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붙으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와 업계는 비축량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앞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외 통제’ 명시한 중국, 글로벌 공급망까지 겨냥
중국 상무부는 10월 9일 ‘역외(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공고했다. 총 12종의 희토류 금속 및 합금·산화물을 민간·군사 양용(이중 용도) 물자로 지정하고, 수출 허가증 발급을 의무화했다. 특히 해외 군수기업으로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불허했다. 이번 조치는 11월 8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희토류는 △반도체 △2차전지 △영구자석 △전기모터 △디스플레이 △광학장비 등 거의 모든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첨단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필수적인 자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의 통제 범위가 매우 넓어 여러 부서가 분석 중”이라며 “국내 산업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뒤 대응 방향을 마련하고 중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까지 적용하는 ‘역외 통제’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된 해외 제조품도 중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중국의 채굴·제련·자성체 기술을 활용한 제품 역시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사실상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역외 통제를 명시한 것은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절대적 지위를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며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론 큰 문제 없다”지만…대체 소재 등 대안 주목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48.9%, 생산량의 69.2%를 차지한다. 한국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아 수입 희토류 금속의 약 80%, 화합물의 약 6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특히 희토류 영구자석 분야는 중국의 독점 구도가 뚜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영구자석용 희토류의 92.1%가 중국에서 제련된다.
국내 영구자석 업체 관계자는 “기술과 생산 기반이 대부분 중국에 있어 단기간에 공급망을 다변화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서 반도체 품목에 대한 통제도 강화했다. 14나노미터(nm)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직칩)와 256단 이상 메모리 반도체는 개별 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희토류 리스크를 인식하고 비축과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온 만큼, 단기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통제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공정에 차질이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공급망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수석연구원은 “단기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미국·호주 등 자원국과 협력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중국과의 협력 여지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에선 대체 소재와 재활용 산업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독점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대체재로는 페라이트 영구자석이 꼽힌다. 실제로 페라이트 자석을 생산하는 유니온머티리얼은 중국의 발표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도시 광산’으로 불리는 희토류 재활용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폐모터·터빈·전자제품 등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아직 경제성과 생산 효율성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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