징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샘플을 무사히 지구로 갖고 와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퍼서비어런스가 수집한 샘플은 화성이 아닌 지구에서 분석한다. 2030년 퍼서비어런스 곁에 후발대가 착륙해 모아놓은 샘플 튜브를 받은 다음, 화성 표면에서 탄도 미사일 형태의 작은 로켓을 발사하게 된다. 이후 1년 넘는 시간이 지나면 화성에서 채취한 귀중한 샘플 튜브가 담긴 캡슐이 지구 대기권을 뚫고 재진입하게 된다. 지구의 천문학자들은 캡슐 안에 담긴 화성 샘플을 직접 지구에서 분석하게 될 것이다. 비록 아직은 인간이 직접 화성에 발길이 닿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화성의 토양에 인간의 손길이 닿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달에 대한 이해가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 아폴로 미션을 통해 우주인들이 달에서 직접 암석을 갖고온 덕분이다. 달 암석 속에 어떤 광물이 존재하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봤기에 우리는 달과 지구의 탄생의 비밀에 대해서 선명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화성에서 직접 샘플을 갖고 지구로 오게 된다면, 화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는 다소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당초 미션의 전체 예산은 50억 달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1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NASA도 큰 부담감을 느꼈고, 원래의 예산으로 수행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이 잡힐 때까지 미션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더군다나 2026년 NASA의 전체 예산안이 크게 감축될 위기에 처하면서 화성 샘플 귀환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 상황이다. 미국 우주 탐사 미션이 모두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선수를 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이미 퍼서비어런스라는 선발대가 화성에 머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회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미션을 아예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길 바란다.
탐사 로버의 이름 ‘퍼서비어런스’는 인내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퍼서비어런스는 기약 없는 후발대가 오기만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 화성 샘플 귀환 미션이 바람대로 이루어지고, 귀중한 화성의 조각이 무사히 ‘로켓 배송’되길 바랄 뿐이다. 그 안에 화성의 테라포밍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담겨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지, 답을 알기까지 우리에겐 조금 더 인내가 필요하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413-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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