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의 탈석탄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고, 국회에서는 원내 3당이 정의로운 탈석탄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데 드는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가동을 시작한 동해안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들에는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옛 정부의 석탄화력발전 허가가 국민의 미래와 세금을 좀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 폐지 선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월 17일(현지 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제협력 이니셔티브 ‘탈석탄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 PPCA)’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탈석탄동맹에 가입하며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에서도 25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원내 3당이 공동으로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안(정의로운 탈석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30년에서 2035년 사이에 탈석탄할 것을 명시했다. 탈석탄계획의 수립 및 시행 과정에서 고용유지 및 근로조건 보호 등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석탄화력발전 전환지역을 지원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법안은 탈석탄 목표연도를 설정하고,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와 보상을 심의 및 의결하는 ‘탈석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탈석탄위원회에는 공무원과 전문가뿐 아니라 노동자, 지역 주민, 사업자 등 이해당사자들도 위원으로 참여하게 했다.
시민사회와의 협력으로 탄생한 이번 법안에 노동계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 지부장은 “발전소 폐쇄 시 실질적인 고용 보장의 내용을 담은 최초의 법안”이라며 “법안에 명시된 탈석탄위원회 구성에 노동자 대표도 있기에 당사자가 참여하는 정책 결정이 앞으로 중요하다”고 평했다.
#동해안 석탄발전소, 이용률도 저조
관건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들어가는 보상 비용이다. 보상 비용은 발전단가와 발전소 이용률로 계산한 예상 발전이익과 투자비, 금융비용, 각종 운영비용 등을 고려한다. 정의로운 탈석탄법에는 가동기간이 20년에 미달하는 석탄화력설비에 대해 잔존가치를 고려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보상할 수 있도록 했다. 2035년 기준으로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13기가 보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세워져 잔존가치가 높은 동해안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경우에는 보상 비용이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다. 삼척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는 2024년, 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강릉에코파워)는 2022년, 북평화력발전소(GS동해전력)는 2017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게다가 2024년 신한울 2호기가 상업 운전에 돌입하면서, 원전보다 송전 순위가 밀리는 이들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이 급감했다. 2025년 상반기 이용률은 삼척화력 13.8%, 강릉안인화력 25.5%, 북평화력 21.8%로 저조했다.
이들 발전소는 이미 막대한 전력구매비용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상황이다. 기후위기 대응 단체 기후솔루션이 10일 발표한 ‘석탄발전 과잉보상 실태와 해결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전력의 총 전력구매비용 약 73조 8000억 원 중 약 70%(51조 9000억 원)가 석탄 및 LNG발전소 보상에 투입됐다. 또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24년 동해안 민자 석탄발전소 3곳의 손실보전에 전기요금 약 4800억 원이 쓰였다.
박수홍 녹색연합 활동가는 “전력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한 정책 실패”라며 “사업을 승인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라도 신규 발전소 건립을 중지시켰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폐쇄 비용도 만만치 않다. 기후솔루션은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탈석탄 및 자산 정리 방안(2023)’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국내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경우 비용 약 6조 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 중 삼척화력과 강릉안인화력발전소 두 곳의 폐쇄 비용만 약 3조 7000억 원으로 예측된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삼척화력발전소 건립 반대 운동을 했는데도 지어져 안타깝다”며 “사업자도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시장에 진입했으니 정부와 사업자가 중간에서 보상 규모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에너지 전환을 고려하지 않은 이전 정부들의 석탄발전소 건립 허가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결국 발전소 허가를 내주면 안 될 곳에 내준 것”이라며 “조기 폐쇄로 인한 매몰 비용과 좌초자산을 결국 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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